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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산=김현회 기자] 안산그리너스에서 뛰던 이가 유니폼을 바꿔 입고 안산와~스타디움 그라운드를 밟았다. 안산 시절에도 이 경기장에서 뛰어보지 못한 윤선호 이야기다. 그는 양평FC 유니폼을 입고 그토록 기다렸던 이 무대에 섰다.

2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 안산그리너스와 양평FC의 경기에서 원정팀 양평은 잘 싸웠지만 후반 안산 심재민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배, FA컵 도전기를 여기서 마무리해야 했다. K4리그에 속한 양평은 FA컵 1라운드 충주시민축구단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2라운드에 진출해 K리그2 안산그리너스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특히나 이날은 양평FC 윤선호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윤선호는 숭실대를 졸업하고 2017년 J리그2 카마타마레 사누키에 입단했고 이후 코치 유나이티드 등에서도 활약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안산그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그 해에 윤선호는 딱 한 경기에 출장한 뒤 K리그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날 중앙 수비수로 출격한 윤선호는 90분 동안 상대에게 한 골만을 내주며 선방했다. K4리그 팀이 K리그2 팀을 상대로 한 경기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윤선호는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는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면서 “상대가 프로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합해서 더 높은 데까지 올라가 보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이 아쉬워했다. 기회를 잘 살렸으면 승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2년 만의 안산와~스타디움 방문은 뜻 깊은 순간이었다. 특히나 그는 2019년 안산 소속이었지만 안산와~스타디움에서는 이번이 첫 경기였다. 윤선호는 “그때는 경기에 거의 못 나왔다”라면서 “전남과의 원정경기에 한 번 나왔었고 홈에서는 경기를 못 해봤다. 1년 반 만에 정식 경기에 출전했다. 안산에 있을 때도 여기에서는 경기에 나오지 못했는데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니 오늘 기분을 묘했다. 더 잘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9년 안산에 입단한 뒤 1년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그 이후는 어떻게 지냈을까. 윤선호는 “작년에는 한려대에서 대학생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축구를 지도했다”면서 “그러다가 지난 해 8월부터 춘천시민축구단에서 3개월 동안 있었다. 올 1월 양평에 합류해서 훈련을 시작했는데 허벅지 파열로 힘든 시간을 겪다가 이번 경기를 통해 복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하필이면 안산과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는 건 운명적인 일이다.

윤선호와 2019년 함께 뛰던 선수들 중 상당수는 현재 안산에 남아있다. 그는 경기 전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윤선호는 “경기 전에 이승빈, 이준희. 김대열 선수와 대화를 나눴다”면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심재민, 김진래와 대화를 했다. 반가워 해줘서 고마웠다. 그런데 이승빈은 지난 해까지는 ‘희성이 형’인데 이름을 바꿔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너무 어색했다”고 웃었다.

1995년생인 윤선호는 다시 한 번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내가 안산에 있을 때는 감독님이 요구하신 부분을 잘 실행하지 못했다”면서 “내 고집대로 한 것 같다. 다시 이 경기장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1년 반 만에 복귀했는데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서 K리그2나 K리그1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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