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변호사님, 스포츠니어스는 국정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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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기성용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호소인 측 변호사가 다시 한 번 보도자료를 냈다. 박지훈 변호사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성용 선수가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라면서 “이미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성용 선수 본인 또는 소속된 클럽 이외에는 제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려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선수 측의 비도덕적인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보도자료를 보면 이게 과연 사실에 입각한 입장인지에 의문이 든다. 일단 박지훈 변호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보면 박지훈 변호사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몇몇 언론 매체에 공개했다고 나와 있다. 박지훈 변호사는 “통화 녹음 파일에는 ‘기성용 선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정정보도문을 다시 배포할 것을 기성용 선수 측으로부터 요구(강요)받은 피해자 C와 D가 괴로워하며 본 변호사와 상담하고 고민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서 “즉 통화 녹음 파일은 기성용 선수가 본 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인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니어스는 국정원급 여론 조작이 가능한가?
이상하다. 증거로서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C나 D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기성용이나 B와 나눈 대화 내용이어야 한다. 같은 입장의 C와 D가 서로 통화를 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내용을 녹취해 증거로 활용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는 아무리 충격적인 내용이 나온다고 해도 이게 기성용이 이 사건의 가해자라는 걸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 보도자료를 통해 ‘녹음 파일’, ‘요구와 강요’, ‘결정적인 증거’라는 자극적인 문장들이 등장했지만 C와 D가 나눈 대화는 속된 말로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 이건 ‘피해자의 눈물이 그 증거다’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증거는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어야 한다는 걸 변호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황당한 부분이 있다. 박지훈 변호사는 “2021. 2. 24. 늦은 밤부터 2021. 2. 25. 새벽에 이르는 짧은 시간 동안 기성용 선수를 옹호하고 피해자 C와 D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인신공격하는 내용의 엄청난 량의 기사들이 작성되어 이것이 각종 블로그에 폭발적인 분량으로 인용, 게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마치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과 같이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여론조작 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성폭력 논란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이 튀어나오는 건 ‘사실 전달’이 아니라 ‘선동’이다.

2월 24일 늦은 밤부터 2월 25일 새벽에 왜 여론이 바뀌게 됐는지는 간단하다. 이 시점에 <스포츠니어스>가 기성용 과거 동료들의 인터뷰를 내보냈고 오히려 C와 D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였다는 걸 단독 보도했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온 시점부터 여러 매체에서 <스포츠니어스>의 이 보도 내용을 인용했고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도 이 사실이 전달됐다. <스포츠니어스>의 최초 보도가 23일 밤 8시 51분에 나왔고 당연히 이 이슈는 새벽까지 화제가 됐다. 한 순간 이슈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해 이걸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과 같이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여론조작 시도’라고 해석하는 건 사실을 확인하고 법리로 다퉈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짐승과도 같은 가해자’는 누구인가?
물론 C와 D가 2004년 성폭력 가해자로 처벌받았다는 게 기성용과 B가 무고하다고는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 2004년 사건에 미루어 봤을 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몇 년 뒤 똑같은 사건의 가해자로 처벌받은 이력은 C와 D의 주장에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이는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뿐더러 C와 D의 주장에 대한 신뢰성을 법적으로 판단할 때도 참고할 수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박지훈 변호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 같이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할’ 능력도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 변호사의 보도자료에는 ‘감상’이 들어가지 않고 ‘사실’만 적혀 있었으면 한다.

박지훈 변호사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지난 24일 최초 보도자료에서 기성용을 가해자 A로 지칭하며 “짐승과도 같은 가해자들에게 과연 배려라는 것이 필요할까”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과거를 취재해 보니 C와 D가 짐승과도 같은 성폭력 가해자였다. 박지훈 변호사는 C와 D의 성폭력 범죄 사실이 밝혀진 뒤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C와 D는 2004년도 자신들이 저지른 학교 폭력을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당시 철저한 조사를 통해 C, D 모두 엄한 징계 및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성용과 B의 행위는 ‘짐승과도 같은 가해’였고 C와 D의 성폭력은 ‘학교 폭력’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 속에 사과 한 줄로 끝나는 사안일까.

<스포츠니어스>는 기성용과 B의 과거 동료들을 여럿 인터뷰했다. 그들은 “강압적인 성폭력은 없었다”고 했다. 물론 이들 외에 기성용이나 B의 강압적인 성폭력을 목격한 다른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접근 가능한 취재원들 중 그 누구도 기성용과 B의 강압적인 성폭력을 주장한 적은 없다. 혹시라도 C와 D, 그리고 박지훈 변호사가 정말 이 사건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선동이나 감정 싸움이 아니라 그 증거로 진실을 알렸으면 한다. 그래야 그게 정말 피해자일지 모를 C와 D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기성용과 B가 강압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게 맞다면 그 누구보다도 <스포츠니어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술이나 정황은 그 반대 쪽으로 가고 있다.

기성용이 큰 산? 증거만 있다면 에베레스트도 무너진다
박지훈 변호사와 C, D는 자꾸 이 논란을 달걀로 바위치기식으로 끌고 가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들은 대다수의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있고 자신들은 기성용에 비해 너무 힘이 없어서 진실이 묻히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박지훈 변호사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C는 “일층짜리 건물이 63빌딩을 건드리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했고 D는 “와, 이건 너무 큰 산을 건드린 게 아닐까. (성폭력은) 사실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렇잖아요. 돈 있고 백 있고 하면…”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기성용이 63빌딩이고 큰 산인 게 아니다. 정말 2000년에 그런 일이 있었고 이걸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명백한 증거만 있다면 축구 스타 한 명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증거만 있다면 63빌딩이나 큰 산이 아니라 에베레스트도 무너질 수 있다. 감정 호소와 선동이 아닌 사실과 증거로 싸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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