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버프’ 제리치의 기대 “박건하 감독의 수원은 강팀”


[스포츠니어스|거제=조성룡 기자] 수원삼성 제리치가 새 팀에서의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 영입된 제리치는 벌써 K리그 네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제리치의 한국 생활은 다사다난했다. 강원FC에서 뛴 K리그 첫 해에는 36경기 출전에 24골 4도움을 기록하며 ‘특급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좀처럼 두자릿수 득점을 하지 못했다.

이후 제리치는 경남FC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절치부심했지만 거기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수원이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제리치는 새로운 팀에서 강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그의 눈빛은 비장함과 굳은 의지로 가득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상남도 거제의 수원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제리치는 그런 느낌과는 달랐다. 오히려 그는 다정하고 친절했다. 과거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던 제리치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그는 <스포츠니어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금부터 유쾌한 제리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반갑다. 수원에서의 전지훈련은 어떤가?
여태까지 재활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건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팀 훈련에 합류해 동료들과 스케줄을 소화했다. 혼자 하는 것과 달리 팀 훈련은 기분이 좋다. 즐겁게 수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2주 자가격리를 거쳐서 더욱 그럴 것 같다.
이번이 두 번째 자가격리 경험이라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세르비아에서 한국에 오기 전 세르비아 현지 트레이너를 만났다. 그 분에게 격리 기간 동안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부탁해 받았다. 그 트레이너가 내게 체계적인 훈련 계획을 짜 주었다.

덕분에 한국에 입국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을 때 매일 그 프로그램을 따르면서 보냈다. 게다가 수원 구단에서 런닝머신 등 여러가지 운동기구를 준비해 주었다. 그래서 집에서 조깅 등 좀 더 다양한 훈련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이번에 아들이 태어나 더 열심히 해야한다.

아들이 태어났다고?
육아가 정말 쉽지 않다. 한 달 전에 아들이 태어났다. 이름은 ‘레오’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 모두 세르비아에 남겨두고 나 혼자 한국에 왔다. 내가 올해로 한국 생활이 4년차지만 처음으로 혼자 지내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어렵지만 그래도 프로 선수 생활을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배틀 그라운드’를 하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쉽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배그’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이제 한국에서는 전지훈련에 집중해야 해서 ‘배그’할 시간이 정말 없다. 내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배그 고수였다. 치킨도 300마리 정도는 거뜬하게 해치웠다. 지금은 실력이 많이 줄었다. 그저 그렇다.

레오? 리오넬 메시 팬이었나?
아니다. 진짜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메시를 좋아해서 그렇게 이름 지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레오라는 이름을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다. 심지어 나는 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

그 이름 한국에서 금지어다.
그런가? 무슨 일이 있었는가? (통역이 ‘날강두’ 사건을 간략히 설명했다) 나는 잘 몰랐다. 그저 부상을 당해서 나오지 않은 줄 알았다. 하하. 당신의 조언 잘 듣도록 하겠다.

다시 하던 이야기를 하자. 아이가 있는 유부남 선수들은 전지훈련을 참 좋아하더라.
맞다. 동의한다. 내가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전지훈련이 오히려 편한 점이 있다. 육아를 할 때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쉽지 않다. 특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거 강원FC에 있을 때 빌비야도 육아로 그렇게 힘들어했다. 하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 전까지는 이야기만 들었다. 아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축구할 때 집중력도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내 상황이 되니까 정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지만 적어도 6개월 동안은 혼자 지내는 것이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족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K리그를 위해 지금 집중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아내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수원의 전지훈련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고 다가오는 K리그1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올해 ‘분유 버프’를 기대해도 될까?
내가 처음 K리그에 와서 보여준 모습은 그래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너무나 아쉬운 모습 또한 많이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겹쳐서 많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고 코로나19도 있었다. 지난해는 내게 정말 어려운 시기였다.

