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잠재적 강등 라이벌'

최근 K리그1을 조용히 뒤흔들었던 단어다. 4월 초 K리그1은 뜬금없이 이 단어에 주목했다. 줄여서 '잠강라'다. 여기에는 K리그1의 네 팀이 연관되어 있었다. 수원FC와 인천유나이티드, 광주FC, 성남FC다.

사건은 지난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수원FC는 잇따른 오심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세 경기에서 오심이 등장했다. 성남전과 인천전에서 박지수가 연속으로 퇴장을 당했다가 오심으로 사후 감면됐고 광주전에서는 광주 펠리페가 득점하기 전 반칙이 있었지만 골 취소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수원시축구협회가 나섰다. 수원FC가 아니라 수원시축구협회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수원FC는 계속된 오심으로 발목이 잡히고 있다. 수원시축구협회는 계속된 오심에 깊은 유감을 밝힌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성명서에는 민감할 법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수원시축구협회는 '특히 잠재적 강등 라이벌인 성남, 인천, 광주전은 승점 6점의 귀중한 경기였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적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을 하위권이라고 지목한 셈이 된 것이다. 수원시축구협회는 이렇게 '잠재적 강등 라이벌'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지목된 성남과 광주의 반응은?

공교롭게도 지난 10일 '잠재적 강등 라이벌'로 지목된 성남과 광주는 서로 맞붙었다. 이미 '잠강라'는 모든 사람들이 아는 단어가 된 상황이었다. 한 관계자는 농담 삼아 "이번 경기는 '잠강라' 더비다"라면서 씁쓸하게 웃을 정도였다. 지목된 팀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는 단어다.

짓궂게 구단 관계자들에게 '잠강라'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성남 구단 관계자는 그저 옅은 미소와 함께 "무엇보다 팬들께서 그 단어를 보고 많이 화가 나신 것 같더라"고 전했다. 어쨌든 성남 구단 또한 이 단어를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성남은 광주를 2-0으로 꺾고 K리그1 3위까지 올라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에 패배한 광주 관계자 또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만일 성남전에서 이겼다면 우리는 잠재적 강등 라이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라면서 "다음에 이긴다면 한 번 받아칠까 고민도 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성명서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던 수원FC

사실 '잠재적 강등 라이벌'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당황스러운 쪽은 수원FC일 것이다. 해당 성명서는 수원FC가 아닌 수원시축구협회의 명의로 작성됐다. 심지어 수원FC 구단은 성명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라면서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수원FC의 반응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수원시축구협회는 수원FC를 위해 성명서를 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원FC는 잠재적 강등 라이벌에 대한 논란이 더 크게 번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은 안도하고 있었다. "당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정말 많이 언급됐다"라는 것이 수원FC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명서가 '잠재적 강등 라이벌'이라는 단어로 인해 K리그1에 불을 지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구단 관계자도 "성명서를 보니 세 팀을 콕 집어 적혀 있었다"라고 이를 인정했다.

어쨌든 잠재적 강등 라이벌, 줄여서 '잠강라'는 K리그의 또다른 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팬들 뿐 아니라 관계자들도 '잠강라'를 알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이제 우리는 '잠강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부진하는 팀은 '잠강라'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