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많고 정도 많은 경남 신입생, ‘애아빠’ 이정협


[스포츠니어스|통영=조성룡 기자] 이정협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FC에 입단한 이정협은 요즘 바쁘다.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지만 그는 얼마 전 아빠가 됐다. 첫째 아들이 생겼다. 그는 득남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곧장 경상남도 통영의 경남 전지훈련장으로 향했다. 아들이 태어났기에 그는 더욱 열심히 축구를 해야한다.

하지만 이정협은 불과 얼마 전까지 부산아이파크에서 뛰던 선수였다. 그곳에서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가슴 한 켠에는 아직 부산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스포츠니어스>는 통영에서 이정협을 만나 그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이 남자, 생각보다 여리고 착하다.

만나서 반갑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경남의 전지훈련에 합류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첫째 아들을 얻었다. 너무나도 예쁘다. 나도 이제 아빠다. 하하. 아들을 보고 바로 다음 날 팀 훈련에 합류했다. 지금도 너무나 보고싶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만큼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아들의 이름도 이미 지었다고 들었다. 누구의 작명인가?
민우다. 이민우. 사실 이 이름은 우리 가족이 지은 것은 아니다. 내가 이정기에서 이정협으로 개명할 때 찾아갔던 작명소에서 한 번 더 이름을 받았다.

그 집이 잘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그렇겠지만 내 이름을 지어준 곳이니 한 번 더 믿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부탁 드렸다. 하하.

이적에 아내의 출산 임박까지 많이 심란했을 것 같다.
출산에 대해서는 크게 마음이 어지럽지는 않았다. 아내가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다. 아내가 많은 고생을 했지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심지어 아들을 내가 받았다. 참 예쁘더라. 정말 이 아기가 내 아들인지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팀을 옮기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다.
사실 부산을 떠나면서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부산은 나를 키워준 곳이고 내가 지금까지 생활하던 팀이다. 이번 이적이 내 프로 인생에서는 처음으로 완전이적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산을 떠나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이적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 기영옥 단장님이 부임한 이후 젊은 선수들로 팀을 개편하면서 나 또한 이적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나도 부산에 대한 미련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조금씩 접게 됐다.

그렇게 다른 팀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예전에 계시던 사무국장님이 다시 부임하셨다. 그 때 그 분께서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해서 부산에 남아줄 것을 요청하셨다. 나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갈등할 수 밖에 없었다.

ⓒ 경남FC 제공

하지만 그 사이에 경남으로 옮기는 이적 과정이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갑작스럽게 이걸 뒤집고 다시 부산에 가는 것은 어려웠다. 도의 상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래도 감사했다. 부산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잡기 위해 노력해주셨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부산을 떠나는 내 마음이 더욱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당신의 선택은 경남이었다. 왜 경남으로 오게 됐는가?
아무래도 설기현 감독님이 계신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이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때 설 감독님이 내게 직접 전화를 주셨다. 나에 대한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어떤 축구를 하고 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설명해주셨다. 게다가 경남은 굉장히 매력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점이 나를 경남으로 이끌었다.

왜 경남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설기현 감독을 찬양하는가? 어떤 매력이 있는가?
원래 다른 팀 같은 경우 감독님과 좀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언가 다가가기도 말씀드리기도 어렵다. 그런데 설 감독님은 진짜 그냥 선후배 같은 느낌이다. 많은 걸 편하게 해주시고 그냥 서슴없이 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신다.

실제로 설 감독님과 사우나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내용의 이야기도 잘한다. 스스럼 없이 전술이나 힘든 점이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내가 감독님께 이야기하고 감독님께서도 내게 무척이나 편안하게 말해주신다. 잘해주신다. 그런 부분이 소통도 잘되는 것 같다.

게다가 훈련할 때 감독님을 보면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그 때는 감독님이 바쁠 수 밖에 없다. 저 쪽 보시면서 공격 봤다가 수비 봤다가 하신다. 그러다보면 세밀한 부분을 놓치면서 말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진짜 한 번을 하더라도 진지하고 세밀하게 잘 가르쳐 주신다. 경기 속 상황 등까지 세심하게 설명 해주신다.

