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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전주=김현회 기자] 김상식 감독이 K리그의 빅클럽 전북현대의 수장이 됐다. K리그 최다 우승을 기록 중인 ‘절대 1강’ 전북현대는 초보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에 선임해 K리그 5연패에 도전한다. 과연 김상식 감독은 어떻게 감독으로서의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까. 17일 전북 봉동에 위치한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김상식 감독을 단독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상식 감독은 초보 감독이지만 여유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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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올 시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1차 전지훈련은 경남 남해에서 진행했고 2차 전지훈련은 목포에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목포 사정이 좋지 않아 2차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지금은 여기 클럽하우스에서 훈련 중이다.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려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훈련을 했다. 애로사항이 많다.

해외에도 나가지 못하고 2차 전지훈련도 취소됐다. 훈련량이 괜찮을까.

훈련량은 괜찮다. 1차 남해 전지훈련 때부터 “올해는 따뜻한 해외에서 훈련하지 못하니까 더더욱 부상을 조심하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그런데도 부상 선수가 몇 명 나왔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선수들이 회복해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제는 연습경기 위주로 조직력을 가다듬으려고 한다. 내일은 목포시청과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 원래 우리가 목포에서 하기로 했던 경기였는데 우리가 목포에 가지를 못하니 목포시청이 우리 클럽하우스로 오기로 했다.

훈련 성과는 만족하나.

1차 전지훈련 이후 선수들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나 지우반 체력코치가 아주 혹독하게 선수들을 조련한다고 들었다.

어휴, 말도 마라. 선수들이 지우반하고 재활을 하다보면 “재활 훈련 그만하고 선수단 전체 훈련에 빨리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다치면 재활을 하기 위해 지우반이 그 선수를 담당한다. 선수들이 지우반과 운동하는 걸 정말 힘들어 해서 “지우반한테 가기 싫으면 다치지 말라”고 말한다. 부상을 입으면 치료를 병행하면서 하루에 운동을 지우반과 두 번씩 해야 하는데 나는 지우반의 방식을 존중한다. 지우반은 다친 선수가 재활을 힘들게 하고 선수단에 합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우반 코치는 선수들만 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도 여전히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친 사람 같다. 아까 코치들하고도 지우반 이야기를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지우반 코치가 선수들 재활 훈련을 다 진행하면 웨이팅 트레이닝을 한 다음 자전거를 하루에 두세 시간씩 탄다. 자전거를 타고 브라질까지 갈 기세다. 요즘은 자전거 외에도 아이패드를 켜놓고 비대면으로 하는 챌린지 같은 걸 또 두세 시간씩 한다. 지우반이 원래 철인 3종을 해서 체력이 어마어마하다. 하루에 이런 운동을 한 번만 하는 것도 아니다. 새벽에 자전거 타고 있는 걸 봤는데 저녁에 보면 또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런 체력코치가 있다는 게 감독 입장에서는 좋지 않나.

여기 클럽하우스에서 지우반이 사는 송천동까지 거리가 15km~20km 정도 되는데 지우반은 그걸 뛰어 오고 뛰어 간다. 자동차로도 15분은 걸리는 거리다. 진짜 무시무시한 친구다. 선수들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체력 단련을 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안쓰러울 때도 있는데 지우반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니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정말 미친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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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난 시즌까지 수석코치였다가 올 시즌 감독이 됐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일단 이런 인터뷰가 많아졌다. 그리고 선수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치료실이나 사우나에 잘 안 가게 됐다. 선수들이 불편해할까봐 최대한 조심하는 중이다. 이운재 코치나 김두현 코치가 선수들과 유대 관계를 만들고 같이 내 흉을 봐야 선수들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클럽하우스에서 움직이는 걸 자제하고 있다.

감독이 되고도 선수들 눈치를 봐야한다는 게 웃기다.

코치 시절에는 선수들과 편한 형, 동생으로 지냈다. 치료실에서 같이 ‘노가리’도 까고 사우나에서 알몸으로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을 배려하기 위해 최대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선수들이 깨지 않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혼자 사우나에 몰래 간다. 요새는 선수들 눈치도 좀 봐야한다.

오늘 구단에 박지성 어드바이저가 왔다고 들었다.

유소년 지도자들과 미팅을 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전주에 내려왔다. 유소년 발전을 위한 미팅을 할 예정이고 내일은 목포시청과의 연습경기도 지켜볼 계획이다. 지난 번에 남해 1차전지훈련 때도 박지성 어드바이저님이 내려와서 선수들과 일일이 미팅을 했다. 고민도 들어주고 어떻게 하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더라. 어드바이저가 하루 이틀 만에 효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구단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기다려주면 어드바이저를 고용한 성과가 나올 것이다.

