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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벌교=김현회 기자] 올 시즌 FC안양은 새로운 사령탑으로 이우형 감독을 선임했다. 안양 창단 감독으로 2015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이후 현직에서 물러나 있다가 지난 2019년 1월 안양 전력강화부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김형열 감독이 떠나자 다시 한 번 안양 감독직을 맡게 됐다. 누구보다도 안양을 잘 아는 인물이 다시 감독에 오른 것이다.

현재 안양은 전남 벌교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지훈련지를 여러 곳 문의한 끝에 벌교에 캠프를 차렸다. 이우형 감독은 벌교에서 자신만의 축구를 실현하기 위해 선수들과 땀 흘리고 있다. 올 시즌 김경중과 심동운, 백동규 등 수준급 선수들이 수혈된 가운데 이우형 감독의 안양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벌교에서 <스포츠니어스>가 이우형 감독을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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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코로나19 때문에 전지훈련지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경남 창녕에서 훈련을 하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안 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경남 남해로 캠프를 옮겼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읍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어렵사리 이곳 전남 벌교로 오게 됐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다. 물론 이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들 코로나19로 인해 전지훈련에 애를 먹고 있다.

2차 전지훈련은 경남 창원으로 잡았는데 창원축구센터에서 훈련을 하면 전력 노출 우려가 커진다. 연습경기를 하고 전술훈련을 하면 경쟁팀들이 가만히 있겠나. 거기는 사방이 다 뚫려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냥 창원 전지훈련도 취소하고 여기 벌교에 계속 있기로 했다. 쭉 훈련을 하다가 안양으로 올라가 사흘 쉬고 다시 벌교로 내려올 예정이다.

1차 전지훈련과 2차 전지훈련을 한 곳에서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자꾸 스케줄이 바뀌게 돼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나도 여기는 처음 와 봤는데 숙소 바로 옆에 훈련장도 있고 환경은 좋다. 여기저기 훈련지 섭외가 어려운 가운데 알고 지내는 전남축구협회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곳을 소개해 줬다. 제주도로 갈 생각도 있었는데 거기는 운동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서 쭉 몸을 만들 것이다. 연습경기를 할 수 있는 대학팀들도 꽤 있다.

올 시즌 팀 전력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나름대로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줬다. 기대했던 만큼의 영입이 있었다. 이제 내가 이 선수들을 잘 다듬어서 전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니 또 경남이 윤주태를 영입했더라. 우리만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게 아니다. 경남의 영입이 무시무시하다.

기사로 경쟁팀들이 선수를 영입했다는 걸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다.

그래도 어차피 축구는 11명이 뛰는 경기다. 좋은 선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11명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뭐 부딪혀 봐야하지 않겠나.

올 시즌 다른 팀 전지훈련장에 가 보니 안양의 보강 선수에 대해 많이 경계를 하더라. 그만큼 선수 보강이 인상적이었다.

경쟁팀들이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건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를 너무 견제한다는 뜻 아닌가. 올 시즌 영입은 좋은 소식이지만 사실은 그전부터 이렇게 선수를 보강했어야 했다. 2,3년 전부터 이랬어야 했다. 올 한 해만 특별히 괜찮은 선수 몇 명을 보강했다는 평가를 들어서는 안 된다. 좋은 선수들을 채웠지만 하루 아침에 성적이 나올 수는 없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부족한 자리가 나오고 또 내년에 그 자리를 보강하고 최소한 2,3년은 꾸준하게 보강을 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아직 이 영입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안양은 그 동안 흔히 말해 가성비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했다. 연봉이 비싸지 않고 그 돈에 비해 실력이 괜찮은 선수 위주로 영입을 하다보니 성적을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2019년엔 성적이 좋았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기에는 어려웠다. 항상 하위권에서 싸움을 하지 않으려면 꾸준한 보강을 해야한다. 그래야 승격할 수 있는 팀으로서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 한 해만 바짝 영입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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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서의 지원이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건가.

그렇다. 예년에 비해 예산과 인건비가 늘었다. 시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주고 있다. 아직 대전이나 부산, 서울이랜드, 전남 같은 기업구단이나 예산이 많은 경남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투자에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올해부터가 안양의 시작이라고 봐야한다.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했다. 올 시즌 선수 보강은 어느 정도로 만족하나.

