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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산=김현회 기자] 올 시즌 상무는 변화가 많다. 상주상무에서 연고지를 김천으로 옮겨 첫 시즌을 치르는 가운데 K리그1이 아닌 K리그2에서 출발하는 것도 특별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바로 김태완 감독의 존재다. 2016년부터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김태완 감독은 올 시즌 많은 변화에도 덤덤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완 감독을 부산 해운대의 전지훈련지에서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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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고 있나.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아서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올해도 선수들과 재미있게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올 시즌은 K리그2에 참가하게 됐다.

우리는 늘 매 시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어서 괜찮다. 군 팀 특성상 선수들이 제대하면 새로운 선수들로 시작한다. 늘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다. 1부리그에서 버티는 거 보다 2부리그에서 1위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이 정도 멤버라면 압도적인 성적으로 승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전승 우승 어떤가.

어휴. 꿈같은 이야기다. K리그2에서도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 K리그 팬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우승하고 승격하는 건 우리만의 문제다. 팬들이 봤을 때는 K리그가 재미있어야 한다. 경남FC를 비롯해 K리그2에 젊은 감독들이 많은데 그 감독들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어떤 경기를 할지 궁금하다. 우리도 K리그가 재미있어지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우리가 독주하면 재미없지 않을까. 재미를 주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K리그2에서는 김천상무가 2부리그로 내려왔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천이 내려온 건 아니고 상무가 내려온 거다. 다들 엄살이 심하다. 다 목표하는 바가 있을 텐데 칼을 감추면서 엄살을 부리고 있다. 우리를 다 노리고 있지 않겠나.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 우리에게도 숙제는 있다. 올 6월에 제대하는 선수가 많아 절반이 바뀐다. 또한 각 팀들과 한 번씩은 격돌해봐야 전체적인 전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모험을 하는 느낌이다. K리그1 외국인 선수들은 그래도 파악을 하고 있는데 K리그2 외국인 선수들은 다 파악이 되지 않았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경남FC로 간 이정협은 얼마 전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상무가 K리그2로 오는 건 반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 K리그1에 있게 해주던가.

듣고 보니 그렇다.

(이)정협이도 자신의 선택으로 K리그2에 왔다. 아마 올 시즌 우리와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FC안양에도 상주상무 시절을 함께 한 백동규와 심동운, 김경중이 있다. 만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3월에 입대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이 선수들은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조규성과 연제운, 김주성, 정승현, 하창래, 명준재, 구성윤 등이 3월에 입대한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육군훈련소에서 한 달 동안 훈련을 마치고 오면 K리그에 곧바로 투입되는 게 어렵다. 그래서 국방부의 협조를 통해 훈련소 입소 후 1주일 뒤에 군번만 받고 선수단에 합류하기로 했다. 우리는 리그가 전쟁이다. K리그라는 전쟁 기간 동안 훈련소에 있다가 K리그라는 전쟁이 끝나면 퇴소하는 게 좀 그렇지 않나. 부대장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전쟁이 끝나면 훈련소에 들어가는 걸로 결정했다. 작년에도 이렇게 5월 군번 선수들이 훈련소에서 군번만 받고 이후에 시즌이 끝나고 따로 다시 훈련소에 들어갔다. 이런 배려 덕분에 성적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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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때 훈련소에 다시 들어가는 게 사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나도 상무에서 복무할 때 그렇게 했다. 군인체육대회가 있어서 일단 군번부터 받고 그 대회에 나갔다가 훈련소로 다시 들어갔다. 군대라는 게 멋모르고 할 때나 알고 할 때나 힘든 건 마찬가지다. 군대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김기동 감독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상무에 지원한 하창래가 내심 떨어지길 바라기도 했다.

나쁜 감독이다. 선수 앞길을 열어줘야지. 우리가 강상우 잘 키워서 보내지 않았나.

쟁쟁한 선수들이 입대하는데 이중 어떤 선수에게 가장 기대를 걸고 있나.

밖에서 있던 평판으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군대에 들어와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선수들을 좋게 본다. 당연히 자기가 대우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우리 팀에 와서 발전이 느릴 수 있다.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마음이 가고 몸이 간다. 와서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 잘해라 너희들.

역시 명장답다.

사실 사회에서의 경력을 조금은 생각한다. 아주 조금….

얼마 전 한 유튜브에서 당신의 현역 시절 탈색한 머리를 봤다.

어허, 그런 건 또 어디에서 봤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는 머리카락이 있었다.

