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실은 필요 없어” 기성용 폭로자, 중재자 권씨와 나눈 녹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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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기성용의 폭로자와 중재자의 녹취 내용이 추가로 공개됐다. 기성용의 폭로자가 주장한 ‘기성용의 회유와 협박 정황’의 설득력이 더욱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

2월 24일 최초로 보도된 기성용의 성폭력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기성용 측은 강경 대응을 발표하고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이에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던 폭로자 측은 중재자로 알려진 권씨와 D씨가 2월 24일 나눈 녹취를 공개하면서 기성용 측이 “‘사과할 마음이 있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스포츠니어스>는 지난 24일 폭로자로 알려진 D씨와 중재자 권씨 사이에 오간 2월 25일 통화 녹취 파일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권씨와 기성용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D씨가 재차 확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권씨는 양 측의 화해를 원하는 선의로 중재에 나섰던 인물이다. 이는 기성용의 2월 27일 기자회견 발언과도 일치한다. 권씨와 D씨의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박지훈 변호사 측에서 제공한 ‘오보’ 요구 내용의 전후 사정을 폭로자 측에서 모두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 변호사 측에서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권씨가 “기자들이 형(D씨)이랑 다 주목하고 있다”면서 “성용이 형이 지금 (D씨가 오보) 기사를 내면, 만약에 형(D씨)한테 통화를 하고 (중략) 형한테 사과를 할 마음이 있대”라고 말한다. 이어 “(기성용이) ‘뭐 잘못한 게 있지. 내가 잘못한 게 없겠니'(라고 말했다)”라면서 D씨에게 일단 “한발 물러나 달라”고 말한다. 박 변호사 측이 공개한 해당 통화는 2월 24일 D씨와 권씨가 나눈 통화다.

이 통화가 있고 난 다음 날 2월 25일, D씨는 다시 권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은 오후 11시 50분경.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은 이렇다.

D: 형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봐.
권: 내가 형(D씨)한테 전달할 때 “오보 기사를 내면 (기성용이)만나주겠다” 이렇게 얘기했지만 성용이 형은 나한테 뭐라고 했냐면 “그들이 잘못한 걸 인정하고 오보 기사를 내면 그럼 그때는 내가 만나줄 생각이 있다. 그럼 내가 그 기사를 보고 생각을 해보고 만나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단 말이야.
D: 또 다른 건? 다른 이야기들은 진짜로 통화한 건 맞아?
권: 응. 맞아. 근데 진실은…
D: 진실은 필요 없어. 그러니까 나는 뭐냐하면 어쨌든 이 상황에서…
권: 그런데 이거(성폭력)는 성용이 형이 인정을 안 했어.
D: 당연하겠지. 당연히. 누가 인정을 하겠냐.
권: 나한테 인정한 적이 없어. 그런데 내가 형(D씨)한테 “그렇게 하지 말고 끝나고 나서 만나자” 이건 내가 한 얘기야.
D: 응. 알아. 오케이. 그럼 나는 그건 일단 빼줄게.

해당 내용에서 권씨가 말하는 ‘진실’은 ‘기성용이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D씨는 “진실은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폭로자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진실은 제쳐두고 D씨는 “이 상황”을 먼저 말한다. 뒤이어 권씨가 “성용이 형이 인정을 안 했다”라고 하자 D씨는 분노하는 기색 없이 “그건 당연하다”라고 답한다. 권씨는 이어 “‘끝나고 나서 만나자’ 이건 내가 한 이야기다”라며 중재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가 반영됐음을 밝혔다. 이에 D씨는 “안다”라고 답했다. D씨는 추가로 권씨에게 “네가 나한테 당연히 (이야기를) 부풀릴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즉, 폭로자 측은 권씨의 중재 과정에서 전달 내용이 어느 정도 왜곡됐음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박 변호사 측이 공개한 녹취 내용 중 “사과를 할 마음”, “잘못한 게 없겠니”, “한발 물러나 달라”라고 한 내용들은 권씨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폭로자 측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변호사 측은 지난 3월 23일 이와 같은 내용을 배포하면서 “기성용 측이 회유와 협박을 한 정황이 담겨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권씨와의 통화에서 해당 내용을 “빼주겠다”던 약속도 어겼다.

이어지는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기성용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반면, 폭로자 측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전략을 세우는 듯한 모습이다.

D: ‘오보 내면(만나주겠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잖아? (중략) 그럼 내가 “B랑 둘이 올라오라고 해라. 당장 내 앞에 와서 사과해라” 전달했어?
권: 그렇지. 그런데 (기성용이)”B하고는 별개고 나는 성폭행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 (중략) 그리고 “만나려고 하면 정정 기사를 쓴 걸 보고 그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면 그땐 만나겠다” 나한테는 이렇게 얘기했지.
D: 아 그렇게 완전히 피할 구멍을 그 형이 다 만들어 놔 버렸네. (중략) 어쨌든 인정하는 건 얘긴 안 했고?
권: 인정하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거기는.
D: 음. 인정하는 게 하나도 없다. 당연하지. 당연하지.

이어 D씨는 권씨에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화살은 당연히 너에게 간다”라며 “성용이 형이랑 녹음한 걸 다 달라”고 요구했다. 권씨가 “그건 안된다”라고 거부하자 D씨는 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내 멋대로 (녹취를) 까면 너 죽는다니까?”라고 말했다. D씨는 곧바로 “이거 협박 아니다”라며 다시 권씨를 달래는 듯한 말을 했다.

녹음 파일 말미에 권씨는 “나와 녹음한 녹음 파일로는 어떤 증거도 될 수 없다”면서 “솔직해져야 한다”라고 하지만 D씨는 “솔직해지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그런 게 있다”라고 답한다. 권씨는 “어떤 게 있느냐”라고 되물었지만 D씨는 “모른다. 몰라도 된다”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때부터 권씨는 “그럼 나한테 빠지라고 했어야지. 날 이용한 것이냐”라고 호소했다. 이에 D씨는 권씨에게 화를 내며 “야, 일단 잠깐만 끊어봐”라고 다그쳤다. 권씨가 끝까지 답을 요구했지만 D씨는 “녹음 파일 좀 보고 통화하자”라며 화를 냈고 전화는 끊겼다.

해당 내용은 기성용 측도 이미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은 3월 17일 “상대방의 중학교 직속 후배로 친한 E(권씨)가 중재를 할 요량으로 양측에 서로 듣기 좋은 말을 만들어서 한 것을 마치 기성용 선수가 잘못을 인정하였다고 상대방은 인용했다”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했다. 이어 “피해자라는 D는 자신의 중학교 후배 E(권씨)가 중간에서 중재한다고 서로 듣기 좋은 말을 만들어서 한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기성용 선수와 아무런 일면식이 없고,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E의 말이 증거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E의 말이 증거가 되지 못함을 상대방은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이를 증거라고 제시한 것 자체부터 상대방은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씨는 지난 23일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단 한 번도 회유와 협박, 강요를 한 적이 없다. 이건 D씨도 내가 그런 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나를 이용하지 말아 주길 부탁드린다. 내 선의가 협박이나 강요, 회유가 되는 모습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라면서 “그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화해하길 바랐다. 이제는 여기서 멈춰줬으면 한다. 내 선의를 이용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권씨는 “진정으로 양측의 화해를 원했고 중재 역할을 하려 했을 뿐이다”라고 거듭 말했다.

<스포츠니어스>가 입수한 녹취록과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폭로자와 박 변호사 측도 그들이 공개한 녹취 파일에 권씨의 중재 의사가 강하게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박 변호사 측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기성용의 회유와 협박 정황’이라며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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