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무승' 수원FC가 '무패' 제주유나이티드를 잡았다. 수원종합운동장에는 환호가 터졌다.

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FC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홈팀 수원FC는 라스의 선제골과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조유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주민규의 골에 그친 제주를 2-1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 그동안 이어져오던 무승을 종료했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 전까지 수원FC는 승격 이후 3무 3패를 기록하며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하필 상대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제주였다. 게다가 1승 5무로 '무패'를 달리고 있었다. 수원FC는 승리가 없는데 말이다. 낙천적인 성격인 김도균 감독도 무승에 대한 부담감을 강하게 토로했다.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운동장에 입장했다. 그 순간 갑자기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하늘 위로 마치 약속한 듯 불꽃이 선수들을 반겼다. 사실 이 불꽃은 수원FC가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바로 옆에서 KT위즈의 홈 개막전이 열리고 있었다. 답답한 수원FC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꽃은 화려하게 터졌다. 펑펑.

그런데 분위기는 미묘하게 흘러갔다. 제주가 공격 전개 과정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며 '설마'하는 기대감이 수원종합운동장에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기대감은 좌절로 바뀌었다. 제주 안현범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종합운동장은 깊은 한숨에 빠졌다. 하지만 한숨은 다시 환호로 바뀌었다. 제주 조성준의 파울로 골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그리고 전반전 추가시간에 라스의 골이 터졌다. 하지만 마음껏 기뻐하지는 못했다. 부심이 오프사이드라며 깃발을 들고 있었다. 다들 아쉬움을 삼키던 와중 경기장이 술렁였다. 김종혁 주심이 귀에 손을 갖다댔다. 이는 VAR과 교신을 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아쉬움은 간절함으로 변했다. 수원FC 팬들이 "제발"을 읊조리고 있을 때 김종혁 주심은 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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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종합운동장에 있던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하프타임을 보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반전에 제주 주민규가 허리를 굽혀 골을 넣으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표정은 더욱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옆의 수원KT위즈파크는 누가 안타나 홈런이라도 친 모양인지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끝난다면 7경기 연속 무승이었다.

하지만 수원FC에서도 야구장 못지 않은 환호성이 터졌다. 그 주인공은 수원FC 조유민이었다. 수원FC 말고 다른 팀을 모르는 조유민은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으며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경기는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제주의 총 공세는 수원FC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 주민규의 통렬한 슈팅이 골문을 갈랐다. 극한의 카타르시스가 극한의 좌절감으로 변하는 것은 정말 쉬웠다.

수원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는 안타까움과 분노 그 비슷한 것이 뒤섞여 있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종혁 주심이 네모를 그리자 모든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여기저기서 "핸드볼"이라거나 "골 무효"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김종혁 주심의 최종 판단은 골 취소였다. 그 순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다시 한 번 환호가 터져 나왔다. 불과 몇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수원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렸다.

결국 '무승' 수원FC는 '무패' 제주를 잡으면서 올 시즌 첫 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무승이 길었던 만큼 기쁨은 더욱 컸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은 "승격할 때만큼 기쁘다"라고 할 정도였다. 앓던 이가 시원하게 빠진 기분의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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