가장 만족스러운 포지션은 양쪽 윙포워드와 풀백이다. 김경중과 심동운 등 좋은 자원이 팀에 들어왔다. 지금은 1차 동계훈련을 하면서 아직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100% 찾지는 못했다. 체력 운동을 위주로 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시즌에 들어가면 이 선수들이 그만한 연봉을 받는 이유를 보여줄 것이다. 이 선수들이 기존의 우리팀 선수들과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코스타리카 대표팀 출신 공격수 모야의 영입도 눈에 띈다.

내가 그 선수를 구단에 적극적으로 영입해 달라고 했다. 하이라이트 영상뿐 아니라 모야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뛰었던 풀경기 영상을 쭉 봤다. 타겟형 스트라이커이면서도 활동량이 많다.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적극적인 경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선수 영입은 감독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전력강화부나 스카우트가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난 시즌까지 우리팀 전력강화부장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쭉 봐 왔던 선수들이다. 일본인 미드필더 타무라도 데려왔는데 이 선수도 내가 전력강화부에 있을 때 눈여겨 봤던 선수다. 타무라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내가 직접 알아본 뒤 구단에 추천했다. 올 시즌 감독이 되기 전부터 많은 선수들을 살펴봐 왔다. 다른 일본인 선수도 많이 지켜봤는데 최종적으로 외국인 선수 서너 명을 추린 다음 다시 검증을 했다. 그 사이 내가 전력강화부장에서 감독이 되면서 최종적으로 이 선수들 영입을 결정했다.

혹시 눈여겨 보던 선수 중에 다른 팀으로 간 선수도 있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전남으로 간 사무엘 은나마니다. 이 선수도 일찍 우리 리스트에 있었다. 실력이 괜찮은 편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문전 앞에서 상대 수비를 힘들게 하는 선수다. 피지컬이 좋아서 등을 지거나 밀고 들어가면서 슈팅하는 게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모야와 놓고 비교해 봤을 때 우리에게는 모야 같은 타겟형 공격수가 필요했다. 사무엘은 타겟형 공격수는 아니었다.

결국 K리그2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이지 않을까.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건 사실이다. 특히나 K리그2는 더 그렇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지고 있을 때 때려 넣어줘서 비기고 비기고 있을 때 골을 넣어서 이기는 경우를 만든다. 선수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게 아니라 선수단 전체의 자신감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모야는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 시간적인 여유만 주면 5월 정도부터는 그래도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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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스티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해서 현재 재활 중이다. 올 시즌 우리와는 같이 간다. 아마도 빠르면 6월 정도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승부처는 3월이다. 모야가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고 아코스티는 6월까지 없다. 외국인 선수에 의지하지 않고 국내 백업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성적을 내야 한다. 국내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경고누적 등으로 결장할 때 그 다음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어떻게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경남이 그런 면에서 유리한 게 많다.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기 전까지 버텨내지 못하면 조직력이 완성되기도 전에 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 3월을 잘 버텨야한다.

최근 아세안 쿼터까지 채우는 팀도 생겼다. 안양은 아세안 쿼터 영입에는 관심이 없나.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아세안 쿼터는 비용을 놓고 따져봤을 때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 비용이면 국내 선수를 쓰는 게 낫다. 아세안 쿼터로 데려올 만한 선수들은 몸값이 꽤 높은 편이다. 실제로 나 역시 태국 2부리그 중앙 수비수 한 명을 검토해 봤는데 경쟁이 힘들겠더라. 몸값은 비싼 편인데 그 비용이면 국내 선수가 낫다고 판단했다. 물론 다른 팀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준다면 인식이 조금 나아지긴 할 것이다.

백동규가 돌아왔다. 안양에서 데뷔한 백동규는 제주로 이적한 뒤 임대로 다시 안양에 복귀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당신과의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강조하더라.

그 녀석이 그런 인터뷰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아주 오글거려 죽겠다. 그래도 (백)동규가 오니까 중앙 수비수 한 자리는 안정적으로 갈 수 있어 반갑다.

하나 더 궁금한 건 역시나 닐손주니어의 역할이다. 지난 시즌 닐손주니어는 수비형 미드필드와 중앙 수비를 오가며 뛰었다. 수비수인 백동규가 가세했는데 닐손주니어는 어느 포지션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가.

닐손주니어는 중앙 수비수가 가장 적합하다. K리그1도 그렇지만 K리그2 역시 미드필드에서는 박스투박스 형태의 미드필더들이 잘 통한다. 뛰는 양이 많고 전개가 빠른 경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미드필더는 기동력이 필요한데 닐손주니어가 이 정도의 기동력을 쫓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로서는 다르다. 워낙 경험이 많고 흐름을 읽는 능력이 좋기 때문에 중앙 수비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 시즌 어떤 팀들과의 경기가 가장 기대되나.

