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안산=조성룡 기자] 안산그리너스 아스나위의 기자회견은 정말 쉽지 않았다.

2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 안산그리너스와 양평FC의 경기에서 홈팀 안산이 후반 터진 심재민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양평을 1-0으로 꺾고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안산은 FA컵 3라운드에서 충남아산FC를 만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아스나위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보여주는 관심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 안은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현재 아스나위를 위한 인도네시아어 통역은 안산 구단에 없다. 영어 통역만 있다. 지금까지 아스나위는 그렇게 안산 구단에서 생활하고 있다.

안산 구단은 애당초 안산 지역을 통해 아스나위의 통역을 파트타임으로 구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안산 구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안산 구단은 방역에 더욱 민감해졌다. 이번 양평전을 앞두고 안산은 통역에게 코로나19 음성 검사지를 요청했지만 스케줄 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안산 구단은 이번 양평전에서 통역을 초청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인도네시아어 통역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자회견은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영어로 기자회견이 진행될 수 있지만 문제는 아스나위의 영어가 기자회견을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대신 안산 구단은 묘안을 짜냈다. '전화'였다.

아스나위와 취재진 사이에는 스마트폰이 놓여졌다. 전화로 통역을 연결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형식이다. 이렇게 한다면 아스나위의 기자회견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막상 기자회견이 시작되니 전화 상으로 아스나위의 통역은 좀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아스나위의 통역은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은 상황이었다. 아이의 엄마였던 통역은 한창 육아 중에 전화를 받아 육아와 통역을 동시에 해야 했다. 결국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도중 통역은 "죄송하다. 지금 애를 봐야한다. 아이 때문에 도저히 통역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아스나위의 기자회견은 잠시 뒤로 미뤄야 했다.

안산 김길식 감독의 기자회견이 먼저 진행되는 사이에 안산 구단은 급하게 새로운 통역을 섭외했다. 천신만고 끝에 아스나위의 기자회견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난관을 만났다. 새로운 통역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크로스'나 '드리블'과 같은 단어를 설명하지 못했다. 아스나위의 표정에서도 답답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통역의 간단한 한국어를 듣고 난 다음 기자회견장에 있던 취재진과 구단 직원들은 머리를 짜내 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고민해가며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그리고 아스나위 또한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는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번역기를 활용해 구단 직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고생 끝에 아스나위의 첫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은 별탈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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