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병역 논란’ 석현준, 지금 책임지지 않으면 늦는다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소설을 하나 써볼까. 10년 뒤 한 40대 남성이 유튜브를 통해 검은색 배경을 바탕으로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한다. “그때는 경솔했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군대에 가고 싶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그때는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의 석현준이 이렇게 국외에 체류하며 버틴다면 10년 후쯤 이런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석현준
ⓒ 대한축구협회

대표팀까지 한 선수가 병역법 위반이라니
석현준은 현재 병역 기피 혐의를 받고 있다. 복잡한 법 조항을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석현준은 2018년부터 해외에 더 체류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3년 동안 계속해서 이 소송에서 졌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석현준이 포함된 2019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 256명을 공개했고 병무청은 석현준이 귀국하면 형사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석현준은 한국에 입국하면 곧바로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석현준의 부모는 2013년부터 이민을 준비했고 2017년 헝가리 영주권을 땄다. 하지만 석현준은 헝가리 영주권이 없다. 석현준은 부모가 이민을 가면 국외여행허가 연장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합법적으로 입대를 35세까지 늦출 수 있다고 했지만 행정소송에서는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석현준이 헝가리에 머문 기간은 1년 남짓이므로 헝가리 영주권은 병역연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주권으로 병역연기를 하려면 해당국에 3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석현준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법의 심판을 받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축구선수라고 해서 이런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에게는 지금까지 숱하게 병역 혜택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그는 스스로 그 혜택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또한 언제든 K리그로 돌아와 반 시즌만 소화하면 국군체육부대로 가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그는 이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서도 뛴 선수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 한국에 돌아오면 곧바로 처벌대상이 된다는 게 참 안타깝다.

입 닫은 석현준,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석현준은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무책임하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국내 언론은 연일 석현준 주변인들을 취재하고 행정소송 결과를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석현준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공식석상에 등장한 적이 없다.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SNS로 팬들과도 활발히 소통했던 그가 병역 문제 이후에는 이 활동마저 중단한 채 잠적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믿어왔던 석현준이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선수라는 점이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현행법상 강제송환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석현준이 법의 심판을 받고 병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의 자발적인 귀국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석현준이 해외에서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 그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석현준에게는 최악의 선택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렇게 석현준이 국외에 체류하며 병역 문제를 회피하면 언젠가는 후회할 수밖에 없다. 아니, 미래에 참회하는 척하며 대국민 사과를 할 각오를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석현준의 지금 행동은 대단히 잘못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귀를 막고 버틸 수는 없다.

석현준이 멀리 내다봤으면 한다. 축구계에서 많은 축구인들을 만나보면 선수 생활 1,2년 더 하는 게 인생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더라. 당장이야 선수로 더 뛰고 싶고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축구인으로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렇게 한두 시즌 더 아등바등하는 게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프로 데뷔 때부터 인터뷰를 하고 그 선수가 성장해 스타가 됐다가 은퇴한 뒤 지도자가 되는 과정까지 쭉 옆에서 겪어보니 석현준의 욕심은 돌이켜보면 그렇게 국적과 인생을 걸고서까지 낼만한 욕심은 아닌 것 같다.

ⓒ 트루아 페이스북

평생 유럽을 전전할 자신이 있나?
안타깝지만 석현준은 현역 생활을 더 오래 이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상무에 입대할 나이도 지났고 K리그로 돌아와도 하부리그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뛰다가 2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면 적지 않은 나이로 사실상 은퇴 수순으로 가야한다. 유럽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해 여러 팀을 전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또 다시 두 달 가량 쉬어야 하는 부상까지 입었다. 그 사이 석현준의 현 소속팀인 프랑스 리그2 트루아 AC는 석현준을 대신할 공격수를 영입했다. 석현준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고 이제는 그가 유럽에서 설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석현준은 고향 땅을 외면하고 살 수 없다. 지금이야 유럽에서 생활하는 게 만족스럽고 아무리 한국에서 자신을 욕해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축구를 배웠고 친구들과 동료들도 다 한국에 살고 있다. 교포 2세가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축구를 하다가 해외로 도전하러 떠난 순수 한국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한국에 있는데 병역법을 어겨 도망자 신세로 평생을 해외에서 보낸다는 건 제3자가 봤을 때도 안타까운 일이다. 현역 생활을 포기하더라도 그는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 때 돌아와야 한다. 자녀들과 함께 한국에서 제주도 ‘연돈’도 가보고 경기도 파주의 ‘이북식손만두국밥’도 먹어봐야 할 것 아닌가.

석현준은 이대로 버틴다면 원하는 바대로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후회, 또는 후회하는 척하며 용서를 빌 수밖에 없다. 그게 늘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나라를 떠난 이들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훗날 석현준이 유튜브에 나와 검은 배경 앞에서 정장을 차려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때는 경솔했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군대에 가고 싶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그때는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라고 하면 그땐 정말 늦은 거다. 누가 봐도 머지 않은 미래의 모습인데 지금이라도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석현준
ⓒ대한축구협회

결국 그는 한국 축구와 함께해야 하는 축구인
그는 혹시라도 선수를 그만둔다고 해도 평생 축구와 함께해야 하는 축구인이다. 해외 여러 구단을 떠돌면서 ‘친정팀’이라는 걸 느껴보지 못한 석현준이 돌아올 곳은 결국 한국 축구계다. 병역 문제를 잘 마무리해야 한국에서 코치도 하고 감독도 할 것 아닌가. 그래야 한국에서 정말 사랑하는 이들과 소주 한잔하며 추억도 나눌 것 아닌가. 유럽을 전전하며 평생 살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돌아와 죄값을 받고 용서를 하루라도 빨리 구하는 게 어떨까. 정말 그의 미래가 걱정돼서 하는 이야기다. 10년 뒤 ‘푸스카스 석’이라는 조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 사죄하면 그때는 늦는다. 지금은 뭐든 피하고 싶겠지만 이제는 석현준이 용기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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