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부산 페레즈 감독이 내세운 '야망축구'는 빛을 볼 수 있을까?

올 시즌 K리그2에서 다시 승격을 꿈꾸는 부산아이파크가 포르투갈 출신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을 선임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페레즈 감독은 한국에 입국해 자가격리 2주를 거쳐 팀에 합류, 지금까지 약 2주 가량 부산 선수들과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에게는 첫 아시아 무대 도전이다.

지금까지 페레즈 감독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가 과거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일했고 지금도 제법 친한 친구라는 정도다. 특히 그는 부산에 오면서 '프로젝트'를 강조하며 무언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물론 그 중에는 의구심도 있지만 말이다.

<스포츠니어스>는 부산 클럽하우스에서 페레즈 감독과 만나 그의 철학과 생각을 들어봤다. 페레즈 감독은 제법 난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K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페레즈 감독은 벤치에서처럼 열정적으로 질문에 답했다. 종종 페레즈 감독 밑의 선수가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만나서 반갑다. 2주 간 진행된 훈련은 어땠는가?

아주 좋은 것 같다. 만족스럽다. 2주 동안에는 우리 코칭스태프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여기에 선수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이해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주 다른 것들이 많다고 자부한다. 디테일에 대해 굉장히 신경쓰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하고 있다. 어떻게 축구가 이루어지고 특정 공간에 들어가면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빌드업과 조직력을 맞추는 부분까지 서로가 공유해야 한다. 공 컨트롤과 같은 개인적인 훈련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지 단계와 규칙이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은 많다. 좋은 경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어갈 생각이다. 여기에 있는 동안 나와 코칭스태프가 가진 모든 것을 선수들에게 쏟아부으려고 한다. 잠깐, 녹음을 잠시 멈춰달라. 설명할 것이 있다.

ⓒ 부산아이파크 제공

(페레즈 감독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판서와 함께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선수들의 개개인 행동에 규칙성을 부여해 결국에는 경기력과 행동으로 유도하는 이론적인 모델을 설명했다. 그 다음에는 공격적인 조직력과 빌드업을 통해서 경기에 우위를 점하는 모델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의 색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전수한 것들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되면 이는 곧 경기에 녹아들게 된다. 그렇다면 선수들도 경기를 뛰면서 어떤 걸 경험하게 되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행동을 하나로 모아 조직력으로 만들어낼 생각이다.

인터뷰 초반부터 대학교에 돌아온 기분이다.

아니다. 당신이 많은 것을 내게서 알아가야 한다. 당신이 정보를 많이 얻어가야 한다. 기자인 당신이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잘 이해하고 알아야 사람들에게 잘 공유될 수 있고 이에 따른 반응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고 서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자. 먼저 당신은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에 왔고 부산을 택했다. 어떤 점이 당신을 한국으로 이끌었는가?

부산이 제시한 프로젝트가 정말로 인상 깊었다. 감독직 제안을 받고 해당 프로젝트를 봤을 때 엄청나게 큰 전환점이 될 거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갈아엎는 수준이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완전한 혁신에 대해 기꺼이 도움을 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부산의 모습이 좋은 기회로 느껴졌다. 구단이 스스로를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기에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런 프로젝트를 내가 꼭 해보고 싶었다. 특히 우리 코칭스태프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부산의 가치와 목표를 생각했을 때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벌어질 2년 동안의 시간이 기대된다. 잘 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외국인 감독 입장에서 아시아 무대는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가?

전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게는 축복받은 일이다. 내 경력은 어떤 나라에서 감독했는지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했는지에 따라 평가받는다. 나는 유로 2012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했고 올림피아코스에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그래도 낯선 한국이라는 곳은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혀 없다. 오히려 집 같았다.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주는 것 같다. 우리 클럽 스태프들 모두 100퍼센트 열심히 일하고 있다. 특히 우리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거 다 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기억이 많다. 일 뿐만 아니라 사생활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어떤가?

어메이징(Amazing). 정말 좋은 도시다. 분위기가 너무 좋고 기분도 좋다.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너무 좋다. 우리 가족들도 와서 부산을 즐기고 있다. 아직 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알고 있었다. 서울보다 낫다고 들었다. 하하.

