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뒤던 문기한은 K3리그 강릉시청으로 갔다. ⓒ 부천FC1995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프로에서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 선수들이 K3리그로 향하고 있다. 포항과 제주 등을 거치며 노련한 수비력을 선보인 김원일은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으로 이적했고 부천의 핵심으로 활약한 문기한은 강릉시청으로 향했다. 강릉시청은 하태균을 비롯해 김동섭, 김근환 등 프로에서도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은 더 영입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장결희는 양주시민축구단으로 가 K3리그에 도전한다.

이 선수들의 선택은 다소 의외다. 지금까지 K3리그는 프로 무대에 입성하지 못한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실패한 선수들의 무대로 인식됐다. 지금까지 K3리그는 아마추어들이 뛰는 무대였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대부분 이미 프로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지금도 K리그2 중하위권 팀에서 백업 요원 이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거 K3리그로 향했다. 왜일까.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단 이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행선지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분명히 있다. 이들은 경력도 화려하고 이름값도 있는 선수들이라 연봉이 적지 않다. 물론 이들이 전성기 시절 연봉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프로 팀으로서는 연봉 부담이 상당하다. 물론 이들은 이미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당수 지도자들은 그보다는 연봉도 저렴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선수와 고액 연봉으로 계약하는 게 프로 구단에서는 부담스럽다.

하태균도 이제 K3리거다. ⓒ전남드래곤즈

참고로 안산그리너스에는 연봉 3천만 원대의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은 나름대로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들은 능력을 보여주면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적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입증했으니 서로에게 ‘윈윈’이다. 하지만 올 시즌 K3리그로 향한 선수들의 연봉은 이 이상이다. 아무리 연봉을 깎는다고 해도 이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도 저렴한 연봉의 어린 선수들을 여럿 영입해 한 명이라도 잘 키워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 K리그1이나 K리그2에서 경험 있고 나이 있는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K3리그로 간 선수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K3리그는 지금까지 실패한 선수들이 향하는 아마추어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올 시즌부터는 규모와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내셔널리그와 K3리그 상위권 팀을 통합해 K3리그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지금까지의 아마추어 리그와는 많이 다르다. 20명의 선수들과 연봉 계약을 해야 하고 사무국 직원도 일정 수 이상 채용해야 리그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는 그 유예 기간이다. 강릉시청이나 김해시청, 천안시청, 경주한수원, 대전코레일 등 내셔널리그에 속했던 팀들은 자금력이 열악한 K리그2 팀보다도 낫다.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열악한 K리그2 구단 선수들보다 경주한수원, 대전코레일 선수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지난 해 내셔널리그에서는 7~8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꽤 있었다. 그런 팀들이 그대로 K3리그에 내려왔으니 자금력으로는 K리그2 이상이다. “얼마나 몸이 망가졌기에 프로에서 뛰던 선수들이 K3리그를 가느냐”고 혀를 차는 이들도 있겠지만 앞으로의 K3리그는 지금까지의 K3리그와는 분명히 다르다. K3리그도 점점 더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 화려한 이력의 프로 선수들이 K3리그로 향하는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하태균도 이제 K3리거다. ⓒ전남드래곤즈

김포시민축구단으로 간 김원일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해 왔다. 그런데 K3리그로 와 보니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 운동할 때는 늘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더 많은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 K3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걸 경험해 보고 싶다.” 프로에서 활약하던 이들의 K3리그행은 그들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대학 졸업 이후 갈 곳 없는 선수들이 마지막 도전을 위해 머물던 아마추어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던 K3리그는 새롭게 출범하면서 앞으로 경험 많은 프로 출신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K3리그는 이른 나이에 은퇴해야 하는 선수들, K리그2나 내셔널리그에서 뛰던 선수들, 동남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리던 선수들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하는 리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K리그2에서 투자가 부족한 팀과 자리를 맞바꾸는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유예기간 동안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팀들은 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K3리그로 갔다고 몸이 망가진 선수, 실패한 선수라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김원일에게 물어보니 K3리그에 간 지금도 내 연봉보다 많이 벌더라.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