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적’ 송주훈 “중국서 잔류, 팀 해체 다 겪고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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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제주=김현회 기자] 송주훈이 K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J리그 무대를 거쳐 지난 2019년 1월 경남FC에 입단했던 그는 경남에서의 생활을 6개월 만에 청산하고 중국으로 떠났었다. 송주훈은 톈진 텐하이와 선전FC에서 활약한 뒤 다시 K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1으로 승격한 제주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남기일 감독은 중앙 수비수 송주훈을 영입해 수비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송주훈은 지난 2019년 경남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톈진 텐하이와 선전FC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중국 슈퍼리그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극과 극의 행보였다. 과연 송주훈이 중국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주유나이티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제주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그와 마주했다. 그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반갑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선수단과 별도로 훈련 중이다.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중국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니 무릎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심한 건 아니고 무릎 쪽에 청소하듯이 치료를 했다. 근력이 빠져 있어서 근력을 채우는 운동을 따로 하고 있다. 통증이 좀 사라지면 피지컬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소감이 궁금하다.
경남을 떠난 뒤 1년 반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그 동안 중국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을 되게 오래 떠나 있었던 느낌이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오래 열리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 다시 들어오니까 모든 게 새롭다. 돌아온 만큼 잘해보자는 마음이 크다.

중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2019년 후반기에 톈진 텐하이에 입단했는데 그 반 시즌 동안 정신없이 지냈다. 박충균 감독님께서 이끄는 팀이었는데 팀이 워낙 어려웠을 때였다. 팀이 슈퍼리그에서 꼴찌였고 우리의 목표는 슈퍼리그 잔류였다. 매 경기가 결승 같았다.

당신의 활약은 어땠나.
경기를 많이 이기지는 못했는데 내가 경기에 나가면서 그래도 중요한 순간마다 승리를 따냈다. 강팀하고도 비기면서 승점을 잘 벌었다. 그래서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고 슈퍼리그 생존을 확정지었다. 톈진 텐하이 팬들이 기뻐했고 나도 생존에 힘을 보탠 한 선수로 좋은 이미지를 남기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생존했는데 뭐가 문제였나.
팀이 해체되고 말았다.

송주훈을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원래 톈진 텐하이가 돈이 많은 팀이었는데 구단 회장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문제가 생겼고 결국 그 팀이 톈진시 체육국으로 넘어갔다. 다음 시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했는데 한 부동산 업체에서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 슈퍼리그가 기본 투자 금액이 있는데 그 금액이 최소 몇백 억 원 단위여서 굉장히 컸다. 부동산 업체에서는 최소 금액만 투자하려고 했고 협회에서는 더 많은 투자를 원했다. 최소 금액만 투자하면 나중에 팀이 해체되거나 파산돼 리그가 파행을 겪을 수도 있으니 돈을 더 내라고 했다.

결국 그러다 틀어진 건가.
우리는 협상이 잘 되고 있는 줄 알았다. 시즌을 마친 뒤에도 우리끼리 모여 훈련을 하고 있었고 스태프들도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전에 훈련을 하고 있는데 한 중국선수가 기사를 보더니 “우리 팀이 해체됐다”고 하더라. 그리고 다음 날 단체 미팅을 통해 구단 관계자는 “팀이 없어졌다”고 발표를 했다.

하루아침에 팀이 사라지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처음에는 ‘설마 쉽게 해체가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발표가 나고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 큰일이 났다는 생각보다는 얼떨떨했다. 그래도 중국에서는 보여준 활약이 있으니 좋은 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해체 통보를 받고 한 달 동안은 그 선수들과 계속 훈련을 했다. 우리 팀에 전북에서 뛰던 레오나르도도 있었다. 그 친구도 마지막까지 훈련을 하다가 결국 다 뿔뿔이 흩어졌다.

팀이 해체되면 계약 관계는 바로 종료되는 건가.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4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팀이 해체되면 곧바로 FA가 되는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해체된 팀에서 FA 도장을 찍어줘야 자유로운 신분이 된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밀린 급여를 포기해야 FA 도장을 찍어준다”고 했다. 구단 계좌도 묶여 있고 구단에 돈이 없다고 했다. 밀린 급여 중 일부만을 받고 FA 도장을 받아서 나왔다. 구단과 싸우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팀을 찾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싸운 선수들은 나보다 돈을 조금 더 받은 것 같더라.