부산 감독이 됐다고 벌써부터 립서비스인 것인가.

전혀 아니다. 거짓말을 할 바에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진짜 부산이 좋은 도시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아시아와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아시아 지역을 방문했다. 인도를 제일 많이 갔다. 물론 한국과 인도는 다른 문화이기는 하다. 그래도 한국에 대한 지식은 좀 있었다. 정말 정말 친한 내 포르투갈 친구가 한국에서 2년 반 동안 살고 있다. 그래서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파울루 벤투 감독인가?

그 중 한 명이다.

게다가 가족들도 한국행을 좋아했다. 우리 가족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과거 가족들과 함께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 있었다. 물론 그리스가 같은 유럽이기는 하지만 포르투갈과는 다른 문화였다. 가족들은 그리스에서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고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나는 내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아시아 문화 중에 서로 존중하고 연장자를 공경하는 것이 굉장히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 사람들이 이런 건 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려왔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한국의 이런 문화를 정말로 배우기를 원한다. 이런 문화가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래도 자가격리 때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냥 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로 영상 회의 기능을 통해 브루노 코치와 일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한국 축구와 문화에 대해 배우려고 했다. 우리가 새로운 곳에 왔다면 그곳에 대해 알아야 그곳을 존중할 수 있다.

그리고 자가격리 기간 동안 우리가 지켜나갈 가이드라인을 잡게 해주는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연구했다. 우리의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의 목표는 새로운 것을 부산에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냥 새로운 것을 전수하기만 하면 안된다. 한국적인 것들 또한 존중하고 그것들 중에 좋은 부분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녹아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선수와 구단 직원의 이름을 전부 외웠는가?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는 당신의 모습이 놀라웠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모든 구단의 구성원이 중요하다. 각자가 정말 매우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 그만큼 각자 책임감도 무겁다. 이런 각자의 일이 우리의 최종 목표를 향해 이어진다면 결국 우리는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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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놀라워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그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겠다는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금방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한다. 도대체 당신이 말하는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팬들 사이에는 기대감도 크지만 의구심 또한 만만치 않다.

인정한다. 이 프로젝트는 정말 새로운 것이고 아직 불안정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의견에 동의한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지금 당신과의 인터뷰에도 열심히 임하고 있다. 그래야 팬들이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의구심을 갖고 있는 팬들께서 조금이나마 안심하시지 않을까?

아마 기대감이 높은 팬들이 있다면 우리가 무언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본다. 향후 우리가 팬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얻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의 프로젝트에서 팬은 정말로 중요하다. 팬들이 우리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해야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와 구단 직원도 하나가 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팬이 함께해야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정확하게 목표를 정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이다. 목표는 정확하지만 그 목표로 향하기까지 정말 많은 상황과 시나리오가 있다. 구단 내 많은 부서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이는 곧 선수단의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구단의 철학 또한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향한다.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모두가 정말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세 가지 중요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부산이라는 팀이 팬들에게 보여줄 최고의 경기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유소년 선수들의 육성이다. 마지막은 부산이라는 구단을 지역의 각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최종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중에서도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마지막이다. 부산 구단은 부산 지역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부산은 정말로 큰 도시고 부산아이파크는 이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가장 큰 축구단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산아이파크는 부산이라는 큰 도시 안의 외딴 섬과도 같았다.

우리는 부산이라는 지역사회와 하나하나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중학교가 될 수도 있고 대학교가 될 수도 있고 유소년 아카데미가 될 수도 있다. 시민 사회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정보와 지식들을 그들과 공유하고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이 축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연결고리들은 계속해서 뻗어나가야 한다. 여기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팬들이다. 그래서 팬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주축 선수들이 많이 나간 상황이라 유소년 육성에 대해 신경쓰는 것인가?