경남의 훈련량이 비교적 적고 출퇴근을 하는 등 자율 축구 문화에 매료된 것은 아닌가?
사실 나는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많이 어색하기는 하다. 기존 선수들은 이런 자율 축구에 적응해 만족하고 있다. 경기력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한다. 나도 빨리 그런 문화를 몸에 익혀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도록 해야할 것 같다.

그렇다고 경남이 훈련을 대충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밖에서는 비슷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보는 것과 달리 안에서 직접 해보니까 다르다. 훈련 한 번을 한다고 하면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 정도 한다. 그 때 설렁설렁 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진짜 다 쏟는다. 훈련 끝나면 선수들이 거의 못걸을 정도다.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라고 놀랐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2-3-5 포메이션 같은 것들은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
나도 아직 완벽하게 인지를 못했다. 일단 정말 특이하다. 나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술이었다. 어디서 공을 받아야 하고 어떻게 공간에서 움직여야 하는 등 이런 걸 아직은 배우고 있는 단계다. 당연히 지금은 잘 안맞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점차 이러한 축구를 하다보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설 감독님 밑에서 그런 새로운 전술들을 하니 축구를 다시 배우는 느낌이다. 기존 선수들도 처음에는 당연히 어려운 거라고 얘기해줬다. 지금 1년이 지났지만 그 선수들도 몸에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광선 선수는 “몸보다 머리가 아픈 축구”라고 표현하더라.

특히 경남에는 배효성 코치가 있다. 둘은 악연이 있지 않는가?(과거 배효성은 경남 선수 시절 상주상무에서 뛰던 이정협에게 안면 복합 골절상을 입힌 아찔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가 배효성 코치님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반대로 도망간다. 하하. 농담이다. 배효성 코치님은 워낙 좋으신 분이다. 그리고 그 때 골절을 당한 일은 예전 일일 뿐이다. 경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은 이제 코치와 제자 사이가 됐다. 선수의 입장에서 코치님 말씀을 잘 들으려고 노력한다. 코치님도 내게 굉장히 잘해주신다.

ⓒ 경남FC 제공

그렇다고 배효성 코치의 처남 이우혁을 괴롭히면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우혁을 경남에 와서 처음 알게 됐다. 내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 부산이 강등당하는 바람에 올 시즌 친정팀을 같은 리그에서 적으로 만난다.
아… (이정협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은 오래 있었던 팀이고 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마음이 좋지 않다. 솔직히 부산 팬들께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많은 욕을 먹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부산 팬들께서 SNS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부산을 상대로 오히려 더욱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응원했던 이정협의 모습이라고 하시더라. 욕이 아니라 오히려 경남 가서 더 좋은 선수가 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부산을 상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 예의를 지킬 생각이다. 부산을 상대로 골을 넣을 때는 울지 않을 것 같은데 팬들께 인사하러 갈 때는 눈물이 날 것 같다.

생각해보니 경남에 강등의 아픔을 선사한 인물이 바로 부산 이정협이다.
그래서 내가 경남에 오면서 걱정했다. 경남 팬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께서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 승격을 위해서 내가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할 것 같다. 그게 경남 팬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 승격을 이뤄 경남 팬들의 아픔을 잊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 때 활짝 웃었던 동료들이 많이 떠났다. 김문환, 이동준, 호물로…
호물로는 내가 이적할 때 따로 연락이 왔다. 부산에 있는 동안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호물로를 잘 챙겨줘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김)문환이나 이런 선수들은 우리끼리 단톡방이 있다. 거기는 지금도 카톡 알림이 올 만큼 시끄러운 단톡방이다. 그래서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깝다.

부산 생각만 하면 많이 괴롭다. 승격을 하고 바로 강등을 당해 너무나 허무하기도 했다. 정말 우리가 왜 이러나 싶었다. 특히 시즌 막판 상황도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뒤집어졌다. 그런 상황을 만들면 안됐는데 그래버려서… 선수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경기장에서 뛰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동안 잠도 자지 못했다. 나는 그리고 경남으로 왔다. 그래서 더욱 괴로웠다. 남은 선수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부산 이야기만 나오면 그 때가 떠올라서 괴롭다. 아마 2021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것 같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 때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미안하다. 감수성이 정말 풍부한 것 같다.
내가 정말 눈물이 많다. 나는 심지어 만화 ‘원피스’에서 에이스가 죽었을 때도 울었다. 정말 울었다. 이번에 아들이 태어났을 때도 비슷했다. 막상 아들을 받는 상황에서는 아내가 울고 있어서 눈물 닦아주느라 울지는 않았다. 그리고나서 아내가 회복할 때 복도에서 혼자 기다리며 울었다. 아내가 고생했던 것을 알기에 눈물이 절로 나더라. 나는 진짜 눈물이 많아서 큰일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울면 따라서 울 정도다.