박지성 어드바이저는 정말 전북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내일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미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지성 어드바이저님이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아마 우리 외국인 선수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외국어가 안 되는데 박지성 어드바이저님은 일본어도 되고 영어도 된다. 아마 외국인 선수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성이’에서 ‘박지성 어드바이저님’이 됐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박지성 어드바이저와 전주에서 소주 한잔하나.

지성이가 나하고는 잘 안 놀아준다. 저녁에도 다른 일정이 있는 거 같더라. 오늘은 일정을 마치고 여기 클럽하우스에서 주무실 거다. 원래 전주에 내려오면 다른 좋은 숙소를 마련해 주기로 했는데 굳이 여기 숙소에 와서 잔다고 빈방이 있냐고 물어보더라. 참 신경 쓰인다. 그냥 밖에서 자고 적당히 하고 올라가지….

당신과는 현역 시절부터 정말 친한 사이로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나.

어드바이저가 되기 전에도 자주 연락했는데 지금은 더 수시로 연락한다. 유소년 육성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고 훈련장에 관한 이야기도 한다. 선수 영입에 관련한 이야기도 꾸준히 문자와 전화로 주고 받는다.

과거에 당신이 싸이월드를 통해 “지성아. 퍼거슨 감독한테 한국에 싸고 좋은 선수 있다고 소개좀 해달라”는 글을 쓴 걸 본 적이 있다.

그렇게 퍼거슨 감독한테 말해 달라고 했는데 지성이가 말도 안 해주더라. 맨유에서 날 안 데리고 가니 내가 지성이를 우리 팀으로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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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동국은 농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봤나.

봤다. 아니 축구선수 때는 여기에서 길어야 한두 시간 훈련을 했는데 농구를 시작하면서 농구를 하루에 세 시간씩 하더라. 그 정도로 축구를 했으면 EPL에서 성공하지 않았을까.

이동국이 농구하는 모습을 ‘본방사수’하고 있나.

‘본방’은 못 보고 짤막한 스페셜 영상으로 보고 있다. 요새 동국이가 많이 바쁘더라. 방송 일도 하고 딸인 재시가 모델을 하고 싶어 거기에도 따라다닌다. 재아는 테니스를 하는데 테니스하는 것도 봐준다. 현역 때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여유가 생겨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다. 그런데 내가 재아의 테니스 선생님도 잘 아는데 요새 아주 힘들어 하더라. 매일 동국이가 자기를 불러서 레슨을 한다면서 “아주 손이 많이 간다”고 하더라.

전북 이야기를 해보자. 구스타보가 공격진에 포진한 가운데 일류첸코를 영입했고 김승대도 임대에서 돌아왔다. 과포화 아닌가.

과포화는 아니다. 작년에도 이동국과 조규성까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과포화라고 볼 수는 없었다. 우리가 K리그와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 3개 대회에 도전하고 우승권에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원톱과 투톱을 번갈아 활용하고 싶다. 또한 리그에 임하다 보면 공격수 뿐 아니라 모든 포지션에서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린다. 우리의 모든 포지션은 과포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U-22 자원에 대한 고민도 클 것 같다.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올 시즌에는 교체 카드가 5장이어서 어떻게 활용하면 유리할까 고민 중이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박진성과 이지훈, 기존에 있는 이성윤 등을 잘 활용해서 쓸 생각이다. 이런 어린 선수들이 출장 시간을 늘려가면 선수 개인은 물론 구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가격리가 끝난 바로우의 컨디션은 어떤가.

바로우는 자가격리가 끝나고 어제 합류해서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어제 클럽하우스에 합류하자마자 미팅을 했는데 바로우는 “고국에서 하루에 두 번씩 훈련을 했고 자가격리 기간에도 사이클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개막전부터 뛰겠다”고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살이 찌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믿고는 있는데 일단은 천천히 하라고 했다. 개막전에는 기용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개막전 상대가 FC서울인데 박진섭 감독에게 벌써부터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다.

박진섭 감독과도 친분이 두텁지 않나.

그렇다. 지난 시즌에 박진섭 감독이 광주FC에서 3연패를 당했을 때 한 번 전주에 온 적이 있다. 내가 소고기를 사주면서 위로해주고 내려 보냈다. 그 이후로 박진섭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더라.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진섭아 첫 경기 때 살살해. 이 정도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해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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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쿠니모토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자가격리를 시작한지 4~5일밖에 안 됐다. 자가격리가 끝나도 쿠니모토는 바로 선수단 훈련에 합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부상 부위가 완전치 않아서 지켜봐야 한다. 빠르면 3월 말이나 4월 초에나 경기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또 모른다. 우리 ‘신의 손’ 지우반이 또 빠른 시간이 복귀시킬 수도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같은 건가.