그때는 좀 까불 때였다. 그때는 백발이 되게 멋있어 보여서 용기를 내 탈색을 했다. 그 머리를 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고생을 했는데 그때부터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졌다. 몇 가닥 안 남은 머리카락을 마지막으로 불태웠다.

저런….

탈색은 모발 건강에 굉장히 좋지 않다. 다들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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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홍명보 감독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허, 난 정정용 감독보다도 어리다. 나한테는 ‘정용이 형’이다. 난 이제 만으로 50살밖에 안 됐다.

워낙 젊은 시절부터 지도자를 했으니 나이가 있어 보이는 것 같다. 외모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만46세부터 감독을 했다. 참 운이 좋았다. 2001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2002년 광주상무가 생길 때 나한테 코치로 기회가 왔다. 그때 상무 선수단이 25명이었다가 44명으로 늘어나면서 코치가 더 필요했다. 마침 현역에서 은퇴한 나한테 코치 제안이 왔다. 그때는 지도자 자격증도 없었고 현역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하고 같이 공 차면서 지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상무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상무에서 받은 혜택이 정말 많다. 성인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상무에서 나를 선수로 받아줬고 그때 기회를 얻어 대전시티즌 창단 멤버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은퇴하자마자 지도자로 불러준 것도 상무다. 처음에는 후배들을 위해 1,2년 정도 봉사하다가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했다. 내가 상무로부터 받은 ‘은혜’가 많아서 그걸 갚으려고 시작한 일인데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군 팀 감독으로서 좋은 것도 많을 것 같다.

좋은 게 뭐가 있을지 당신이 한 번 말해보라.

선수가 알아서 오는 팀 아닌가.

그 반대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직접 선수를 뽑을 수가 없다. 어떤 시즌에는 수비수를 뽑아야 하는데 공격수만 모일 때가 있고 어쩔 때는 측면 수비수들만 몰린다. 그러면 속된 말로 ‘포지션 돌려막기’를 해야 한다.

미드필더인데 경쟁률이 낮은 수비수로 지원하는 선수들도 있지 않나.

과거에는 그런 경우도 있었는데 우리는 이제 그런 편법을 금지했다. 누가 봐도 미드필더인데 수비수로 지원하거나 누가 봐도 수비수인데 공격수로 지원하는 등의 편법은 안 된다. 그렇게 지원하면 아예 서류 심사에서 거른다. 그런 걸 봐주면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로 지원해도 되는 거 아닌가. K리그에서 자신이 등록된 포지션으로 지원해야 한다.

입단 청탁도 꽤 있을 것 같다. 물론 당신이 그런 청탁에 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 나는 “난 힘이 없다. 누가 우리 팀에 들어오는지도 모른다”고 자른다. 상무 입단 자체가 이제는 국가 고시에 준할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영입은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방부에서 평가 위원들이 나와서 평가를 한다. 그 분들이 알아서 잘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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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합격 비법을 알려달라. 누구한테 묻는 것보다 당신에게 묻는 게 가장 확실한 비법일 것 같다.

일단 경기에 많이 나와야 한다. K리그에서 많이 뛴 선수들의 점수가 높다. 이게 배점의 60%다. 그리고 국가대표 경력이 20%인데 만점은 거의 없다. 그리고 실기 테스트가 15%를 차지하고 나머지 5%는 인성 검사다. K리그에서 많은 경기에 나온 선수들이 유리하다. 또한 우리 팀도 U-22 조항이 있어서 어린 선수들 중에 경기 실적이 있는 선수들은 빨리 지원하는 것도 정말 좋다. 일찍 군 문제를 해결하면 축구 인생에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인성 검사에서 탈락한 선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성이 5%지만 중요하다. 여기는 군대이고 단체 생활을 해야 한다. 인성이 부족한 친구들이 와서 조직력을 흐트러트릴 수도 있다. 규율이 있어야 하는 곳이고 그게 흐트러지면 안 되는 곳이다. 사회성이 부족했는데 여기에 와서 사회성이 좋아지는 친구들도 있다. 혼자 지내던 선수가 군대를 경험해 보고 ‘이 세상 이렇게 혼자 살면 안 되겠구나’라고 바뀌어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상무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선수들 중에는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게 괴로울 것 같다.

