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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거제=김현회 기자] 지난 시즌 수원삼성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감독이 교체됐고 팀도 흔들렸다. 수원삼성으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선수의 등장은 걱정이 가득했던 수원삼성에 한 줄기 희망이었다. 바로 캐나다 출신 수비수 도닐 헨리다. 캐나다에서 온 이 중앙 수비수는 느리고 둔탁할 것이라는 걱정과는 달리 수원에서 데뷔하자마자 가장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이끌었다.

그런 헨리는 지난 시즌 막판 고국으로 돌아가 무릎 수술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자가격리를 마친 뒤 현재 수원삼성의 동계 전지훈련지인 경남 거제에서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팀 동료들은 전술 훈련 중이지만 헨리는 홀로 재활 훈련을 하면서 그라운드 복귀를 준비 중이다. K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헨리를 직접 전지훈련장에서 만났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지금부터 헨리와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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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몸 상태는 어떤가.

지금 몸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팀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많이 힘들었다. 격리를 두 번이나 해야 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갈 때 한 번, 그리고 이번에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한 번 이렇게 2주씩 두 번이나 자가격리를 했다. 한달 동안 집에서만 생활하려고 하니 아주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몸이 많이 힘들었는데 팀에 복귀하게 돼 행복하다. 올 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다.

격리를 두 번 하는 동안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나.

캐나다에는 수술을 받으러 간 거였다. 수술 후 의사 선생님께 어느 식으로 재활해야 하는지 물었고 언제 다시 운동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힘들었지만 캐나다에서 가족을 오랜 만에 만나서 정신적으로 도움이 됐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집에서 조깅을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시차 적응을 꾸준히 했다. 나에게는 정말 이 한 달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지 알 수 있나.

언제 다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왼쪽 무릎이 많이 아파서 걷는 것도 불편했다. 그래서 캐나다에 가서 왼쪽 무릎 수술을 했다. 점차 좋아지고 있는 단계다.

구단 관계자가 당신의 회복 능력에 대해 괴물 같다는 평가를 했다.

맞다. 난 괴물이다. 이 정도는 끄떡없다.

그렇다면 언제쯤 복귀할 예정인가. 구단에서는 전반기 복귀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우리 의무팀의 능력이 굉장하다. 나는 그들의 능력을 완벽하게 100% 믿는다. 의무팀의 지시에 따르면서 복귀 시기를 허가 받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올 시즌 K리그는 아주 어려울 것 같은데 기대되기도 한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우리 팀에 기회를 받을 좋을 선수들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그걸 보여줬다. 그 선수들을 존중하고 나는 몸 관리에만 집중하겠다.

하루라도 당신을 그라운드에서 빨리 보고싶다.

감독님의 결정이다. 개막하기 전까지 잘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조금 이르다. 전지훈련 마지막 2주 동안 집중하면서 복귀를 빠르게 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은 1차 전지훈련지인 제주도에서부터 열심히 뛰고 구르며 동계훈련을 했던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 게 옳다. 나는 그 선수들을 응원해 주고 그 선수들을 쫓아가야 한다. 제주도에서 훈련할 동안 나는 격리 중이어서 훈련을 같이 못했다. 그 2주 동안 열심히 한 선수들이 나보다 경쟁에서 앞에 있다는 걸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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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시 돌아올 때 누가 가장 반겨줬나.

우리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좋다. (민)상기, (장)호익, (양)형모 이런 친구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또한 같은 외국인 선수인 안토니스와 시간을 자주 보낸다. 안토니스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K리그에서 같은 국적의 외국인 선수들은 따로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나는 K리그의 유일한 캐나다 선수다. 그래서 어울릴만한 외국인 선수가 많지는 않다. 내 사생활을 그렇게 노출하고 싶지도 않다. 안토니스 외에는 그렇게 친한 외국인 선수는 없다.

안토니스를 만나면 뭘하나.

맛있는 걸 먹는다.

안토니스 가족과 함께 한 찜닭 영상을 봤다.

