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리차드 “김태환? 동료일 때 고맙지만 적일 때 제일 싫은 존재”


[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성남FC 리차드는 훌쩍 성장해 있었다.

과거 울산현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리차드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7년 울산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K리그1 58경기 출전 2골 2도움을 기록한 리차드는 이후 호주 A리그로 향했다. 그렇게 리차드는 두 시즌 한국을 스쳐간 외국인 선수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리차드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팀은 달라졌다. 울산이 아닌 성남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 경험이 이미 있는 만큼 리차드는 더 노련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포츠니어스>는 부산에 위치한 성남의 전지훈련장에서 리차드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만나서 반갑다. 한국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한국에 와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하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나는 일찍 합류한 편이다. 1차 제주도 전지훈련을 거쳐 부산 전지훈련까지 열심히 참여하면서 팀에 녹아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연습경기 등을 통해 준비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역시 자가격리가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2주 동안 한국에 들어온 모든 이들이 해야하는 것이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훈련을 못했다는 점이다. 성남에서 지원을 해준 덕분에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했다. 하지만 공을 가지고 훈련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국에 입국한 이후 자가격리 초반에는 시차적응이 힘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한국 시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일어나서 혼자서 아침을 해먹고 2~3시간 정도 훈련을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공부를 했다. 저녁 먹고는 여유롭게 노래도 듣고 친구나 가족들에게 연락도 했다.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홀로 외로이 이 시간을 버틴다는 것도 힘들었다. 만일 가족들과 함께 자가격리를 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은 꾸준히 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지 못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언제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나던가?
여러가지가 있다. 음식을 먹을 때도 한국어가 들릴 때도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훈련 시간에 선수들끼리 공 돌리기 게임을 하면서 내기에 목을 멜 때 K리그에 돌아온 것이 느껴졌다. 나도 이 게임을 하면서 공짜 커피를 오랜만에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하하.

게다가 훈련 시작하기 전에 모두가 모여서 감독님이 어떤 훈련을 진행할지 설명을 듣는 것도 한국의 문화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한 번 모여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는 것에서도 내가 한국에 왔다는 것을 느낀다.

공짜 커피를 먹는다는 것은 내기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아직까지 내가 공 돌리기 게임에서 걸리거나 진 적이 없다. 이왕 먹는 것이니 비싼 커피로 먹는다. 프라푸치노를 벤티 사이즈로 먹는다. 성남에서 공 돌리기 게임은 베테랑과 중간, 그리고 신인급으로 나뉘어 한다. 나는 주로 신인이나 중간급 선수들 사이에 껴서 한다.

프로 생활이 몇 년인데 신인들과 한다는 것은 반칙 아닌가?
반칙이 아니다. 내 프로 경력은 많지만 성남에서 나는 1년차 신인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신인 단계부터 시작해 10번 공짜 커피를 얻어먹을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갈 예정이다.

울산을 떠나고 약 2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내가 울산을 떠난 이후 호주의 멜버른으로 향했다. 이적이 사전에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멜버른으로 떠났다.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항상 무언가에 도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가 왔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그곳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부상도 있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최상의 경기력과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도 멜버른 시티와의 계약이 남아 있었던 상황이지만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에서 또다른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좋은 기억이 있었다. 특히 성남 또한 올 시즌 좋은 성적에 도전한다고 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새로운 도전과 잘 맞물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 와 성남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도전을 하게 됐다. 나와 성남의 도전이 긍정적이길 바란다.

과거에 성남이라는 팀을 알고 있었는가?
내가 울산에서 뛰고 있을 때 성남은 K리그2에 있었다. 그래서 직접 경기장에 만나 상대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성남이 2018시즌에 K리그1으로 승격했다는 건 안다.

내가 뛰었던 울산이라는 팀은 10경기 하면 9경기 이기는 팀이었다. 승리하는 것이 당연한 팀이었다.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뛰게 될 성남은 아무래도 다른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이 더욱 넘쳐난다.

성남의 경우 나보다 선배인 선수도 많지만 주로 어린 선수들이 많다. 다같이 하나가 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기회가 우리에게 온다면 파이널A에 진출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전술적으로도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나는 항상 백 포 전술에서만 뛰었다. 성남에서 처음으로 백 스리나 백 파이브를 훈련하고 있다.

역시 울산에 대한 추억이 많다. 기억하고 있는 동료가 있는가?
네 명 기억한다. 정승현과 김태환, 그리고 Army team(군대 팀)에서 뛰는 이명재와 전남드래곤즈에서 뛰는 이종호가 친구다.

파이팅 넘치는 김태환을 이제 상대로 만나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태환 그 친구는 파이팅이 넘친다. 같은 팀 동료 입장에서는 그가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다른 팀으로 만나게 된다면 정말 싫어하게 될 것 같다. 조만간 울산을 만나게 된다면 김태환의 발을 먼저 밟아야 할 것 같다. 하하. 농담이다.

아무래도 울산 원정을 가게 되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나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울산 원정을 가더라도 친정팀을 만난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못할 것 같다. 가장 큰 부분이 선수단이다. 내가 있을 때 함께했던 울산의 팀 동료들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적했다. 심지어 정승현도 곧 군대에 간다. 사실상 김태환 정도만 알고있을 뿐이다.

나를 가르쳐주던 김도훈 감독도 이제는 울산에 없다. 내게 있어서 울산은 완전히 새로운 팀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입장도 쉽지 않다. 과거 나를 응원해주던 팬들이 경기장에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날 기억하는 팬들도 경기장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정팀을 다시 만난다는 느낌을 쉽게 받지 못할 것 같다.