유부남 선수들이 조언도 많이 해줬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하더라. 이제 육아가 막 시작된다. 그런데 너무 이뻐서 또 힘든 게 금방 잊혀진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다. 보면 볼 수록 또 보고싶다.

벌써부터 아들이 속 썩이지는 않던가. 당신이 어릴 때 그랬다면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수 있다.
내가 어릴 때 말을 잘 들었다고 한다. 갓난아기일 때도 많이 울지도 않았다고 하더라. 어릴 때 울어야 할 걸 지금 나이 먹어서 울고 있다. 하하. 다행히 아들이 내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지금 병원에서도 되게 순한 아이라고 하더라. 외모는 나를 닮지 않고 아내를 닮은 덕에 참 잘생겼다. 나 닮았으면 아마 인생을 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들이기 때문에 축구를 시켜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아내는 축구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반대하지만 나는 시켜보고 싶다. 축구가 힘들지만 단체 생활이나 운동 등을 통해서 바른 사회성과 인성을 길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아들이 바르게 자라기 위해 축구를 좀 했으면 좋겠다. 공부는… 나를 알고 내 유전자를 받았을 것 같으니 마음 비웠다. 공부는 그냥 아들이 최선만 다한다면 만족한다. 잘하라고는 안한다. 열심히만 해라.

벌써부터 아들 자랑이 한창인데 딸 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그렇지 않아도 둘째는 꼭 딸을 갖고 싶다. 알다시피 호물로가 그렇게 딸 바보다. 다른 아기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다. 아들을 낳아도 호물로 마음이 이제 이해가 되는데 딸을 갖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지 상상이 안간다. 그래도 둘째는 딸을 낳고 싶다. 아들은 크면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무뚝뚝하다고 하더라.

반면에 딸이 있으면 그렇게 예쁘고 애교가 많다고 들었다. 특히 예전에 손준호 선수의 딸을 본 적이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예쁘고 애교가 많았다. 그 때부터 딸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같다.

아들은 30년 키워도 30분이면 여자에게 간다는 말이 있다.
정말 옛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인정한다.

그래도 올 시즌 ‘분유버프’를 기대해도 될까?
아이가 생기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내가 운동장에 들어가서 한 발 더 뛰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열심히 더 하는 모습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 아들이 하루빨리 성장해 경기장에 와서 봤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더 많이 내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선수 생활을 진짜 오래 하고 싶기는 하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없지만 진짜 내가 어디 몸에 문제가 생겨서 뛰지 못하는 이상 끝까지 뛰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올 시즌 이정협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왕이면 K리그2 최고 기록인 13골 4도움 이상을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경남에 오기 전에 설 감독님께서 “경남 오면 15골 이상 넣을 수 있다”라고 하셨다. 그걸 믿고 왔기 때문에 감독님 말을 잘 들으면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감독님 믿고 간다. 믿어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2는 정말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 상무가 김천상무라는 이름으로 K리그2에 합류한다.
진짜 쉬운 팀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김천상무의 K리그2 행은 정말 반칙 아닌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당신도 2015년에 상주상무의 승격을 이끌었다. 그 때도 반칙 아닌가.
맞네. 그 때 K리그2였구나.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반칙 맞다. 하하. 그래도 요즘 상무 자원들 보면 장난 아니다. 반칙의 수준이 정말 세다. 무섭다. 하하.

올 시즌 이정협은 어떤 한 해를 보내고 싶은가?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승격이다. 그 다음으로는 경남 팬들께서 즐거워하는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골도 많이 넣고 싶다. 그렇게 행복축구를 해보고 싶다.

이정협은 아마 부산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전 소속팀에서 너무나도 많은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이정협은 그렇다고 미래를 간과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제 그는 경남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해야 한다. ‘설싸커’에 녹아들어 경남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는 임무를 잊지 않고 있다. 그것이 축구선수 이정협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예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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