‘안 되면 뛰게 하라’다.

백승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구단에서 연맹에 백승호의 ‘5년 룰’까지 문의했으면 영입은 기정사실화 되는 거 아닌가.

일단 언론에 나온 그대로다. 백승호 영입에 대해 나와 구단 모두 관심이 있어서 연맹에 직접 문의를 했다. ‘5년 룰’은 말끔히 해소된 상태다. 하지만 백승호가 현재 한국에 있지 않아 협상이 쉽지는 않다. 간단하게 끝날 문제는 아니더라. 백승호가 우리 팀으로 올지 안 올지는 100% 장담할 수 없다.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게 잘 풀렸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협상이 쉽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인가.

일단 시차가 달라 그쪽이 편한 시간에 소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조건이 간단치가 않다. 다름슈타트와도 이야기를 해야하고 지로나하고도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만 백승호와 이야기를 잘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소문은 무성하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노력은 하고 있다.

백승호의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봐 왔나.

물론이다. 백승호가 요즘에는 경기에 잘 못 나오고 있지만 그 전에 나왔던 경기를 쭉 지켜봤다.

백승호가 K리그에 오면 통할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궁금하다. 정말 그 친구가 K리그에서 통할지 궁금해서 한 번 풀어보려고 하는 거다. 많은 경기를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K리그에 오면 피지컬이나 활동량, 기술 모두 통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K리그에 오면 전북으로 올 수도 있고 어느 팀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리그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 K리그에서는 감독이 직접 선수에게 연락해 선수의 마음을 흔들어 이적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신도 혹시 백승호와 직접적으로 연락을 하나.

이걸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영업 비밀이라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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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올 시즌 울산현대와 또 다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해야한다.

울산뿐 아니라 K리그의 모든 팀들이 우리와 비기기만 해도 세리머니를 한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고 그만큼 전북현대의 위상이 대단해졌고 큰 팀이 됐다고 생각한다. 모든 팀들이 우리를 잡아보겠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우리의 위상에 자부심을 느낀다. 때론 우리가 다른 팀에 잡힐 수도 있고 올해도 울산 뿐 아니라 선수 보강을 잘한 다른 여러 팀들과 우승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큰 경기에 강하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하지 않나.

자신감이 넘친다.

요즘 선수들과 개인 면담을 많이 한다. 선수들에게 몸 상태도 묻고 팀 분위기는 어떤지, 혹시 요구사항이 있는지, 편한 포지션은 어디인지 등을 묻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보다도 선수들의 의욕이 더 좋다. 감독으로서 부담감도 있지만 중요한 건 상대팀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팀 선수들이 자신감이 있으니 그렇게 믿고 준비하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땐 전북현대가 우승하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투자를 많이 했고 강하다.

리그를 쭉 봐 왔겠지만 우리가 작년과 재작년에 우승했을 때는 운도 많이 따랐다. 울산과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했다. 우리가 우승을 하면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눈높이에 어떻게 맞춰야 하나 늘 고민하고 있다. K리그 5연패를 달성해야 하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성적을 내야한다. 우리가 2006년과 2011년, 2016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아챔 5년주기설’이 나오더라. 계속 이런 패턴이었으니까 올해에도 결승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결승에 가면 당연히 우승을 해야한다. FA컵도 2연패를 노려야 하고 전북현대는 늘 욕심이 많다. 도전해야 하고 욕심을 내야하는 팀이다.

전북현대가 올 시즌 치열하게 경쟁을 펼쳐야 하는 울산현대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도발을 좀 해달라.

도발이라…. 일단 우리 선수들이 울산 선수들보다 앞선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멘탈’까지 앞서고 있으니 울산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아닐까. 이 정도면 도발이 됐을까. 좀 더 도발해야 하나.

이 정도면 도발보다는 자신감으로 보겠다.

그렇다. 자만이 아니고 자신감이라고 이해해 달라.

알겠다. 올 시즌 K리그 5연패와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도전 외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축구는 어떤 모습인가.

항상 이야기해오는 게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골이 많이 터져야 팬들이 즐거워한다. 최다 득점을 이루고 싶다. 경기당 평균 두 골 이상은 넣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올 시즌 개막을 기다리는 전북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팬들 입장에서는 내가 감독을 맡은 점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일 것이다. 내가 전북에서 선수 시절에도 기여했고 코치로도 잘 해왔는데 감독으로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선수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팬들을 믿고 가겠다. 구단과 스태프 간의 조화를 잘 이뤄 올해도 팬들이 원하는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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