그만큼 나는 올해 기대감도 크고 많은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다. 말한 것처럼 아들도 태어났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야 한다는 동기부여 또한 높다. 개인적으로 지난 이야기는 하기 싫다. 지나간 이야기자 과거일 뿐이다. 앞으로 내가 수원에서 뛸 것에 대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정말 좋은 팀이다. 지금도 수원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염기훈을 비롯해 김민우, 한석종, 헨리 등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밖에서 지켜보거나 이들을 상대하다가 동료로 직접 만나니 다들 좋은 선수이자 좋은 친구라는 것이 더욱 실감나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강현묵을 많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연습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넣는 활약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걸 보면서 강현묵이 언젠가는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설레발’이지만 강현묵이 미래에 대표팀 선수도 하고 유럽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박건하 감독님과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수원삼성의 축구를 많이 봐왔고 박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잘 알고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한국 생활 4년차다. 그만큼 한국과 수원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덜 필요하다.

내가 수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에는 박건하 감독님이 있다는 점이 크다. 사실 나는 박건하 감독님 때문에 수원삼성으로 왔다. 박건하 감독님이 지도하는 수원은 강팀이다. 나는 그걸 안다. 내가 이런 좋은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수원이라는 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새롭고 즐겁다.

당신은 타가트의 후임이다. 그래서 많은 비교도 될 것 같다.
굳이 내가 타가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지는 않다.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내가 이 수원이라는 팀에서 어떤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싶다. 내 커리어에 수원이라는 팀이 새겨졌고 나는 그 팀을 위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지 수원의 역사에서는 정말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다. 타가트 뿐만 아니라 조나탄이나 산토스, 데얀도 모두 좋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수원이 강한 이유는 한 명의 선수 때문이 아니다. 수원이라는 팀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공격수들도 성공할 수 있었다. 올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열심히 하고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공격수에게 ‘비교’는 숙명인 것 같다. 과거에는 말컹과 비교되지 않았는가?
기억난다. 아마 2018년? 내가 한국에 온 첫 시즌이었을 것이다. 말컹은 진짜 훌륭한 선수다. 한국에 와서 봤던 공격수들 중에 말컹은 최고였다. 특급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말컹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말컹은 힘이 강했고 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조금 비교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컹 뿐 아니라 K리그는 정말 훌륭한 특급 공격수들이 많다. 울산 주니오나 인천 무고사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배울 만한 공격수다. 물론 나는 이들과 비교되는 것을 잘 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비교당하는 것에 의식하지 않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수원의 우승을 돕고싶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얼마 전에 전남 사무엘이 당신의 이야기를 했다.
사무엘! 잘 알고있다. 세르비아에서 1년 동안 같이 생활을 했다. 당시 내가 21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사무엘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정말 아주 좋은 친구이자 좋은 선수다. 그 이후 4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친분은 여전하다. 매일매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한다.

사무엘이 K리그에서 물어봤을 때 나는 “한국과 K리그가 쉽지는 않을 거야”라고 이야기해줬다. 나는 사무엘이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좋은 선수다. 하지만 한국에 적응할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 적응 기간만 지난다면 사무엘은 전남에서 중요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아도 사무엘이 한국 적응을 ‘빡세게’ 하고 있더라.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전남에 합류하고 첫 끼로 매운탕을 먹었다고 하더라.
정말? 하하하. 나도 매운탕 안다. 생선이 들어간 매운 국물요리 아닌가? 외국인에게 쉽지 않은 요리다. 근데 나는 사무엘에 대해서 음식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뭔가?
진짜 걔는 정말 이상한 놈이다. 예전에 세르비아에 있을 때 사무엘과 친하게 지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근데 한 번은 사무엘이 나와 동료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겠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기대를 하면서 메뉴를 물어봤다. 그런데 사무엘이 ‘달팽이 요리’라고 하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달팽이 요리라니.

