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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대구=김현회 기자] 대구FC 최영은이 이병근 감독과의 면담 도중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그의 별명 ‘고라니’ 때문이었다.

대구FC는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홈 경기에서 불투이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이근호와 세징야가 연속골을 뽑아내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대구는 올 시즌 2무 3패 이후 첫 승을 따냈다. 최근 두 경기에서 문경건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던 골키퍼 최영은은 이날 선발로 나서 ‘막강 화력’ 울산에게 한 골만을 내주며 선방했다.

이병근 감독은 이날 선발 골키퍼로는 최영은을 경기에 내보냈고 백업 골키퍼로는 박성수를 올렸다. 지난 전북전에서 실수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문경건은 엔트리에서 빠졌다. 경기 전 이 질문이 나오자 이병근 감독은 신중한 표정으로 “(최)영은이가 그 동안 경기에서 실점과 결과가 안 좋아서 (문)경건이를 넣었는데 경건이가 경험이 없다보니 킥과 키핑이 불안한 게 보였다”면서 “그로 인해서 선수들이 불안해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영은이를 다시 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병근 감독은 “영은이가 두 경기 빠진 상태에서 준비하는 과정이 진지했고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면서 “혹시 나중에 영은이도 부진해서 이런 상황이 생겨 경건이로 다시 바꾸게 되면 두 선수 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은이가 준비를 잘했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게 됐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골키퍼 1번은 영은이다. 영은이한테 큰 실수 없이 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은은 대구에서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조현우와 구성윤 등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도 필요한 순간이 되면 선발로 나서 활약했다. 2018년 대구에서 10경기에 나섰던 최영은은 2019년에는 한 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지난 해에도 10경기에 나왔다. 올 시즌 문경건과 경쟁 중인 최영은은 개막 이후 세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가 이후 두 경기는 문경건에게 골문을 내줬고 이날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그는 안정적인 선방을 펼치며 대구의 올 시즌 첫 승에 힘을 보탰다.

최영은은 활약보다는 독특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가 골문 앞에서 수비수들을 향해 외치는 큰 목소리 때문이다. 마치 고라니가 우는 듯한 소리와 비슷하다면서 최영은에게는 ‘고라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부터 K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와 제한적 관중 입장 경기를 펼치면서 최영은의 목소리는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다. 텔레비전 중계에도 최영은의 목소리는 그대로 전해진다. 그의 이런 모습에 팬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영은은 ‘고라니’라는 별명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병근 감독은 “영은이가 댓글이나 축구 커뮤니티를 보면서 민감해 했다”면서 “별명에 대해 많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라니라는 별명 때문에 그런 것이냐”고 묻자 이병근 감독은 “그렇다”고 했다. 최영은은 인터넷 댓글과 축구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고라니’라고 칭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병근 감독은 “나는 영은이가 뒤에서 큰 소리로 수비진을 지휘해주면 좋다”면서 “그런데 축구 커뮤니티에서 ‘대구 수비수들까지 최영은의 목소리 때문에 집중을 못한다’는 반응까지 봤다면서 울먹였다. 나는 영은이가 우리 팀이 다 잘 되라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잘 안다. 일부러 소리를 작게 내려고 하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최영은이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은이는 우리 팀 1번 골키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병근 감독은 “조광래 사장님께서도 최영은을 따로 불러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오늘은 다른 경기보다 실수 없이 잘 해줬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영은의 독특한 모습에 즐거워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는 이 별명 때문에 눈물을 보일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 골문을 열정적으로 지키는 그에게 새로운 별명을 지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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