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ㅣ수원=명재영 기자] 슈퍼매치다운 슈퍼매치였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6라운드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가 열렸다. 경기는 '2002년생 신인' 수원 정상빈이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수원이 앞서갔지만 전반 추가시간 서울 기성용이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기록하고 후반 35분 서울 박정빈이 집중력을 발휘한 역전골을 만들면서 서울이 소중한 2-1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슈퍼매치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는 반응이다. 지난 몇 년간 양 팀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선수단의 이름값부터 경기력까지 모두 떨어졌고 '슬퍼매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양 팀이 모두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수원은 3승 2무로 무패 3위를 달리고 있었고 서울은 3승 2패로 바로 밑 4위에 있었다.
선수단 대결도 흥미로웠다. 양 팀의 인기가 최절정을 달렸던 2000년대 후반만큼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팬들의 관심을 모을 만했다. 서울은 기성용과 박주영 등 전통의 스타들이 있었다. 특히 기성용이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오면서 큰 기대를 받았다. 수원은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큰 힘이 됐다. 김태환, 정상빈, 김건희 등 유스 출신 선수들이 수원의 무패 행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강풍이 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3,311명의 팬이 방문했다. 코로나 19 방역으로 인해 수용 인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됐다. 이번 시즌은 온라인 예매로만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수원은 지난해 연간회원권 구매자들에게 하루 일찍 선구매 혜택을 준다. 일반 판매는 그 다음 날부터 이루어지는데 수원 구단은 일반 판매를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안되어 전 좌석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취재진도 7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면서 국가대표팀 경기를 방불케 하는 취재 열기였다.
관심 만큼이나 본 경기도 훌륭했다. 치열한 라이벌의 대결이라기에는 2% 부족했던 지난 시간들과 달리 이날 출전한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잘 나갈 때의 슈퍼매치를 떠올리게끔 했다. 이야기도 풍성했다. 수원에는 정상빈이라는 새로운 유망주 스타가 탄생했고 서울은 기성용이 캥거루 세레머니로 유명한 2008년 10월 29일 경기 이후 13년 만에 슈퍼매치에서 골 맛을 봤다.
경기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제일 바쁜 사람은 선수들이 아닌 장내 아나운서였다. 지난 경기들에서는 육성 응원을 허용하지 않는 방역 규정을 잘 지킨 수원 홈팬들이었지만 최대 라이벌과의 맞대결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완벽히 제어할 수 없었다. 기성용의 동점 골 이후 탄식을 비롯한 소리가 경기장에 계속 울려 퍼졌고 장내 아나운서는 후반에만 수십 차례 안내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오랜 만에 이름값을 한 슈퍼매치가 됐다. 기성용이 기자회견에서 "벌써 다음 맞대결이 기다려진다"라고 말한 것처럼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슬퍼매치'가 아니다. 슈퍼매치 그 자체다. 수원과 서울의 부활이 그래서 더욱 반갑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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