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일류첸코가 보여준 품격, 날 서 있는 K리그에 찾아온 훈훈함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포항=조성룡 기자] 포항과 일류첸코가 보여준 품격은 감동이었다.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포항스틸러스와 전북현대의 경기 에서 원정팀 전북이 일류첸코의 두 골과 한교원의 쐐기골에 힘입어 임상협의 만회골에 그친 홈팀 포항을 3-1로 제압하고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포항전도 승리한 전북은 시즌 개막 이후 6승 2무를 달리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일류첸코였다. 경기 전부터 일류첸코가 스틸야드를 방문했다는 것은 화제였다. 2021시즌 일류첸코의 첫 스틸야드 방문이었다. 포항 김기동 감독도 일류첸코 이야기가 나오자 씁쓸하게 웃으며 “이제 적으로 만나지만 그 팀에서 잘하고 있다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포항 팬들은 일류첸코를 더 따뜻하게 맞이했다. 사실 포항 팬들은 전북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백승호 영입 논란 당시 포항의 서포터스는 전북 구단을 겨냥한 걸개를 손수 제작해 들어 올리기도 했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좋은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스틸야드의 응원석에 등장한 걸개는 마치 포항 선수를 응원하는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들은 일류첸코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독일어로 메시지를 전했다. ‘일류첸코! 포항의 영광! 더 높이 날아라!’는 뜻이었다. 이들의 마음 속에는 그라운드 위 포항 선수가 12명이었으리라. 물론 김승대와 최영준도 있었지만 말이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33분이었다. 포항 팬들이 ‘날아 오르라’고 응원했던 그 일류첸코가 골을 넣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일류첸코는 불과 몇 개월 전 팀 동료였던 전민광을 힘으로 이겨냈다. 그리고 혼전 상황에서 발을 갖다대 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 대로 일류첸코는 골을 넣었다. 그것도 포항의 응원석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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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 밖에 없었다. 일류첸코를 응원했지만 이 경기에서 그렇게 잘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이어진 장면에 쓰린 속을 달랠 수 있었다. 일류첸코는 골을 넣은 직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전북의 동료들이 달려왔지만 그는 그대로였다.

얼마 있지 않아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의 의미는 두 가지일 수 있었다. 실점한 포항에 힘내라는 의미일 수도 있었고 친정팀에 존중을 보여준 일류첸코를 향한 박수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 박수는 뜨거웠다. 그리고 수많은 관중들은 일류첸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했다. 이후 일류첸코는 후반전에 한 골을 더 넣었다.

그리고 후반 36분 그는 구스타보와 교체됐다. 그 순간 스틸야드에서는 다시 한 번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어 나가던 일류첸코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스틸야드의 관중들을 향해 수 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박수 소리는 더 뜨거워졌다. 이렇게 일류첸코의 첫 친정 방문은 마무리됐다. 신기하게도 일류첸코가 나간 이후 스틸야드의 분위기는 빠르게 살벌해졌다.

최근 K리그는 서로 날을 세운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구단과 선수, 또는 구단과 구단의 갈등이 계속됐다. 하지만 포항과 일류첸코가 보여준 품격은 감동과 낭만으로도 이야깃거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 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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