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한일전 논란, ‘벤투 방패’에 협회가 숨진 않았나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25일 일본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하지만 이 경기는 여러 모로 지적할 게 많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설레야 하는 게 축구팬의 기본적인 마음이지만 이번 만큼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던 이 경기는 준비 과정에서도 비판할 일이 많다. 한국 대표팀이 여론과 환경을 무시하고 너무 일방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일전, ‘남의 잔치’ 되지는 않을까
코로나19로 비상 상황이다. 특별하지 않으면 국경을 넘는 일은 대부분이 막혀 있다. 그런데 평가전 한 경기를 위해 각지에서 선수들을 모아 이 시국에 일본에 가는 것부터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10년 동안 하지 않던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이 과연 이 상황에서 추진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패하면 서로 타격이 커 암묵적으로 피하던 그 한국과 일본의 부담스러운 평가전이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에 열린다. 이 한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파주에 모여 일주일간 따로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굳이 이 시국에 국가 간의 이동까지 해야할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일본 입장에서는 그래도 얻을 게 많다. 안방에서 경기를 펼치니 선수단의 방역 문제에서는 일본 대표팀이 벤투호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또한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자국에서 정상적으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는 걸 어필할 필요도 있다. 참고로 한일전이 열리는 3월 25일은 1년간 연기됐던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날이다. 일본으로서는 한일전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게 많다. 속된 말로 ‘남의 잔치’다. 코로나19로 방역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굳이 바다 건너에서 열리는 친선전에 우리가 응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평가전이다. 대표팀은 일본 도착 후 당일 공항에서 항원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검사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호텔로 갈 수 있다. 일본 체류 중에도 매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에야 당일 훈련 및 경기 참가 여부가 결정된다. 호텔, 훈련장, 경기장 외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며 모든 개별 또는 단체 미팅시 1m 이상 거리두기에 나서야 한다. 개별 미팅은 4인 이내로 제한되고 팀 전체 미팅은 개방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일본은 하루 1,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주세종과 홍철 차출, 비판 피하기 어려운 벤투호
그냥 이 정도 상황이라면 평가전을 안 하면 안 될까. 무리하게 추진한 경기인데 선수단 소집 역시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부상 당한 손흥민을 일본전 공식 명단에 포함시켰다가 토트넘의 반대로 결국 뽑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소속팀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울산현대 홍철은 차출을 강행했다. 평소 K리그 경기장에 자주 왔던 벤투 감독이라면 홍철의 현재 상황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홍철은 현재 국가대표 팀에서 뛸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홍철 차출을 강행했다는 건 K리그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를 해온 감사오사카 주세종도 대표팀에 뽑았다가 출국 전날인 21일 밤 9시에 주세종 대신 이진현을 대체 발탁했다. 대표팀에 뽑을 선수의 몸 상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세종과 한 팀인 김영권은 감바오사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하자 팀 훈련도 하지 못했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보기 어렵지만 협회와 벤투 감독은 김영권을 뽑았다.

울산현대 선수들은 이 와중에 무려 7명이나 차출됐다. 홍명보 감독은 “홍철 같은 경우는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대표팀에 뽑혔다”면서 “구단과 소통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홍철의 상황에 대해 파악하지 않고 홍철을 대표팀에 뽑아간 게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산은 당초 6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된 뒤 김인성이 추가 발탁됐고 부상을 입은 윤빛가람을 대신해 이동경이 대표팀에 차출됐다. 7명이나 대표팀에 내준 울산현대는 내달 3일 열릴 성남FC와의 K리그 경기에서 이들을 쓰기 어렵게 됐다. 일본에 다녀온 선수들은 내달 2일까지 파주에서 격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화살, 벤투 감독으로 향해야 하나
무리수와 강행의 연속이다. 경기 개최 자체가 납득할 수 없던 상황에서 선수 선발 하나 하나까지 무리였다. 애초에 응하지 않았으면 전혀 잡음이 없을 평가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톱니가 맞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본에서 귀국한 뒤 일주일 간 집단 격리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K리그는 또 다시 대승적인 차원에서 희생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5일 이상 격리가 필요한 국가의 클럽들은 A매치 차출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임시 규정을 시행하고 있지만 만일 K리그에서 이번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면 ‘매국노’가 될 게 뻔했다. K리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또 다시 희생했다.

황의조(보르도)와 황희찬(라이프치히), 김민재(베이징 궈안), 손준호(산둥 루넝), 김문환(LA FC) 등은 소속팀의 차출 반대로 빠졌다. 협회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해외 팀들은 당당하게 선수 차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울산현대의 홍철은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 점만 보더라도 얼마나 K리그가 많은 걸 희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협회와 대표팀이 상생과 배려는 생각하지 않고 이번 평가전을 강행한 건 아닌지 씁쓸하다.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 과정도 의문이 많지만 적어도 이 평가전 준비 과정과 중재 역할에서는 협회도 큰 비판을 받아야 한다.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았다. 특히나 앞서 언급한 홍철과 주세종의 발탁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화살이 벤투 감독으로만 향하는 것도 아쉽다. 결국 한일전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여기에 구단과의 협조가 부족했던 협회가 더 큰 비판을 받는 게 맞다. 대표팀 감독이 울산 선수들을 대거 뽑고 싶다면 여기에 문제를 재기할 수는 없다. 뽑고 싶으면 뽑아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감독과 K리그 팀들이 소통하기에 문제가 있다면 협회가 나서서 이 부분은 해결했어야 한다. 일본 원정 평가전 자체에 문제가 많은데 비판의 화살이 협회가 아닌 벤투 감독에게만 향하는 건 문제가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협회, ‘벤투 방패’ 뒤에 숨진 않았나
대표팀에서 정보 부족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를 발탁했다면 이건 대표팀 감독과 협회가 동시에 비판받거나 협회가 더 크게 욕을 먹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협회가 아닌 벤투 감독에게만 비판이 쏠리는 건 이상한 현상이다. 협회가 너무 벤투 감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있는 건 아닌가. 울산 팬들에게는 울산 선수들이 대거 뽑힐 게 불만이겠지만 막말로 대표팀 감독이 소속팀 사정을 봐줘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협회는 다르다. K리그와 상생해야 하는 곳이다. 협회가 중재 역할을 더 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조율이 필요했다.

협회는 불과 넉 달 전의 상황을 되짚어 봐야한다. 지난 해 11월 대표팀은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 카타르와 원정경기를 치렀다가 황희찬, 조현우, 권창훈, 이동준, 황인범, 김문환, 나상호가 현지에서 무더기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협회가 전세기까지 띄워 선수들을 복귀시켰고 코로나에 감염된 해당 선수들은 소속팀 복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조현우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불발됐고 황희찬은 소속팀 복귀 후에도 한 달 이상 결장했다. 그런데 넉 달 만에 또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평가전을 한다는 건 여러 모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연 선수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며 혹시라도 모를 상황이 벌어지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평가전 개최와 선수 선발 모두 대표팀과 협회가 무리수를 둔 것 같아 아쉽다. 대표팀만이 축구의 전부가 아닌데 대표팀만 생각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물론 이제 와서 경기를 무를 수는 없다. 이 경기가 강행되는 게 영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이왕하는 평가전이니 좋은 결과를 거뒀으면 한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을 불러들여 잔치를 벌이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우리는 자칫하면 남의 잔치에 들러리가 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2군이라고 핑계를 대기에 한일전 패배는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아무리 불만이 많은 경기지만 한일전이니 이겼으면 좋겠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innKT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