나는 달팽이 요리에 문화 충격이 왔다. 그래서 “진짜 이상한 놈이네. 난 안갈란다”라고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 빼고 다른 친구들이 사무엘 집에 놀러가서 달팽이 요리를 먹었다. 그들 말로는 맛있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신기한 놈이다. 내가 봤을 때는 매운탕도 잘 견디고 맛있게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사무엘을 연습경기에서 만날 예정이다. 무려 4년 만이다. 물론 SNS 메시지로 매일매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직접 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 뭐 다른 건 안바라고 아직까지 늙지 않고 잘생기기를 바란다. 하하.

심지어 김현욱을 사무엘과 연결 시켜줬다고 들었다.
김현욱이 강원에서 나와 함께 뛰었다. 정말 좋은 친구이자 선수다. 강원에 함께 있었을 때 함께 커피를 마시러 자주 가기도 했다. 사무엘이 전남에 입단했을 때 내가 사무엘에게 김현욱을 소개시켜줬다. 김현욱이 사무엘을 많이 도와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김현욱은 사무엘에게 내 흉내를 그렇게 낸다더라. 거참. 그래도 잘 챙겨준다니 다행이다.

사무엘을 챙겨주는 것만큼 룸메이트 정상빈도 좀 챙겨주면 안될까?
나는 잘 챙겨준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가?

둘이 한 방을 쓰면서 한 마디도 안한다고 들었다.
나는 문제 없다. 문제는 정상빈 쟤다. 하하. 농담이다. 정상빈이 영어를 못한다. 나와 정상빈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정상빈이 영어를 못하니까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방에 수건이 두 개가 있다. 그럼 하나는 내 꺼고 하나는 정상빈의 것이다. 그럼 나는 먼저 “내가 어떤 걸 쓸까?”라고 물어본다. 근데 정상빈은 대답이 없다.

정상빈과 내가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한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조금 불편함은 있다. 그래도 나는 정상빈을 이해하고 좋은 룸메이트라고 생각한다. 정상빈은 착한 선수다. 다만 그가 팀에서 막내기 때문에 조금 부끄럽고 낯을 가리는 것 같다.

정상빈이 영어를 배우도록 학원에 등록시켜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 나도 영어를 ‘야매’로 배웠다. 내가 세르비아 사람이라 영어를 거의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 과외 선생님은 다름 아니라 지금 부산아이파크에 입단한 발렌티노스였다. 세르비아 사람인 내가 한국에서 키프로스 사람에게 영어를 배웠다. 이거 참 재밌는 일이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쳐 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수원 선수들 중에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내게 찾아오면 된다. 단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완벽한 영어는 아니니 감안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수업료를 내야한다. 돈만 주면 잘 가르치겠다. 이것은 정상빈도 마찬가지다. 룸메이트 할인 없다. 하하.

정말 신기하다. 수원에 온 이후 당신이 웃는 일이 부쩍 늘었다.
무슨 소리인가. 나는 한국 생활을 하면서 쭉 이렇게 웃는 모습으로 생활했다. 다만 경기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경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표정이 굳거나 때론 화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경기장 밖으로 나오면 나는 정말 착한 사람이라고 내 자신을 믿는다. 앞으로 착하게 봐달라.

알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제리치의 목표는?
물론 우리 수원이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우승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있다. 일단 나는 올 시즌 20골 이상을 넣고싶다. 그런데 약속은 하지 않겠다. 내가 항상 시즌 초에 이렇게 약속을 하면 꼭 못지키더라. 다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 팬들에게는 아직 입단 초기이지만 벌써부터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다. 지난 시즌에는 대부분 팬들 없이 경기하면서 연습경기 같은 느낌이었다.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팬들을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어쨌든 팬들을 만나 경기장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올 시즌 나와 수원 모두가 잘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제리치는 인터뷰를 하며 시종일관 즐거운 모습이었다. 통역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기자의 모습을 따라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고 자신이 먼저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둔 마음만큼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첫 해의 영광도 잊지 않았고 지난날의 실패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올 시즌 제리치는 성공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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