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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산=김현회 기자] 인도네시아 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아스나위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11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는 안산그리너스와 전남드래곤즈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는 아스나위의 올 시즌 K리그 첫 홈 경기 선발 출장이라는 의미도 있었고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신태용 감독의 방문 경기로도 관심을 끌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지병으로 일시 귀국했던 신태용 감독이 오랜 만에 국내에서 얼굴을 비추는 경기라 더더욱 관심이 깊었다.

신태용 감독은 윤화섭 안산시장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봤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K리그 관계자가 아니어서 기자회견에 참석할 의무가 없지만 아스나위에게 힘을 팍팍 실어주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신태용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 “내가 K리그 감독도 아닌데 기자회견까지 해야 돼?”라며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와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아스나위는 이날 윙백으로 선발 출장해 윙포워드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활약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에게 여러 조언을 하면서 한국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이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는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인이면서 한국에서 활약 중인 아스나위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아스나위와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에 대해 잘 아는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가 문화적으로 빨리 한국에 적응하길 바랐다.

신태용 감독은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문화를 빨리 배워야 하고 사람들의 생활 습관도 익혀야 한다”면서 “나도 인도네시아에서 그러고 있는데 아스나위도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 특히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늘 달고 사는 말이 ‘츠빠츠빠’다. 그게 ‘빨리빨리’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훈련 준비를 3분이면 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훈련 준비만 15분이 걸린다. 아주 느려서 사람이 미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착하고 급한 게 없다. 여유가 넘친다”면서 “우리는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 빨리 주세요’부터 외치는데 인도네시아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빨리빨리’ 정신을 익히지 않으면 한국 무대에서 이겨낼 수 없다. 나도 인도네시아에서 그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는데 아스나위도 한국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스나위는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신태용 감독과 함께 훈련한 신태용 감독의 애제자다. 이 조언을 통역사가 전달하자 아스나위는 진지하게 이 이야기를 경청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와 헤어지기 직전 통역을 대동하고 셋이서 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포츠니어스

그러면서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를 칭찬했다. 그는 “얘가 근성이 있다”면서 “내 눈에는 그게 보였다. 그래서 안산에 적극 추천했다. 만약 근성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기량이 좋아서 해외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아스나위는 다르다. 경기 스피드와 체력을 더 끌어 올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달 2일까지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인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가 돼지고기를 안 먹는데 한국에서 진짜 맛있는 ‘투뿔’ 이상의 소고기를 한 번 사 먹여야겠다”고 웃었다.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를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경기장 밖으로 나서자 이들을 기다린 인도네시아 팬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등 인기는 대단했다. 일부 팬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아스나위와 신태용 감독이 헤어지려는 사이 신태용 감독이 다시 한 번 통역을 대동해 아스나위와 셋만의 대화를 나눴다.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에게 “6월 대표팀 차출 때 UAE전에 바로 합류할지 아니면 일주일 전에 먼저 팀에 합류할지 안산 구단과 협의해 알려주겠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신태용 감독은 아스나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너의 위치에 내려와서 수비할 수 있도록 체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체력으로는 안 된다. 체력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아스나위와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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