김도훈 감독과 연락은 주고 받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내가 호주에 있을 때도 서로 생일에 안부를 물었다. 이번에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김도훈 감독이 듣고 내게 잘 할 수 있다고 좋은 모습 보이라고 많은 격려도 해줬다. 김도훈 감독과 나는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래서 김도훈 감독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함께 골프 라운딩이라도 했는가?
전혀. 내가 김도훈 감독과 골프를 치지 않았기에 좋은 관계가 유지됐다고 생각한다. 내 골프 실력은 정말 형편없기 때문이다. 아마 김도훈 감독과 라운딩을 했다면 김 감독이 내게 많은 욕을 했을 것이다. 하하. 나는 손으로 무언가 다루는 것을 잘 못한다. 손은 그저 운전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손의 능력이 죄다 발로 간 것 같다.

이제 성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김도훈 감독이 아닌 김남일 감독과 함께 생활한다.
내가 성남과 계약하기 전에 김남일 감독이 직접 내게 연락을 해줬다. 김남일 감독은 전화를 통해 자신과 성남이 나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처음 개인 면담을 가졌을 때 김 감독은 내가 우리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김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카리스마가 넘친다. 하하. 항상 선수들을 지켜본다.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선수 개개인마다 어떤 지시를 내리고 어떤 훈련을 보강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느껴진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개인 미팅을 하거나 그라운드 밖에서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농담도 많이 한다. 감독과 선수 관계 뿐 아니라 김남일 감독이라는 사람 자체가 좋은 것 같다. 나를 그렇게 대해주시니 감독님의 성공과 우리 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그렇다면 한국 후배들을 잘 이끄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축구에 있어서 나이 차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이나 서열에 신경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나를 외국인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의 경력과 경험을 인정하는 것을 느낀다. 어린 선수들이 내게 격식을 갖추는 것이 느껴진다. 이들과 편하게 하면서 서로 돕는 사이가 되고 싶다. 나 또한 내가 경험했던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이나 울산은 다들 스타 플레이어로 가득한 팀이다. 성남은 그들에 비하면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여기에 경험 있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감독님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하는 편이다.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독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나 또한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5~6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훈련이 끝나면 독서나 글쓰기를 하면서 나중에 뭘 해야할지 생각한다. 이제 나도 어느 정도 경력과 나이가 있으니 그런 걸 감안해야 한다.

나 역시 어릴 때 주로 게임을 많이 했고 밖에 나가 쇼핑하고 친구들과 놀다 밤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 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는 한국이 외국이기 때문에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집에서 뭘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면 된다. 나 자신이 무엇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 명의 선수이자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어린 선수들에게 하는 편은 아니다. 나도 어렸을 때 나이 많은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반발감을 느꼈다. 대신 내가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나 자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따라하게 된다.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과거 울산에 있을 때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성실하게 하지 않았고 주로 놀러 나갔다. 하하. 하지만 이제는 한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을 듣는다. 이걸 꾸준히 하지 않으면 과거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 다 까먹게 된다. 어릴 때와 분명히 내 마인드는 달라졌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진다. 올 시즌 K리그는 어떻게 보는가?
사실 K리그1은 정말 예측이 쉽지 않은 리그다. 전북이나 울산이 아니라면 다 비슷한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두 팀도 따라잡힐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K리그1은 좋은 전력을 갖춘 팀들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정말 방심하면 안된다.

일단 성남은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겨야 한다. 특히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 자신감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즌이 흘러갈 수록 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과거 경남FC를 한 번 보라. K리그2에서 우승하고 K리그1으로 올라왔을 때 다들 비관적인 예상을 했다. 아무리 2부리그 우승팀이라고 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격한 이후 내 기억이 맞다면 경남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성남 또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K리그는 너무나도 경쟁이 심한 리그다.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도 그렇다. 오스트리아 리그의 경우 시즌 시작하기 전에 이미 그 시즌의 순위표를 쉽게 예상할 정도다. 한국은 각 팀 간 전력 차이가 거의 없다. 아마 4위부터 12위까지는 정말 촘촘할 것이다. 몇 경기 이기면 순위가 쭉 올라가고 몇 경기 지면 끝없이 추락한다.

호주에 있을 때도 다른 팀 동료와 K리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정말 경쟁이 심한 리그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K리그를 경험했던 선수들은 더욱 공감하는 이야기다. 지난 시즌 상위권에 있는 팀이 강등당할 수 있고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팀이 갑자기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도 있다. 각 팀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힘겨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가… 지금은 개인의 욕심이나 목표보다는 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은 넘치는 자신감이다. 이걸 주변 선수들에게 열심히 전파하겠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내가 팀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우선적으로 고민하겠다. 팀의 좋은 성적과 결과를 위해 헌신하겠다.

인터뷰 고맙다. 가끔은 공 돌리기 게임에서 져서 동생들에게 커피 한 잔씩 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천만에. 내가 내기에서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동생들에게는 또다른 동기부여이자 도전이다. 매번 커피를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다. 만일 내가 전력을 다해도 진다면 그 때는 기쁘게 커피를 살 생각이다.

약 2년의 짧은 시간이지만 리차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성숙해졌다. 리차드는 더 넓은 시야로 K리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 시즌 성남에서 리차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리차드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무거운 책임감을 잘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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