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수원삼성에는 정상빈이 희망을 안겨준 한 판이었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에서 홈팀 수원삼성은 전반전 정상빈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이후 상대 기성용과 박정빈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1-2로 패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한 수원삼성은 A매치 휴식기 동안 이를 만회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이날 경기장에 찾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고작 만 19세에 불과한 선수였다. 지난 포항스틸러스전에서 데뷔전과 데뷔골을 기록한 정상빈은 슈퍼매치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선발로 나섰다. 나이를 감안한다면 제법 무거운 짐을 짊어진 셈이다.

사실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수원삼성의 역사에서는 이미 유주안과 전세진이 먼저 걸어간 길이다. 게다가 그는 만 19세다. 지난 포항전에서 당차게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 경기처럼 하겠다"라고 다짐했지만 과연 슈퍼매치의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그 의심과 우려는 단 15분 만에 끝났다. 김원균과의 공 경합에서 이겨낸 정상빈은 황현수의 다리 사이로 날카로운 슈팅을 때리며 팀의 첫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포항전의 데자뷰였다. 평소 팀 훈련이 끝나고 난 뒤 연습해오던 것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셈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정상빈의 모습에 열광의 도가니였다. 육성응원이 금지됐지만 정상빈이 멋진 모습을 선보일 때마다 관중들은 만 19세 소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은 정상빈이 '빅버드'에서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다.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관중들은 정상빈에게 많은 애정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전반 37분 갑자기 정상빈이 쓰러지고 카트가 들어가자 경기장은 장탄식으로 가득했다. 정상빈이 더 이상 뛰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정상빈이 그라운드 밖을 빠져 나가자 경기장은 격려의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이후 상황을 보면 수원삼성은 정상빈이 더욱 그리울 수 밖에 없었다. 정상빈 대신 투입된 니콜라오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약 10분 가량 뛰고 제리치와 다시 교체됐다. 그리고 수원삼성은 정상빈이 나간 이후 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며 두 골을 내주며 패배했다.

정상빈의 교체 아웃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방 압박 등을 강조하는 수원삼성의 플레이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정상빈이 풀타임을 뛰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상빈이 언제 이렇게 수원삼성에서 중요한 존재가 됐는가"라고 혀를 내둘렀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