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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조성룡 기자] 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

전반 15분 눈을 의심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수원FC에서 교체를 단행했다. 전반전에 선수를 바꾸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래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원FC의 모습이 더욱 놀라웠던 것은 전반 15분에 교체를 두 장 썼다는 부분이다.

이런 풍경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올 시즌부터 K리그1의 교체카드 제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IFAB(국제축구평의회)의 결정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교체 카드가 다섯 장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K리그는 A매치로 인해 올 시즌 리그 일정이 빡빡해지는 점을 고려해 K리그1에서만 해당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규정이 변화하면서 K리그1의 교체 제도는 조금 복잡해졌다. IFAB의 안에다가 U-22 제도까지 녹여냈기 때문이다. 경기 중 교체 횟수는 총 세 번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세 번 안에 다섯 명까지 바꿀 수 있다. 대신 교체카드를 다섯 장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기 18명 엔트리 안에 U-22 선수가 2명 이상 있어야 하고 최소 1명은 선발로 들어가야 한다.

수원FC는 이 방안을 최대한 활용했다. 수원FC는 U-22 자원인 이기혁과 조상준을 선발 명단에 넣었다. 교체 명단에는 U-22 선수가 없었다. 어쨌든 선발에 U-22 선수 두 명이 있기에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 이렇게 교체카드 다섯 장을 확보한 것이다. 그리고 전반 15분 만에 둘을 불러들이고 정충근과 김승준을 투입했다.

이 모습은 공교롭게도 상대 팀 대구와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대구 역시 선발 명단에 U-22 자원인 오후성을 넣었고 교체 명단에는 조진우와 이진용이 자리했다. 수원FC보다 U-22 자원이 엔트리에 한 명 더 많다. 하지만 규정 상 대구가 쓸 수 있는 교체카드는 수원FC와 똑같이 다섯 장이었다. 그리고 이병근 감독은 차근차근 교체카드를 썼다.

나름대로 수원FC는 전략을 짜 교체카드를 충분히 활용한 것이겠지만 일각에서는 "그래도 15분 만에 두 명을 교체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라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

김도균 감독은 당시 교체 카드 활용에 대해 "우리 팀에 22세 이하 자원이 많지 않다. 골키퍼 포함해서 네 명이다"라면서 "이 선수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전반 15분에 두 명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사전에 다 계획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알고보니 이들을 조기 교체한 것은 어쨌든 '경험치'를 쌓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교체된 이기혁과 조상준은 둘 다 대구전을 통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따라서 향후 U-22 자원으로 활약할 두 선수가 빠르게 실전에 녹아들도록 김 감독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갑자기 투입해 많은 시간을 뛰는 것보다 천천히 출전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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