ⓒ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서울이랜드가 특별한 날 특별한 승리를 거뒀다. 서울이랜드의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되려고 한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FC서울과 서울이랜드FC가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서울 더비'를 치렀다. 그리고 서울이랜드가 레안드로의 결승골로 1-0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서울이랜드는 환호했고 경기장에 있던 FC서울의 팬들은 거친 야유를 보냈다.

서울이랜드로서는 새로운 역사가 쓰인 경기다. 서울이랜드는 구단 창단 최초로 같은 서울 연고의 프로팀과 공식적인 경기를 펼쳤다. 창단 후 여전히 승격 도전에 임하고 있는 터라 K리그1에 있는 FC서울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마침 FA컵 경기 추첨을 통해 '서울 더비'가 성사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의 서울이랜드가 FC서울을 만났다면 쉽지 않은 경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마침 서울이랜드는 이번 2021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K리그2 1위로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FC서울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K리그1에서 3연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침체됐다. 두 팀이 충분히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날 경기가 서울이랜드에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7년 전 바로 오늘 2014년 4월 14일은 이랜드그룹이 프로축구단 창단을 발표한 날이다. 당시 이랜드그룹의 박성경 부회장은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스포츠로써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한다"면서 "팬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구단 운영을 통해 한국 프로축구 발전의 한 축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구단 초대 대표이사로 부임한 박상균 대표는 "2년 내 FC서울과 서울 더비에 대한 열망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이랜드의 바람은 2년을 지나 7년 만에 현실이 됐다. 비록 그들이 처음 꿈꿨던 K리그1 승격으로 이뤄진 더비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서울이랜드가 창단 이후 어려운 과정 속에서 프로축구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1995년 수원삼성블루윙즈 창단 이후 19년 만에 시민구단이 아닌 기업구단이 창단을 발표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랜드그룹은 창단 발표와 함께 2016년 승격, 2018년 AFC챔피언스리그 진출, 2020년에는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 목표는 K리그 시즌이 종료될 때마다 서울이랜드를 괴롭히는 '밈'이 됐다.

ⓒ 서울이랜드

어떤 운명의 장난일까. 그들이 처음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겠다고 다짐했던 2020년 서울이랜드는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둔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리고 정정용 감독은 놀라운 지도력을 보여주면서 서울이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1 시즌이 시작되자 정정용호는 K리그2 무대에서 1위로 치고 나갔다. 성적만큼이나 서울이랜드의 축구도 한결 재밌어졌다.

창단 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시즌, 드디어 서울이랜드는 FC서울을 만났다. 서울이랜드의 선수단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들도 이번 '서울 더비'에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보팀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서울이랜드 구단이 직접 제작해 배포한 '서울 더비' 포스터는 K리그 팬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서울이랜드 팬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팬들도 포스터를 보며 이 경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서울이랜드는 FC서울과 단판 승부를 펼쳤다. 두 팀 모두 치열하게 싸웠지만 서울이랜드가 결정적인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이건희의 오버헤드킥을 비롯해 바비오의 돌파 등 FC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전반전을 잘 지켜낸 서울이랜드는 후반 늦은 시간 레안드로를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교체로 투입된 레안드로가 결국 서울이랜드에 승리를 안겼다.

역사적인 승리였다. 경기가 끝나자 서울이랜드 선수들은 두 팔을 벌리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기쁨을 누렸다. FC서울의 선수들은 모두 운동장 위에 쓰러져 패배의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FC서울의 팬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거친 야유를 뿜어냈다. 박진섭 감독은 공식 경기 4연패를 거두며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치렀다.

서울 더비의 절정을 찍은 존재는 정정용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평소 보여주던 구수한 이미지를 최대한 감추면서 담담하게 경기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정정용 감독의 포부와 야망을 알 수 있는 말이 나왔다.

정정용 감독은 "올해는 우리가 K리그2에서 도전하는 입장이라면 내년에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울 더비를 해봤으면 좋겠다"라면서 "사실 이건 전초전이라고 판단한다. 내년에 동등한 입장에서 한번 멋있게 홈 앤 어웨이로 치르고 싶다. 우리도 잠실에서 한번 경기를 치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라고 전했다.

정 감독의 의도는 물론 서울이랜드FC의 K리그1 승격이다. 정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무패 우승, AFC챔피언스리그 진출, 그리고 K리그1 승격이다. 무패 우승은 지난 충남아산전에 패배하면서 깨졌다. 정 감독도 "하나는 날아갔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FA컵에서 FC서울을 꺾으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남은 두 목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 팀이 연속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 팬들은 지치게 마련이다. 그런 팀들은 항상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때 "이번엔 다르다"를 외친다. 서울이랜드도 그동안 "이번엔 다르다"라고 외치는 팀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정말 달라 보인다.

서울이랜드는 서울 더비 승리로 새로운 스토리를 썼다. 창단을 발표한 그 날로부터 7년이 흘렀고 서울이랜드가 FC서울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동안 멈춰있던 서울이랜드의 시계가 이제부터 돌아가는 것 같다. 아니, 정정용 감독 부임 이후부터 이미 돌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