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김남춘의 유족을 위해 추모의 메시지를 모아 제작한 앨범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김남춘의 가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선수와 구단, 그리고 팬들의 유대는 여전히 이어져 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특별한 손님이 와있었다. 지난해 10월 30일 사망 소식이 전해졌던 故김남춘의 가족이 함께했다. 정확히는 동생을 하늘로 떠나보낸 김남춘의 사촌누나가 이 경기장을 찾았다. 아쉽게도 이날 경기는 FC서울이 포항스틸러스에 1-2 패배를 3연패에 빠진 경기였지만,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따뜻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김남춘의 가족은 어떤 이유로 경기장에 찾아오게 됐을까. 이 특별한 인연에는 서울 구단 구성원뿐만이 아니라 서울의 팬들도 얽혀있다. 김남춘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은 그의 빈소로 찾아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로 계속 이어지게 됐다.

김남춘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10월 31일은 서울의 홈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당시 경기장의 한 공간에는 김남춘의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K리그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정말 많은 이들이 추모 공간을 찾았다. FC서울의 팬들은 물론이고 수원삼성의 팬들도 찾아와 꽃을 남겼다. <스포츠니어스>도 그 공간을 찾기도 했다.

팬들은 추모 공간에 남겨진 편지와 꽃들, 생전에 그가 좋아하던 간식들 등 물품을 모으고 앨범처럼 만들어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앨범 제작과 전달 과정에서 팬들과 김남춘의 사촌누나가 꾸준히 소통의 통로가 됐다. 김남춘의 사촌누나는 동생의 가는 길을 챙겨준 팬들과 선수들, 그리고 구단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었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동생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경기장에 다시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남춘의 사촌누나는 동생의 가는 길을 챙겨준 FC서울의 팬들, 그리고 구단에도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경기장에 찾아오기로 했다. 김남춘의 사촌누나는 팬들에게 "언젠가 꼭 경기장에서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서울 구단도 김남춘의 사촌누나와 팬들의 소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사실 구단으로서는 김남춘의 유가족에게 선뜻 다가가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가족으로서 아들과 동생을 하루아침에 잃는다는 감정을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구단과 유가족의 다리 역할을 해준 게 서울의 팬들이었다. 김남춘의 사촌누나가 경기장에 찾아가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팬들에게 이야기했고 서울 팬들은 구단 측에 접촉해 그의 마음을 전달했다.

FC서울 구단은 김남춘의 가족을 위해 따로 유니폼을 마련해 선물했다 ⓒ 스포츠니어스

그때부터 구단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구단은 김남춘의 사촌누나를 위해 특별히 김남춘의 유니폼을 제작해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동시에 경기장으로 찾아온다는 그를 위해 특별히 좌석을 마련하면서 경기도 지켜볼 수 있게 해줬다. 그 전부터 계속 가족과 구단, 팬들의 연락은 이어졌으나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10일이 되어서야 이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물론 아쉬움은 남아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나올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다. 김남춘의 사촌누나는 특히 팬들에게 고마움이 컸다. 마음 같아서는 팬들에게 모두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모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남춘의 사촌누나는 "(김)남춘이를 사랑해주셔서 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정성 가득히 해주시니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라며 "많이 사랑받는 선수로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가족과 구단의 소통 통로 역할을 해냈던 서울 팬은 "김남춘 선수의 누나가 감사의 뜻을 전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다. 경황이 없다 보니 팬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걱정이 많으시더라"라고 귀띔했다. 이 팬은 서울의 팬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김남춘의 사촌누나 대신 글을 올리며 대신 그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남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고인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일의 성격상, 코로나 사태로 인한 환경상 경기장에서 크게 드러낼 수는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서울의 구성원과 김남춘의 유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고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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