먼저 이것 하나는 확실히 해두고 가고 싶다. 유소년 육성을 강조한다고 베테랑 선수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좋은 본보기가 팀 내에 없으면 좋은 유소년 선수들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우리 팀의 평균 연령은 23.6세다. 정말 젊은 팀이다. 이 어린 팀은 노장 선수들과 균형을 맞춰 발전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코칭스태프가 준비한다. 경험은 노장 선수들을 통해 보고 배우며 채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인내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은 한 명당 한 경기에서 평균적으로 7번의 실수를 한다.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이 실수하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들이 열정을 가지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선수들이 실수하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계속해서 기다리고 더 나아지는 방법을 가르치고 책임감이 뭔지 알려주고 어떻게 해야 경기력이 더 나아질지 끊임없이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해야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하기 나름이고 실수를 통해 더 성장해야 한다.

그렇다고 실수를 한다고 처벌이나 질책을 하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고나서 질책을 하면 발전하기 어렵다. 자신이 왜 그런 실수를 했고 어떻게 해야 보완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설명을 해야한다.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설명을 하면 좋은 경기력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물론 터프한 분위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무조건 터프하지 않아도 된다. 팀 분위기에서도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목표를 물어볼 때 승격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언급하지 않는 K리그2 감독은 처음 봤다.

사실 그런 이야기들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기는 하다. 성적은 눈에 가장 쉽게 보이는 목표다. 설정하기도 쉽고 동기부여도 하기 좋다. 우리 프로젝트에서도 성적을 간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부산이라는 팀이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우리가 열정과 야망을 가지고 목표를 차차 이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승격이나 플레이오프는 우리가 프로젝트를 잘 해나가면서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이것이 부산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와야 하는 것들이다.

일단 선수들에게 100%가 아닌 1,000% 힘을 다해 이기고자 하는 열망과 야망을 심어줘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승리하고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야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경기에서든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줘야 한다. 2주 동안 훈련하면서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많이 심어주려고 노력했고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아닌 선수들의 몫이기도 하다. 더 강력하고 더 야망있는 플레이를 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감독과 선수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말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통해 감독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다. 정직함이 담보되지 않으면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좋을 수 없다. 정직함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이 사람이 정직한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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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감독의 전술과 전략을 따르고 함께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았을 때 어떤 보상이 오게 되는지 알게 된다. 물론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변화무쌍하다. 좀 자극적이거나 터프하게 대할 수도 있고 부드럽게 다가갈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과 함께 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나 성과가 온다는 것을 알면 선수들은 안심하게 된다.

나는 함부로 선수들에게 공수표를 남발하거나 이것저것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정직함으로 선수들을 대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나의 정직함을 이해해주고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면 선수들 입장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지만 당신이 바라본 K리그2는 어떤가?

K리그는 굉장히 흥미롭다. 기대도 된다. 우리 코칭스태프는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원들을 사용해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특히 K리그2의 경우 공수 전환이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공략할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템포나 압박 등에서 엄청나게 높은 강도의 경기를 뛴다. 문제는 이 강도가 90분 내내, 또는 한 시즌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갑자기 훅 강도를 높였다가 점점 떨어지고 다시 훅 높아졌다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된다고 느꼈다. 게다가 공격에 비해 수비에서는 템포나 압박 등 전체적인 강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높은 강도의 경기를 꾸준하게 유지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선수들이 이 때문에 2주 동안 힘들었을 것이다. 공격 쪽에서만 템포가 빠르고 압박이 강한 것이 아니라 공을 소유하고 빌드업하는 과정에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도 일정한 강도로 압박할 것이다. 그래야 공을 빨리 가져올 수 있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물론 공 없이도 경기를 이끌어가는 노하우도 배워야 한다. K리그2를 봤을 때 우리가 배워야 하고 팀에 이식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강도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잘 준비해서 보여주고 싶다.

당신이 너무나 열정적이라는 것이 인터뷰에서도 느껴진다.

물론이다. 나는 내 모든 마음을 다해 부산으로 왔다. 이 프로젝트는 나를 열정적으로 만들고 나를 하루하루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내가 '마스터'로 존경하고 따르는 피쉬바난다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매사에 온 마음을 다하면 나는 내 정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내가 모두 통제할 수 있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정말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면 지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내 '마스터' 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몸이 아니라 너의 마음으로 일하면 모든 것을 100% 쏟아부을 수 있다. 집중은 가슴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일한 것을 기억하지도 못한다"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 일하고 있다.

미팅룸 칠판에 무언가 성경 구절 같은 게 쓰여진 것도 봤다.