그 다음 이적한 팀이 선전FC였다.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극적인 스토리가 있더라.
그렇다. 2019년도에 내가 톈진 텐하이에 속해 있을 때 우리하고 선전FC가 강등을 피하기 위해 싸웠다. 우리 팀 경기가 끝나면 라커룸으로 와 곧바로 선전FC 결과를 챙겨볼 정도였다. 그때 톈진 텐하이가 잔류에 성공했고 선전FC는 강등됐다. 그런데 톈진 텐하이가 해체되면서 선전FC가 슈퍼리그에 남게됐다. 그렇게 잔류하려고 발버둥 쳤는데 잔류해놓고 팀이 사라진 후 경쟁팀으로 이적하는 ‘웃픈’ 상황이었다. 그때 톈진 텐하이에서 나 말고도 선전FC로 많은 선수들이 넘어갔다.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송주훈은 경남을 거쳐 중국으로 이적했다. ⓒ프로축구연맹

선전FC에서의 활약은 어땠나.
처음 가서는 이탈리아 감독이 지금껏 내가 해오던 스타일과 달라 조금 고전했다. 하지만 시즌이 한 달 정도 남아 있어서 적응이 서서히 됐다. 알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괜찮았다. 2020 시즌 첫 경기를 이긴 뒤 최강희 감독님이 이끄는 상하이 선화와 경기를 했는데 그때 내가 다쳤다. 구단에서는 빨리 복귀하길 원했고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네 경기를 연속으로 지다가 내가 합류한 뒤에 또 다시 팀이 승리했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이길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네 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했다. 중국 슈퍼리그가 상위 네 팀과 그 밑에 네 팀이 갈리는 시스템인데 우리와 상하이 선화가 4위와 5위를 놓고 경쟁했다. 결국 그러다가 우리가 5위가 됐고 최강희 감독님이 이끌던 상하이 선화가 4위를 기록했다.

2019년 중국으로 떠나기 전 경남FC에서 보였던 부진한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슈퍼리그에서의 활약이 놀랍기도 하다.
그때는 내 스스로 준비가 덜 됐었다. 정신적으로도 부족했다. 처음 중국에 갔을 때 박충균 감독님께서 편하게 해주셨다. “넌 가진 게 많은 선수니까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 부족한 부분은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채울 것이라고 믿어주셨다. 일본에서도 뛰어본 경험이 있으니 편하게 하길 주문했고 내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알아서 하게끔 신뢰를 주셨다. 그러면서 경남FC에 있을 땐 안 되던 게 잘 되더라.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뛰었는데 중국 슈퍼리그를 겪으면서 생소했던 건 무엇인가.
중국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대단히 크다는 점이 확 느껴졌다. 외국인 선수가 조금만 잘 해주면 그 팀이 살아난다. 자국 선수는 어느 정도 잘 받쳐주고 외국인 선수가 개인적인 기량으로 해결하는 성향이 짙다.

중국에서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다 상대해 보지 않았나. 느낌이 어땠나.
처음 중국에 갔을 땐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같이 뛰게 돼 신기하기도 했다. 헐크를 비롯해 오스카, 론돈, 아르나우토비치, 테세이라 같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와 이 선수들과도 내가 볼을 차보는구나’ 싶었다. 확실히 세계적인 선수들이다보니 수비에서 약간의 실수가 나오거나 틈이 생기면 바로 골을 만든다. 그래서 경기 내내 집중해야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며 ‘쟤들도 별 거 없네’라고 느꼈던 적은 없나.
아쉬웠던 건 그런 선수들을 옆에서 조금만 더 잘 도와주면 더 살아날 텐데 동료들의 도움이 부족해서 죽어버리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 기량이 워낙 좋고 다 힘이 좋은 선수들이라 나태하게 대하는 순간 바로 위험한 순간을 만들더라.

한중일 리그를 모두 경험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세밀한 축구를 배우고 싶어서 처음 일본에 갔었는데 역시 일본은 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잘한다. 빌드업을 통해 풀어가는 축구가 특징이었다. 한국은 템포가 빠르다. 수비를 하다가 공격으로 역습하러 가는 속도도 좋고 파워도 있다. 중국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국인 선수 싸움이다. 공을 잡고 외국인 선수한테 밀어주면 외국인 선수가 해결한다. 어느 축구가 더 낫고 좋다기보다는 문화의 차이, 스타일의 차이다.

경남에서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송주훈은 제주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중국과 일본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일본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한국 면허증이 있으면 바로 일본에 가서 일본 면허증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핸들이 오른쪽에 있었지만 나는 처음 운전할 때도 그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구단에서 제공받은 차로 쉬는 날에는 드라이브도 즐겼다. 음식도 잘 맞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운전을 아예 못했다.