선수들에게는 잔인한 일이겠지만 이게 상무 감독으로서의 장점이기도 하다. 누구 부탁은 들어주고 누구 부탁은 안 들어주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대단히 수준 높은 선수들이 알아서 다 지원하니까 내가 누구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일이 없지 않은가. 이제는 경찰축구단도 없어져서 좋은 선수들이 우리 팀에 오려고 줄을 섰다. 선수들이 자주 바뀌는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지도자로서 많은 선수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건 최대 장점이다. 이것 저것 많은 걸 실험해 볼 수 있다.

군무원 계약을 한다고 들었다.

맞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계약을 1년 갱신했다.

당신이 군무원 연금을 타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다.

조건은 이미 채웠다. 현역 시절 복무 기간까지 포함하면 연금 자격은 된다. 그런데 그거 연금 해봐야 얼마 안 된다. 나이도 65세가 넘어가야 받는다. 연금 받을 때까지 언제 기다리나. 지금 열심히 벌어야지.

당신이 다른 프로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걸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내 가치를 좋게 인정해 주시면 솔직한 마음으로는 고민이 많이 될 거 같다. “김태완 감독이 다른 팀을 지휘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는 거 자체에 감사하다.

우스갯소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입상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 그런가.

아니다. 그렇게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들이 생기면 누군가에게는 그게 또 새로운 기회가 된다. 상무 입대의 새로운 기회를 얻은 선수가 보석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매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올림픽에서 입상했으면 좋겠다. 경찰축구단이 없어지면서 군 복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었는데 많은 이들이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메달을 따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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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해야한다. 우리 팀에 (오)세훈이나 (전)세진이 같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올림픽에 우리 선수들을 보내는 게 나한테도 큰 보람이다. (김)민우가 상주상무 소속으로 월드컵에 나갔을 때도 너무 좋았고 사람들한테 많은 비판을 받았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 선수들이 자꾸 그런 무대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데 민우가 월드컵에 나가서 하는 걸 보니 내가 다 조마조마하더라.

석현준의 병역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알기로는 (들어오는 게) 힘들지 않겠나. 잘 모르겠다. 일단 우리 팀에 올 수 있는 나이가 지났다. 몇 년 전에 ‘이제 이 친구가 들어올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안 들어오길래 ‘군 문제를 잘 해결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 인생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건 존중한다.

이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가 된 선수가 안 들어오면 한 번씩 알아보는 편인가.

주변에서 한 번씩 이야기는 해준다. 나는 해외파 선수들은 잘 모른다. 직접 상대팀으로 뛰어본 적도 없어서 언론을 통해서만 알고 있다. 요즘에는 권창훈이나 이강인을 좀 지켜보고 있다. 백승호도 좋은 선수다. 계속 기사로만 보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내 팀에 오는 걸 한 번씩 상상해보나.

권창훈은 공격적이고 왼발이 아주 좋다. 움직임이 아주 좋아서 부상만 피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 모양이다. 이강인은 어떤가.

지금 와도 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이 두 선수 이야기가 나오니 표정이 밝아졌다.

어린 선수들이 일직 군대에 오면 U-22룰도 해결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활약하려면 절정기에 군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물론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등으로 군 문제를 해결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 나는 대한민국 축구팀을 응원한다. 김학범 감독님도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땄으면 좋겠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올림픽 결승에 가서 멋지게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응원한다.

당신과 대한민국의 올림픽 3,4위전 승부차기를 같이 한 번 보고싶다. 정말 그렇게 응원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무조건 한국 팀을 응원한다. 나를 성적에 눈이 먼 매국노로 몰지 말아 달라.

해외에서 복귀하는 선수들은 미리 당신이나 국군체육부대와 조율을 거치나.

그런 건 전혀 없다. K리그에 돌아와 상무에 입대하는 건 그 선수들만의 생각이다. 그건 지원을 해봐야 안다. 이게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라 매 해 지원하는 선수들의 수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면 그 뒤로는 그래도 조금 경쟁률이 낮아진다. 이것도 타이밍을 잘 봐서 들어와야 한다.

올 시즌부터 김천에서 홈 경기를 한다. 달라진 게 있나.

아직까지는 크게 느낀 건 없다. 이전과 비슷하게 훈련하고 있다. 여기 부산 기장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숙소 생활하는 건 상주 시절과 똑같다. 달라진 걸 크게 실감하지는 못하… 아, 있다. 시장님이 우리를 격려하러 오셨는데 이제는 우리가 미는 게 곶감이 아니라 샤인머스캣이 됐더라. 곶감이 상주의 자랑이었다면 김천은 샤인머스캣이 유명하다.

샤인머스캣 홍보 좀 부탁한다.

