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최건주 “데뷔 시즌의 교훈? 경기 끝나고 울어봐야 소용 없다”

[스포츠니어스|고흥=조성룡 기자] 안산그리너스 최건주는 올 시즌 ‘안산 음바페’가 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안산그리너스는 K리그2 7위를 기록했다. 2019시즌 승격 플레이오프 코 앞까지 갔던 것을 회상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에는 희망이 있었다. 바로 2020시즌 K리그에 데뷔했던 최건주다. 그는 지난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와 마주앉은 최건주의 모습은 영락 없는 신인이었다. 분명 대학 시절 ‘건국대 음바페’라고 불렸지만 여전히 그는 저돌적인 남자가 아니라 소년의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스포츠니어스>는 최건주와 두런두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대 음바페를 만나서 반갑다.
아… 그 별명은 참 쑥쓰럽다.

왜 건대 음바페인가?
대학교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항상 음바페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볼 때 플레이 스타일 등이 뭔가 닮은 것 같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건대 음바페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

내가 음바페를 정말 좋아한다. 내게는 음바페 ‘형’이다. 내 장점이 스피드다. 음바페도 굉장히 빠르다. 예전부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음바페를 많이 닮고 싶었다.

K리그 데뷔 시즌이 끝났다. 이제는 ‘안산 음바페’라고 불러도 될까?
아직 멀었다. 더 발전해야 안산 음바페라는 별명이 생길 것 같다. 그래도 건대 음바페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외모는 음바페와 다르다. 눈썹부터 인상적이다.
외모만 봤을 때 음바페처럼 저돌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눈썹은 길다는 이야기 엄청 많이 들었다. 어머니 쪽 유전이다.

최건주의 2020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땠는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안산에 입단할 때부터 생각난다. 시대가 많이 변하면서 대학에서 프로로 갈 수 있는 길은 나날이 좁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팀이라도 가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안산에서 제의가 았고 입단할 수 있었다. 프로 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다 안산에서 나를 좋게 봐주신 덕분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면서도 신인이라는 딱지 자체가 내게는 부담스러웠다. 신인이기에 기대를 하는 사람은 많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프로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0시즌을 맞이했다. 다행히 김길식 감독님께서 많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감독님께서 이렇게 경기를 많이 뛰게 해주실 줄은 몰랐다. 예상 못했다. 그래도 데뷔 시즌에 데뷔전과 데뷔골은 기록하자는 목표는 달성했다. 내가 보여줄 수 있을 때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신인 딱지가 붙었을 때 다 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데뷔전도 하고 데뷔골도 넣을 수 있어서 좋았다.

대학에 와서 프로에 오니 많은 것이 달랐겠다.
역시 돈을 받는다는 게 제일 달랐다.

프로답다.
첫 월급은 일단 부모님에게 모두 드렸다.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하나도 안쓰고 다 드렸다. 두 번째 월급부터는 내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은 것들에 썼다. 나는 많은 건 바라지 않았다. 대신 옷을 좀 사고 싶었다. 그냥 좋아하는 옷을 몇 벌 샀다. 올해는 그래도 지난 시즌에 비해 조금 더 많이 받는다. 기분 좋다.

프로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지난 시즌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었던 이유는 U-22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격수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들도 많다. 주전 경쟁 자체가 긴장되고 쉽지 않다. 내가 올해까지 U-22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올해 더 열심히 해야한다.

시즌 초반에는 우황청심환을 먹고 경기 뛰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알았나? 사실 내가 누군가에게 그걸 들키기는 했지만 당신까지 알 줄은 몰랐다. 데뷔전은 아니고 그 이후에 우황청심환을 한 번 먹었다. 데뷔전에는 뭔지도 잘 모르고 경기에 나가 정신없이 뛰고 오느라 긴장될 틈도 없었다. 그저 얼떨떨했을 뿐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경기에 조금씩 출전하니 내가 더 노력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막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라운드인가 3라운드인가… 여튼 그 때 쯤에 연습경기가 하나 있었다. 그 연습경기를 준비하는데 이상하게 너무나도 긴장되는 것이다.

이게 잠을 못자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혼잣말을 막 하고 있었다. 혼자서 ‘열심히 해야 돼. 잘해야 돼’라는 이야기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 이러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불안해보였을 것이다. 정말 이상하게 긴장을 많이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때 어머니가 조언을 하셨다. “그렇게 긴장되면 우황청심환 하나 먹고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우황청심환을 하나 먹고 연습경기를 뛰었다. 그런데 내게는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 우황청심환의 약발이 듣지 않을 정도로 내가 엄청나게 긴장을 했다.

이후 이런 긴장감이 좀 계속되다가 조금씩 내가 마음을 내려놓았다. 우황청심환을 먹은 이후로 가볍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안될 수도 있지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로빈라운드가 끝나고 부상을 당하니 긴장감은 거의 풀렸다. 전남과 2020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부상을 당했다. 한 번 다친 이후 재활하느라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그냥 ‘다치지만 말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그 때 거의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긴장을 풀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사실 낯을 엄청 가린다. 그래서 미디어 인터뷰도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다.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할지 몰라서 연습까지 했다. 예를 들어 경기력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말하면서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걸 떨지 않고 말하려고 부모님과 연습까지 한 기억이 있다. 지금은 좀 괜찮아진 편이다.

