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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산 | 김현회 기자] 현재 <스포츠니어스>는 K리그 22개 구단 중 15개 구단의 전지훈련장 취재를 마무리했다.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이야기를 팬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로 이적한 선수, 이번에 주장이 된 선수, 수년 동안 언론을 대하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K리그 최고령 감독 등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 축구 이야기를 듣고 있다. <스포츠니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네이버TV,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하는 중이다.

모순투성이 전지훈련장 출입 기준

코로나19 여파로 취재가 원활하지 않다. 아니, 극도로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사전에 구단에 철저한 방역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뒤 취재를 떠나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내려지면 이 음성 확인서를 들고 현장으로 떠났다. 구단 클럽하우스에 취재를 하러 가야할 때는 방역복까지 구해 입었다. 구단과 사전 허용된 대면 인터뷰가 아니라면 선수단과의 접촉도 최대한 자제했다. 오랜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과 전지훈련장에서 만나도 멀리서 손을 흔드는 게 다일 정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인 구단의 방침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여러 전지훈련장을 돌아다녀보니 일관되지 않은 방역 수칙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 의문이 든다. 한쪽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역 수칙에는 모두가 동등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안 지키면 결국에는 방역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최근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구단의 방침을 지키며 제주도와 거제, 통영, 고흥, 벌교, 부산, 광양 등에서 전지훈련을 취재해 보니 방역 수칙에 모순이 많다는 걸 크게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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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땅’ 남해, 누군가는 막 들어가더라

A팀 훈련장에서 선수단과 멀찌감치 떨어져 훈련을 참관하고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지만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할 수 없어 전체적인 훈련만 지켜봤다. 이때 훈련을 보기 위해 온 한 에이전트가 옆에서 말했다. “다음 취재 일정은 어디이신가요? 저는 남해로 갑니다.” 경남 남해는 취재진에게는 ‘금지된 땅’이다. 남해군이 철저한 방역을 선언하며 전지훈련 취재진에게 문을 걸어잠궜기 때문이다. 남해로 전지훈련을 떠난 구단에 모두 연락을 해 “혹시 취재가 가능하냐”고 묻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남해는 선수단 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방침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었다. 남해는 취재 일정에서 아예 빼놓고 동선을 짜야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첫 번째 목적이니 불만이 있지도 않았다. 아쉽지만 남해에서 훈련하는 팀들은 다음 기회에 취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남해 출입이 가능했다. 이들은 자신의 선수를 관찰하거나 용품 등을 전해주기 위해 자유롭게 남해를 드나들었다. 남해에서 숙박도 가능했다. 이렇게 말하면 취재 허가 못 받은 ‘기레기’의 투정 정도로 받아들일 이들도 있겠지만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었다. ‘남해는 안 된다며….’ 그래도 방침이라니 지켰다.

호남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B팀을 취재하러 갔더니 이 팀은 방금 남해에서 연습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타 지역에서 K리그 팀들이 많이 모여 있는 남해로 연습경기를 위해 들어가고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이 팀들은 오전까지 다른 지역에 있다가 남해에 가서 연습경기를 하고 다시 캠프로 복귀한다. 남해로 연습경기를 하러 들어가는 C팀 관계자에게 “혹시 연습경기 취재가 가능하냐”고 묻자 “남해군의 철저한 방침으로 인해 취재진은 남해로 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외부에서 30명이 넘는 선수단도 남해로 들어가고 에이전트도 들어가는데 취재진만 못 들어간다. 방침이 이렇단다.

같은 공간 다른 방침, 그리고 예외

지자체 뿐 아니라 구단들의 방침도 다 다르다. 대전하나시티즌으로부터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선수단 인터뷰 허가를 받은 뒤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 리조트로 향했다. 그런데 리조트에 도착해 본 광경은 황당했다. 이 리조트에는 대전 선수단과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이 같이 머물고 있었다. 인천은 사전에 취재 문의를 했을 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 취재진을 받을 수 없다”고 했었다. 한 리조트에서 한 팀은 취재진을 거부하고 한 팀은 취재진을 반기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일관적이지 않은 방침에 실소가 나왔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대전 선수단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 사이 인천 선수단은 그 어떤 제지도 없이 리조트 로비를 오갔고 카페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지만 인사도 할 수 없었다. 인천의 방침은 취재진의 취재 불허였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또 다른 매체 기자 역시 “한 숙소에서 한 팀은 취재가 되는데 한 팀은 이를 허가하지 않는 상황이 코미디 같다”면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모순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참고로 이 리조트는 대전과 인천이 떠난 뒤 수원삼성이 썼고 수원삼성 역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취재진을 받았다.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답답함과 아쉬움을 느끼며 제한된 동선 안에서 피해가 가지 않도록만 움직였다. 인천이 취재진에게 문을 열지 않은 건 그들만의 깐깐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천 선수단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거제까지 가 인천 선수들을 외면하고 대전 선수들만을 취재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 인천유나이티드에서 공개한 영상 하나를 보며 눈을 의심했다. 한 인터넷 크리에이터가 아예 인천 선수단에 합류해 선수들과 훈련하는 영상을 구단 공식 계정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크리에이터는 앞서 언급한 바로 그 경남 거제에서 선수단 훈련에 참가했다. 구단은 “이 영상은 방역 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고 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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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많은 방역 수칙이 혼란스러워

이 영상에서 해당 크리에이터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선수들과 어울려 땀을 흘렸고 어깨동무를 하며 대화까지 했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겠다면서 특정 외부인이 선수단과 뒤엉킨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도대체 이 방역의 기준이 뭔지, 왜 자꾸 예외가 생기는 건지 의문이다. 현재 인천은 취재진을 차단한 채 보도자료만 언론에 제공한다.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인천 소식은 구단에서 제공한 텍스트와 사진 뿐이다. 깐깐한 방역 수칙에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있는 와중에 선수단 훈련을 체험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이 올라오는 건 너무 일관성이 없다.

인천뿐 아니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예외가 많아지면서 혼란스럽다. 취재진은 가서 대접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팬들이 궁금한 걸 묻고 팬들이 흥미로워 할 수 있는 걸 전달하는 이들이다. 취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는 이들이 아니다.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나 하나 때문에 K리그 전체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자꾸 전지훈련장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예외가 생기니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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