청포도와 비슷한 색이라 새콤할 거 같이 생겼는데 엄청 달다. 껍질째 다 씹어 드시면 되니까 먹기에도 편하다. 당도가 아주 좋으니 한 번씩들 김천에서 나는 샤인머스캣을 먹어 보시라.

아직 김천상무가 입에 붙지 않는다. 김천이라고 하면 ‘김밥천국’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말 하면 14만 김천시민들한테 혼난다. 나도 처음에는 ‘김천상무’가 입에 붙지 않고 엠블럼도 어색했는데 자꾸 보니까 괜찮더라. 연고지를 김천으로 옮기면서 나도 김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김천에는 샤인머스캣도 맛있고 자두도 엄청 달다. 아내가 자두를 좋아해서 자주 김천에서 공수해 오고 있다. 김천 특산품 호두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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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김천에서 K리그2에 임하게 됐다. K리그2 경쟁이 매 시즌 혼란스러웠다.

잘 알고 있다. 만만한 팀이 없다. 문제라면 우리 팀이 문제다. ‘지난 시즌에 성적을 냈으니까 올 시즌에도 당연히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동계훈련을 해보니 아직 내 성에는 안 찬다. 선수들에게 늘 K리그2에서 쉬운 팀은 없으니 조심하자는 말을 한다. 우리가 베스트11으로 비교하면 전력이 상대보다 조금은 나을 수 있어도 당연히 이기겠지라는 마음은 버리자고 했다.

늘 그렇지만 동기부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동기부여가 정말 어렵다. 따지고 보면 지난 시즌에 한 번 잘 된 거다. 선수들도 자기 이익이 없는데 희생을 강요받으면 힘들다. 다치면 자기 손해고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고생한다. 그래서 나는 늘 성장과 발전을 이야기한다. 강상우처럼 소속팀에 돌아가서 귀하게 대접받고 연봉도 올리려면 너희의 가치를 보여달라는 말을 한다. 우리가 도와줄 테니 같이 잘 준비하자고 한다. 선수들도 그 마음을 받아들이면 잘하는 거고 못 받아들이면 못하는 거다.

그래도 강상우 같은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게 좋은 예시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 (한)석종이도 우리 팀에서 집중력을 보여줬고 지금은 수원삼성에서 연봉도 많이 받더라. 우리 팀에서 잘하면 누구든 그런 선례를 따라갈 수 있다.

올 시즌에는 김천상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초반에는 K리그2의 속도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올 시즌에는 공격수와 윙포워드가 많은데 비해 중앙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중앙 수비는 3월에 입대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 전에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 전술적으로 선수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우리 팀은 군 팀 특성상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 선수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수가 그 포지션과 전술을 이해하고 경기에 나가는 것과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내가 “너는 거기에 서야 돼”라고 해서 플레이하는 건 정말 다르다. 선수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부담감이 큰 시즌일 것 같다.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런 부담감은 좋은 부담감이다. 성적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싶다. 이런 좋은 멤버를 보유하고도 우승을 못하면 그건 감독 탓이겠지만 선수들에게는 그런 부담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자고 말하고 있다. 재미있게 임하고 싶다. 재미가 있으려면 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호흡이 맞아서 원하는 대로 공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 재미를 찾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정도 과정이지만 이 멤버로 K리그1에 다시 가야하지 않나.

K리그2에는 1부리그에서 내려온 팀들도 많고 2부리그에서 언젠가 한 번 1부리그로 올라가려는 팀도 많다. 모두가 다 목표는 똑같다. 모두가 승격과 우승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우리는 과정에 더 충실하고 싶다.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잡자면 올 시즌에는 우승보다도 경기당 두 골의 목표를 이루고 싶다. 작년에 K리그1에서 포항이 정말 잘했고 득점도 많이 했는데 경기당 두 골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내 기억으론 K리그2에서 경기당 두 골을 기록한 팀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최초로 이 기록에 도전해볼까 해서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 연습경기 하는 걸 보면 아…. 안 되겠더라.

힘내라. 그렇다면 올 시즌 김천에서 김천상무를 맞는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달라.

올 시즌은 김천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의미 있는 해다. 첫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팬들을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김태완 감독은 K리그2 우승과 승격, 그 이상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과연 김태완 감독은 이 화려한 선수단을 잘 이끌고 조직력을 끌어내 K리그1 무대로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그는 이 부담감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김태완 감독과 김천상무 선수단이 김천에서 보여줄 첫 시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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