왜 그랬나.
운전이 너무 위험해서 아예 운전대 잡을 생각도 안 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다 택시를 타거나 기사를 고용했다. 내가 (권)경원이 형이 뛰던 팀으로 가서 그 형한테 많은 걸 물어봤는데 경원이 형이 “운전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고 실제로 가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 택시 어플이 잘 돼 있고 금액도 싸서 택시만 타고 다녔다. 중국 문화도 많이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혼자 나가서 뭘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중국어가 생소해 통역이 없으면 어디 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중국 생활도 좋은 점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그런 수준 높은 선수들과 붙어볼 기회가 흔하지는 않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도 재미있었고 같은 팀에서 레오나드로와 친해진 것도 좋았다. 레오나르도는 팀이 해체된 이후 산둥으로 이적했다가 요즘은 가족이 있는 그리스에 있는 걸로 안다. 가끔 연락도 한다. 레오나르도가 생각보다 한국어 단어를 많이 알아서 서로 손짓 발짓 해가면서 의사소통을 한다. 완벽하게는 말이 안 통해도 눈치껏 알아듣는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레오나르도도 한국에 오래 있어서 서로 교감이 됐다. 원정 경기를 가면 같이 방을 쓸 정도로 친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리스 어떤 팀하고 계약을 준비하는 것 같더라.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는데 K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일단은 군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K리그로 복귀를 준비하는데 제주에서 여러 부분을 좋게 봐주셨다는 걸 에이전트를 통해 들었다.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원한 팀이 제주였다. 지난 시즌 제주가 K리그2에 있었지만 K리그1에서 뛸 기량을 갖춘 선수들도 많았다. 중국에서 경기를 챙겨보니 골도 많이 터지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더라. 끈끈한 부분도 있었다. 남기일 감독님께서 디테일한 수비를 추구한다고 하셔서 배우고 싶은 게 많았다.

중국에서도 K리그를 챙겨봤나.
중국은 해외 사이트 중에 상당수 사이트를 들어갈 수 없다. 유튜브도 안 되고 SNS도 다 막아놨다. 네이버에도 들어갈 수 없고 카카오톡도 안 된다. 그런데 VPN을 연결해서 우회하면 들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사이트에 다 들어갈 수 없어 당황했는데 이 방법을 알게 됐다. 경기 시간이 우리와 겹치면 생중계로는 K리그를 못 봐도 하이라이트와 결과 정도는 꼭 챙겨봤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가장 좋은 건 뭔가.
일단 가족도 옆에 있고 여자친구도 가까이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선후배, 친구들과 한국 말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다. 제주에는 아는 형들은 거의 없었지만 올림픽을 같이 준비했던 친구들이 있어 편했다. 진성욱, 류승우, 이창민, 안현범 같은 선수들은 전부터 알고 있어서 편하다. 팀에 합류한지 2주 정도 됐는데 형들이 먼저 장난도 걸어주고 다가와줘서 적응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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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안현범이 체력훈련을 하다가 즉흥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번복한 일이 있었다.
나는 재활 중이라 같이 훈련하지 않아 보지는 못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듣기만 했다. 현범이가 체력이 정말 좋은 선수인데도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훈련 강도가 엄청 높다는 거다. 나도 복귀해서 빨리 그 훈련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

군대는 언제 갈 생각인가.
일단은 시즌을 치르면서 구단과 상의할 것이다.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

남기일 감독의 축구를 경험해 보니 어떤가.
아직은 세세한 전술은 잘 모르겠다. 재활 중이라 전술적인 부분까지는 따라가지 못했다. 감독님께서는 빨리 몸을 만들어서 복귀해 달라고 하셨다. 아마 내가 복귀하면 그때는 나에게 해주실 말씀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어느 정도로 두고 있나.
개인적인 목표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팀 목표가 파이널A에 진출하는 거라면 그 목표를 나도 따를 것이다. 그러다보면 나의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팀이 잘 되게끔 하다보면 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경남 시절의 부진을 씻어내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때 이후 2년이 지났고 차분히 준비할 시간도 있으니 몸도 마음도 잘 다듬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남기일 감독은 올 시즌 팀의 목표를 K리그1 잔류가 아닌 우승이라고 했다.
감독님이 그런 목표를 정하셨다면 나도 우승을 목표로 따르겠다.

송주훈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최상위 리그를 모두 경험해 본 독특한 선수다.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거둔 성과만 보더라도 그의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하지만 그는 아직 K리그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과연 송주훈이 올 시즌 K리그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송주훈은 K리그에서의 명예회복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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