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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효창운동장=김현회 기자] “3년 전엔 1부리그에 있었는데 5부리그에 와서 인터뷰를 하려니 민망하네요.” 김해 재믹스축구클럽 소속으로 효창운동장을 밟은 김부관이 경기 후 인터뷰 요청을 받자 건넨 말이다.

김부관은 재믹스FC 유니폼을 입고 7일 효창운동장에서 벌어진 2021 하나은행 FA컵 1라운드 FC투게더와 경기를 치렀다. 이날 선발로 나선 김부관은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부관은 곧바로 그라운드에 벌렁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랜 만에 나선 경기에서 그는 모든 체력을 쏟아 부으며 프로 출신다운 실력을 선보였다.

김부관이 속한 재믹스FC는 K5리그 소속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대다수 선수들은 과거 대학교나 실업 무대에서 활약했던 이들이다. 현재는 대부분이 창원에 위치한 LG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취미로 축구를 하고 있다. 경남-부산 권역에서는 알아주는 강팀이다. 이날도 재믹스FC는 장거리 원정을 왔지만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며 여유있는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부터 김부관이 K5리그 재믹스FC에서 뛰게 됐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이들이 많다. 광주대학교를 중퇴하고 2011년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 입단했던 김부관은 내셔널리그에서 4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했고 2015년 수원FC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2015년 수원FC에서 27경기에 출장해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격을 도운 그는 이듬해 수원FC가 K리그1 무대에 오른 뒤에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2016년에는 25경기에 출장했다.

이후 김부관은 2017년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아산무궁화에 입단했다. 당시 아산무궁화는 안현범과 고무열, 김도혁, 주세종, 이명주 등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했다. 이 틈에서 김부관이 경쟁을 뚫고 아산무궁화 입단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김부관은 아산무궁화 전역 이후 수원FC로 돌아갔다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K리그를 떠났다. 이후 그는 내셔널리그 부산교통공사를 거친 뒤 자취를 감췄다.

수원FC 시절 김부관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김부관으로서는 이날이 오랜 만의 공식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부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서니까 힘들었지만 이겨서 기분이 좋다”면서 “골 넣은 선수가 인터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3년 전에는 1부리그에 있었는데 이렇게 5부리그에서 인터뷰를 하려니 민망하다. 은퇴하고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기분이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1990년생 김부관은 K5리그에서 뛰는 이 시기를 ‘은퇴 이후’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더 이상 선수로서의 도전은 멈췄다는 의미였다.

아산무궁화 이후 좀처럼 근황을 알 수 없었던 그는 이후 상황을 전했다. 김부관은 “내 기량이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면서 “경찰청에서 뛸 때 아픈 데가 많았고 이후 수원FC에 복귀해서도 발목을 다쳤다. 이후에 부산교통공사로 가서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현역을 더 이어가야 하나 선택의 기로에 놓였고 축구를 더 할지, 아니면 일을 배울지 고민하게 됐다. 그때 과거 나를 김해시청에서 지도해 주셨던 김귀화 감독님께서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권해주셨다”고 말했다.

김부관은 현재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다. 정확히는 FC김해 U-18 팀에서 이제 막 아이들 지도를 시작했다. 그는 “과거 수원삼성에서 활약하셨던 김진우 감독님께서 FC김해 U-18 팀을 창단하셨는데 나도 여기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면서 “코치로 일하고 있다. 김귀화 감독님 추천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고 전했다. FC김해와 김진우 감독은 재믹스FC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 중이다. 같은 연고지를 두고 있고 연습경기도 자주 갖는다. 김진우 감독도 재믹스FC에 선수 등록이 돼 있을 정도다.

재믹스FC와 김진우 감독의 관계도 관계지만 김부관은 원래 재믹스FC와 연결돼 있었다. 김부관의 부친과 재믹스FC 김은호 회장이 친한 사이고 김부관도 현역 시절부터 재믹스FC에서 공을 차기도 했다. 김부관은 “집이 부산인데 현역 시절 휴가를 받으면 집에 와서 쉬다가 일요일마다 재믹스FC에서 축구를 했다”면서 “같이 운동하고 밥도 먹고 잘 지냈다.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간 적도 있다. 내가 이 팀에 데리고 온 선수도 있고 김해시청 당시 같이 뛰었던 동료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김부관은 지도자 준비를 하면서 재믹스FC 선수로 등록하게 됐다.

그에게 있어 이번 경기는 또 다른 의미였다.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FA컵을 통해 다시 한 번 공식 무대에 서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김부관은 “너무나 먼 원정길이라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고 웃었다. 그는 “선수들이 다 일정이 달라 누구는 구단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김해에서 올라왔고 누구는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왔다. 호텔 한 곳을 잡아놓고 경기 전날 밤 11시 반에 다 모였다. 나는 김해공항에 차를 대놓고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제 경기가 끝났으니 다시 비행기를 타고 김해로 가 공항에 세워 놓은 차를 빼야한다”고 말했다.

수원FC 시절 김부관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재믹스FC는 이날 승리를 거두면서 FA컵 2라운드에서 부천FC를 만나게 됐다. 프로팀과의 승부에 기대를 거는 재믹스FC 선수들도 많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이제 프로팀을 만난다”며 기뻐했고 구단 관계자들 역시 부천과의 격돌에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부천FC 이영민 감독도 “(김)부관이가 뛰네. 참 좋은 선순데”라고 김부관을 경계했다. 프로 출신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부천 입장으로서는 김부관이 영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부관은 다가올 2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부천FC와의 FA컵 2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그날 김부관의 결혼식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김부관은 “오늘 FA컵에서 떨어졌으면 여기 있는 동료들 모두 내 결혼식에 올 수 있었는데 이겨서 그날 경기를 하게 됐다”면서 “나도 다시 프로팀과 격돌하는 걸 상상하면 설렜다. 그런데 결혼식을 미룰 수가 없었다. 원래 작년 12월에 하려고 하다가 코로나19가 너무 심해져서 50명도 못 모이는 상황이 이어져 결혼식을 이번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김부관은 “결혼식을 다시 연기하기는 어려워 오는 27일에 예정대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면서 “FA컵에서 내가 다시 뛰려면 우리가 부천을 잡아야 한다. 3라운드에 올라가면 좋겠지만 나도 프로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우리가 프로를 이기는 건 쉽지 않다. 대신 동료들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오늘 같이 뛴 동료들은 내 결혼식에 안 와도 된다. 다가올 부천FC와의 FA컵 경기에 집중하고 축의금만 보내면 된다”고 웃었다.

프로 무대에서의 도전은 마쳤지만 그는 이제 지도자로서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FC김해에서 U-18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선수 때가 더 편했다”면서 “그때는 나 자신만 컨트롤하면 됐는데 이제는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에서 소통해야 하고 컨트롤도 해야한다. 선수 때가 몸은 더 힘들었지만 지금은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그래도 잘 배워서 프로팀 스카우트나 지도자가 되고 싶다. 프로의 첫 시작이 수원FC였는데 수원FC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지금은 착실히 잘 배우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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