김천상무와 경남, 서울이랜드, 부산 등과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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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방금 열거한 팀들을 다 잡으면 승격이다.

잡는다는 이야기는 안 했다. 해볼 만한 승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내가 방금 언급한 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우리는 중하위권으로 가는 거다. 이 팀들보다 조금 더 위에 서면 그게 바로 상위권이다. 방금 열거한 팀들과 싸워서 저항력을 키워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당신이 K리그1과 K리그2를 통틀어 최고령 감독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가.

억울하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최고령 감독 타이틀을 다는 건 당신이 봐도 좀 억울한 일 아닌가. 내가 빠지면 홍명보 감독이 K리그 최고령 감독일 정도로 K리그 감독들이 젊어졌다. 물론 젊은 감독들이 선수들과 소통도 잘하고 트렌디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리그는 젊은 감독과 경험 많은 감독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내가 최고령 감독 타이틀을 달기엔 너무 젊지 않은가.

그런가. 경험 있는 감독 중에 누가 K리그로 돌아와야 할까.

올림픽이 끝나면 김학범 감독도 돌아와야 하고 베트남에서 계약이 끝나면 박항서 감독도 K리그를 위해 한 번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그 분들의 역량과 젊은 감독의 패기가 합쳐진 리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볼거리도 많아질 것이다. 내가 50대 중반에 최고령 감독인 건 농담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잘못된 일이다.

당신은 최고령 감독보다는 중견 감독 정도가 어떨까.

그렇다. 내 나이가 중간 정도여야 하는데 내가 최고령 감독이라니 충격을 받았다. 나도 한창 일할 나이인데 이거 나이가 많다고 하니 지도자로서 은퇴를 해야하나 생각도 들었다. 내가 선수들이 다 아는 최신곡이나 걸그룹 이름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젊은 감독들보다는 그래도 선수들의 심리적인 고민에 관한 코칭 등에서는 나은 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겼다. K리그 최고령 감독인 당신이 아는 최신곡은 뭔가.

BTS의 다이너마이트 정도는 나도 안다. 즐겨듣지는 않지만 이 정도는 알고 있다.

대단하다. 그렇다면 즐겨듣는 노래는 뭔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젊은 지도자가 아닐 거 같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문세 노래를 좋아한다. 코요태나 김현정 노래도 즐겨 듣는다. 그런 게 귀에 익숙하다. 일부러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젊은층의 노래를 찾아 듣지는 않는다.

음악 취향이 나하고 딱 비슷하다. K리그 최고령 감독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당신이 능력을 보여줘야 연륜 있는 감독이 더 K리그에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프로는 나이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전술적으로 선수들을 잘 지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또한 연륜이 있는 감독은 연륜을 앞세워 미디어도 잘 응대할 수 있고 스토리도 제공할 수 있다. 경험 있는 지도자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무조건 젊은 감독만 쓴다고 해서 건강한 리그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자꾸 내가 K리그 최고령 감독이라는 걸 희석시키기 위해 그러는 거 같은데 리그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연륜 있는 지도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올 시즌에 좋은 성과를 내야한다.

선수들과의 소통은 어떤가.

아직은 선수들과 지낸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선수들을 유심히 파악하고 있고 모든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끝냈다. 장단점이 뭔지 알아가는 단계다. 심리적인 상태도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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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어떤 축구를 구사하고 싶나.

조직력을 갖추고 속도를 입혀야 한다. 속도가 없으면 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공만 해서는 절대 안 통한다. 속도 있는 축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2차 전지훈련이 정말 중요하다. 1차 전지훈련 때는 모두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면서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적인 이해도를 평가했는데 2차 전지훈련부터는 주전 선수들의 윤곽이 나온다. 개막전에 맞춰서 전술훈련을 하고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채울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팬들에게 올 시즌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 플레이오프는 가야하지 않겠나. 우리 안양이 2019년에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2019년을 제외하면 중하위권 싸움을 하면서 어려운 시즌을 치러야 했다. 올 시즌에는 안양다운 색깔의 축구를 꼭 보여주고 싶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안양의 전력강화부상으로 일한 그는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빠르게 팀을 수습하고 있다. 점찍어 놓았던 외국인 선수들을 차례대로 영입했고 수준급 국내 선수들의 보강도 마쳤다. K리그 최고령 감독인 그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그가 이끄는 안양의 성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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