오, 그 집 찜닭이 맛있다. 나와 안토니스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나도 혼자 살고 있는데 안토니스는 가족과 같이 산다. 안토니스 아내가 집에 밥을 차리면 같이 가서 밥을 먹는다. “아직 밥을 먹지 않았으면 우리 집으로 올라 와”라고 연락이 온다. 나도 늘 배가 고프면 그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밖에서도 맛있는 걸 먹었다.

과거에 SNS를 보니 한국 가수와 친해서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놀라운 ‘인싸력’이다.

누구를 말하는 건가. 기억이 잘 안 난다.

(SNS를 검색해서 보여주며) 이 분이다.

오, 수란. 그녀는 나의 친구다. 깊은 관계는 아니다. 한국에서 알게 된 고마운 여러 한국인 친구 중에 한 명이다.

알겠다. 당신은 지난 1월 한국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시작된 시기다. 한국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을 것 같다.

한국에는 적응을 마쳤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수원을 가끔씩 돌아다니면서 분위기는 다 익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해외에서 생활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면 여름에 제주도에 꼭 가보고 싶다. 경치가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온 첫 번째 목적은 축구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 모든 생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서는 우승을 꼭 하고 싶다. 여행은 그 이후에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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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정말 팬이 많은 팀이다. 하지만 당신은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수원 팬들의 화끈한 응원 열기를 느껴보지 못했다. 정말 이 팀의 멋진 응원을 보여주고 싶다.

나도 아쉽다. 지난 해 2월에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빗셀고베전은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확산하기 전이라 홈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때 수원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지금도 SNS를 통해 많은 수원 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먼전 경기장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경험한 동료들도 “수원의 응원은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하지만 아직 빗셀고베전 이후 화끈한 홈 팬들의 열기를 느껴본 적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팬들의 뜨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그런 팬들 앞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당신의 지난 시즌 활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축구는 단체 스포츠다. 나보다는 팀이 더 중요하다. 순위만 보면 아쉽다. 지난 시즌 우리는 팀도 이기지 못하고 감독 교체도 있었다. 힘들었고 속상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 팀이 안정화 됐다. 감독님을 100% 믿는다. 우리 수원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시즌 대구FC 에드가와의 경합 장면은 명장면 중에 하나였다.

지난 시즌에 K리그에서 경기를 하면서 나보다 더 힘 있는 공격수는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에드가와 몸싸움을 하는데 아쉽게 내가 미끄러져서 에드가에게 골을 내줬다. 수비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수하게 되면 실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패배의 원흉이 될 수도 있다. 늘 그런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지만 절대 밀릴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 미끄러져 실수한 거다. 에드가를 다시 만나면 그때는 밀리지 않고 경쟁해 이겨낼 수 있다.

지난 8월 인천전에서는 무고사와 경기 도중 충돌해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나.

경기가 과열됐었다. 경기 도중 내가 인천 선수와 충돌했는데 그때 무고사가 달려왔고 서로 밀치다가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무고사와의 개인적인 문제는 없었다. 경기 종료 후 서로 악수도 했고 서로의 행운도 빌어줬다.

당신이 올 시즌 팀에 빨리 복귀해야 팀도 탄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박건하 감독은 당신이 “괴물보다 더한 회복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의료진에서는 내 복귀 시기를 좀 여유롭게 잡고 있지만 나는 아까 말한 것처럼 괴물이 맞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당신과 감독님, 팬들이 원하는 것처럼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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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나의 목표는 팀이 이기는 거다. 계속 몸관리를 잘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 축구는 단체 스포츠다. 경기장에 가서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보여주면서 한 팀으로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만족할 만할 것이다.

박건하 감독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나도 수원삼성을 K리그 챔피언으로 만들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K리그에서 나의 두 번째 시즌이다.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 빨리 팬들과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고 팬들에게 나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왜 수원삼성이 나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다. 코로나19가 빨리 끝나서 팬들을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다.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중계를 보면서 많은 응원을 해달라. 늘 고마운 마음이다.

헨리는 하루라도 빨리 부상을 털고 복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시즌 만에 팀의 주축 수비수로 성장한 헨리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헨리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빠르게 팀에 합류할 수 있을까. 그는 동료들이 기다리는 그라운드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재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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