그건 '바가바드 기타'라는 책의 한 구절이다. 힌두교 3대 경전 중의 하나다. 행동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모두 다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그 행동 속에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우리 자신을 버리고 희생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경기 전 강의 시간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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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스터'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내 스승님은 나의 정신적 지주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페레즈 감독이 채식을 즐기는 것도 그의 영향이라고. 부산 구단 관계자는 "요가나 명상도 즐겨하신다"라고 귀띔했다)

너무 철학적이다.

걱정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스승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고 있지만 그 분의 말은 당신이 아닌 내 삶의 가이드라인이다. 나의 신념을 당신에게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하.

이 프로젝트는 당신 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열정적이어야 할 것 같다.

물론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일하는 사람들은 열정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부산의 직원들은 열정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방에서 일하는 식당 조리원들이다. 정말 많은 시간을 쉴 새 없이 일한다. 그 분들이 쉴 때는 우리 선수들이 훈련하지 않을 때 뿐이다. 선수들만큼, 아니 선수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 분들이 하는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들이 음식을 만들면서 실수하면 선수들이 잘 먹지 못한다. 그렇다면 감정적으로도 영양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아진다. 이는 결국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 분들은 지금까지 정말로 환상적으로 일해오시고 계신다.

게다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 그리고 지원스태프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프로축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 기대감을 받게 되고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을 요구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것도 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일을 할 때도 많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을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한다.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칭스태프도 이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게 된다. 브루노 코치를 비롯해 새로 합류하는 피지컬코치와 GK코치, 김치곤 코치 등이 있다. 특히 김치곤 코치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김치곤 코치는 정말로 훌륭하다. 좋은 인성을 가졌고 선수들이 그에게 공유하고 배울 것이 참 많다. 나 또한 김치곤 코치를 통해 한국의 축구 문화를 배우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언제 쯤이면 성패가 갈릴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내 프로젝트는 아니다. 부산아이파크의 프로젝트다. 나는 2년이라는 계약 기간 동안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일부를 담당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도 부산이 계속해서 이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것이다. 내가 팀을 떠난 이후 그 누가 이 팀을 감독하더라도 부산이 이런 철학은 계속해서 이어나가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당신의 철학을 팬들에게도 공유한다면 좋을텐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지 못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팬들은 어디에나 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팬들이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팬들은 있다. 우리는 이렇게 팬들이 경기장에 없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다시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우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팬들은 어쨌든 부산의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팬들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경기력과 팀의 철학을 팬들께 100%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팬들은 우리가 곧 만날 수 있다. 온 세상이 노력하고 있다. 곧 이런 상황을 다 극복하고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상황은 부산을 하나로 묶어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하나가 되어 더 큰 기쁨을 팬들께 드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알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보여줄 '페레즈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야망'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차근차근 설명해보겠다. 일단 우리는 선수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개성과 능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의 특징을 지켜나가면서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경기력이 자연스럽게 그라운드에서 100%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경기를 지배하고 싶다. 공 소유권도 최대한 많이 가져오고 특정한 상황에서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골을 넣겠다는, 그리고 이기겠다는 모두의 야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에 우리가 상대의 페널티박스로 침투해 득점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공격적인 상황이다. 그 때 박스 안에 들어가는 선수들은 반드시 내가 골을 넣겠다는 야망을 품고 침투해야 한다. 그렇기에 공을 소유하고 자신이 공을 받는 순간 빠르게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조직력을 강조한다. 정확한 순간에 공을 탈취할 수 있도록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수에서 야망을 가지고 움직이면 우리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공격적인 면과 수비적인 면 모두 우세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사실 나는 이 방식 말고 다른 것은 잘 모른다. 이렇게 해야 상대가 강팀이어도 약팀이어도 상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기는 방식에 집중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야망을 가지고 달려들 것이다. 이게 우리 부산이 2021시즌에 보여줄 축구가 아닐까.

부산 페레즈 감독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난해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열정에 압도됐다. 그는 생각보다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경기력이 아니라 부산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그는 열정 넘치게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야망 넘치는 페레즈 감독 체제의 부산은 2021시즌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페레즈 감독의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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