지금 말 잘하고 있다. 힘내라.
고맙다.

데뷔전이나 데뷔골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는가?
지난 시즌 막판에 제주유나이티드와 했던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뭔가 그 때는 형들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정말 다 하나로 뭉쳐서 한 번 제주를 이겨보자는 각오가 남달랐다. 나도 정말 그 때는 제주를 꼭 이겨보고 싶었다. 그리고 1-0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판에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1-1로 끝났다.

그 경기는 정말로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다. 나는 K리그에 데뷔한 이후 정말 그렇게까지 간절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비겨버리니까 눈물이 나왔다. 내가 눈물이 없는 편이다. 경기하면서 울어본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진짜 엄청 울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았는데 그걸 놓쳤다. 그래서 나 때문에 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미안한 마음에 울었다. 그 이후로 교훈을 얻었다. 일단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무리 울어봤자 의미가 없더라.

올해는 눈물 흘릴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지난 시즌에 비해 팀 분위기가 확실히 밝아지고 좀 더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 팀 자체의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바짝 긴장하고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주전 경쟁이 심해졌다. 지난 시즌 전지훈련에 비해 강도는 높지만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참고 잘 소화하고 있다.

김길식 감독과 함께 안산 2년차를 맞이한다.
김길식 감독님께는 정말 감사하다. 작년에 정말 내게 많은 기회를 주셨다. 올해는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감독님이 매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없다”라는 것이다. 정말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이제 나는 기회의 소중함을 느끼고 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도 감독님이 그거 말고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작년부터 감독님은 내게 “엄청난 스피드라는 무기가 있는데 그것만 더 살리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한다”라고 하셨다. 자신있게 저돌적으로 하라는 말씀이다. 지금도 그렇게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우상 음바페를 닮아야 하지 않겠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도 지난 시즌 3골 1도움이면 신인치고 잘한 성적이다.
아니다. 만족 못한다. 내게 왔던 득점 기회가 그보다 훨씬 많았다. 기회를 살렸다면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다. 그거 밖에 못한 거다. 형들도 많이 놀렸다. “야 내가 왼발로 차도 그거는 넣겠더라”고 하더라. 하하. 그래도 형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다. 위치 선정이나 움직임 등 하나하나 배울 것들이 많다.

프로 생활에 있어서 힘든 점은 없는가?
자취가 정말 힘들다.

혼자 사는 게 힘든가?
솔직히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이었다. 혼자 사니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딱 2주가 끝이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월세를 비롯해 각종 공과금 등의 돈 관리를 다 해야했고 밥도 내가 해먹어야 하더라. 만약에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자취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안산에서는 자취를 해야하는 상황이니까 잘 이겨내야 한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 것은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요리에 소질이 없다. 그나마 할 줄 아는 음식은 된장찌개다. 이것도 할 줄 아는 거지 맛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냥 먹기 위해서 해먹는 거다. 그리고 공과금 내는 게 정말 생각보다 귀찮고 어렵다. 돈 관리가 쉽지 않다.

안산 지역을 비롯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잘 모른다. 다행히 월세는 1년 단위 계약이다. 올해 월세가 동결되어 재계약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전지훈련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정말 행복하다. 진짜 편하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삼시세끼 다 해주는 게 정말 좋은 일인 줄 몰랐다. 지난 시즌 전지훈련보다 올해가 더 좋은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신인의 마음으로 전지훈련에 갔다. 당시 안산은 터키로 갔다. 나는 살면서 유럽이라는 곳을 전지훈련 덕분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터키로 가면서 나름대로 설레고 여행가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 겪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너무 힘들었다. K리그에서 첫 동계훈련이라 심리적인 압박도 컸고 대학 시절과 또 다른 스타일의 훈련을 하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올해는 그래도 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고 한 번 겪어봤던 일이라 마음가짐을 편하게 먹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어떤 한 해를 보내고 싶은가?
작년 시즌보다 당연히 잘해야 한다. 공격포인트를 더 올리고 싶다. 골과 도움을 합쳐서 7개 이상 하면 좋을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20경기를 뛰었으니 올 시즌에는 25경기 정도 뛰면 만족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올해는 축소된 일정이 아니라 36경기를 할 것 같아서 꿈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 올 시즌에 좋은 경기를 해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안산의 형들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2년차가 25경기라니 당돌하다.
이게 다 U-22 제도 덕분이다. 이 때 아니면 주전 경쟁이 더욱 험난하다. 지금 아니면 낼 수 없는 욕심이니 더 욕심을 내볼 생각이다.

여전히 최건주는 성장 중이다. 이는 안산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안산은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건주는 올해 더욱 간절하다. U-22 제도의 혜택을 본 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향후 K리그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건주는 올해 ‘안산 음바페’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제 한 달 뒤면 증명의 무대가 시작된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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