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천=김현회 기자]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처음 열린 K리그 경기는 영상 촬영 문제로 혼란스러웠다.

4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는 김천상무와 FC안양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경기가 펼쳐졌다. 이 경기는 상무가 상주에서 연고지를 김천으로 옮겨 치르는 역사적인 첫 K리그 경기다. 지난 2013년부터 8년간 상주에서 K리그 경기를 소화한 상주는 올 시즌 김천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이 경기에는 스포츠 전문 매체는 물론 김천 지역 언론이 대거 몰려 들었다.

K리그는 사전 취재 신청을 한 매체를 연맹이나 구단에서 허가해야 취재할 수 있다. 이날 김천의 역사적인 K리그 첫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김천 지역 매체 약 20곳에서 사전 취재 신청을 했다. 김천상무 측에서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실내 기자실과 경기장 내 기자석에 매체마다 자리를 지정했다. 김천에서 처음 열리는 경기라 지역 언론의 관심은 대단히 뜨거웠다. 구단 관계자는 “오늘 취재진 통제에 혼란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50분 전 양 팀 감독 기자회견이 진행될 때 참여한 매체는 <스포츠니어스>를 비롯해 서울에서 파견된 스포츠 전문 매체 세 곳 뿐이었다. 지역 매체는 아무도 자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약 10여개의 지역 매체에서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그라운드로 들이댔다. 이들은 경기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셀카봉을 들고 스마트폰으로 경기 장면을 찍은 기자도 있었고 DSLR로 영상을 촬영하는 이도 있었다.

ⓒ프로축구연맹

이는 모두 규정 위반이다. K리그에서는 영상 보도 권리를 구매한 매체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이 규정이 더 엄격해 져서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에 게시된 무단 촬영 영상도 삭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기자는 물론 일반 관중도 경기 영상을 함부로 찍어서 게재할 수 없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구단 관계자는 물론 연맹 관계자까지 나서 “영상 촬영은 금지돼 있다”고 제지했지만 오히려 이들은 반발했다. 스마트폰으로 경기 영상을 지속적으로 찍고 있던 한 매체 관계자는 “핸드폰으로 영상 좀 찍는 게 무슨 큰 일이냐”면서 “너무 깐깐하게 굴지 말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들은 연맹 관계자의 제지에도 굽히지 않았다. 한 관계자가 “영상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하자 “내가 기잔데 취재하는데 무슨 돈을 내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협조하지 않으면 퇴장 조치하겠다”는 이야기에 영상 촬영을 멈춘 이들은 이내 관계자가 떠나자 ‘도둑 촬영’을 이어나갔다.

이들 중 일부는 영상 촬영을 멈추고 사진 촬영을 했다. 이 역시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취재 도중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경기장 풍경이나 서포터스의 걸개 등을 촬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촬영하는 건 연맹과 구단에서 따로 지정한 이들만 할 수 있다. 이들은 구단이나 연맹에서 배포한 조끼를 입고 그라운드 내의 정해진 구역에서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이들은 기자석에 앉아 구단과 연맹이 배포한 조끼도 입지 않고 90분 동안 사진을 찍었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들이 영상 촬영을 하자 구단 관계자는 “영상은 찍지 말고 사진 촬영만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역시도 규정 위반이지만 구단에서는 지역 매체로부터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어 사진 촬영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내내 기자석에서 플래시를 번쩍 번쩍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세트피스나 볼 경합 등 중요한 순간마다 관중석에서 플래시를 터트렸다. 한 스포츠 전문 사진 기자는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첫 K리그 경기라 시행착오일 수 있다. 아직 프로 스포츠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진이나 영상 좀 찍는 걸 막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과 연맹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둑 촬영’을 이어간 일부 지역 매체의 행동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지적되어야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오늘 경기를 지역 축제처럼 받아들이고 사진과 영상을 찍으러 오셨는데 이걸 다 제재하기에도 버겁다”고 한숨을 쉬었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