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용은 경기 전 이렇게 누워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중계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부산=김현회 기자] 충남아산 수비수 배수용은 경기를 앞두고 자신만의 독특한 의식을 치른다. 킥오프 직전 양 팀 선수들이 공을 바라보며 집중력을 다지거나 기도를 하거나 서로 독려할 때 배수용은 혼자 그라운드에 벌렁 눕는다. 그 시간이 짧지도 않다. 30초 넘게 배수용은 이렇게 잔디에 누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뒤 일어나 경기에 임한다. 기행에 가깝다.

배수용에게 이런 독특한 의식을 취하는 이유를 직접 물었다. 배수용은 16일 부산 해운대의 전지훈련지 숙소에서 <스포츠니어스>와 만나 자신만의 의식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배수용은 “고등학교 때부터 경기 전에 누웠다”면서 “킥오프 2분 전에 누워서 1분 정도 그러고 있다가 일어난다. 누웠다가 일어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개운한 맛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수용이 경기 전 눕기 시작한 건 벌써 6~7년간 이어온 습관이다.

배수용은 왜 이런 습관을 시작했을까. 그는 누군가에게 이런 습관을 전수받은 일이 없다. 배수용은 “누가 전해준 건 아니다”라면서 “고등학교 때는 경기 전 그라운드에 누우면 감독님한테 혼이 나니까 경기 전에 라커에서 살짝 누워봤다. 최대한 감독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했다. 그러다가 ‘경기장에서 한 번 누워보자’고 하고 누워봤더니 생각보다 푹신푹신하고 좋더라. 그때부터 경기 전에 눕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됐다”고 덧붙였다.

충남아산의 배수용은 지난 시즌 주전 수비수로 도약했다. ⓒ프로축구연맹

배수용이 경기 전에 그라운드에 누우니 동료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는 “처음에는 동료들이 ‘너 지금 뭐하냐’는 말을 자주했다”면서 “경기 전에 파이팅을 하려고 다 모일 때 내가 누워있으면 (박)세직이 형이 ‘너도 이리와봐’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잠시만요’라면서 더 누워있는다”고 웃었다. 그는 “경기 도중에도 힘이 들거나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와 충돌했을 때 한 번씩 눕는다”고 농담을 건넸다.

은퇴할 때까지 배수용은 이 습관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는 “굳이 이 루틴을 깨고 싶지는 않다”면서 “날씨가 맑으면 눈이 부셔서 누워서 잠시 눈을 감는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비가 오는 날이나 추운 날씨에 열리는 경기 때도 배수용의 루틴은 이어질까. 이 질문이 나오자 배수용은 “비가 올 때는 안 눕는다”면서 “유니폼이 물에 젖으면 너무 무겁다. 추운 날씨에 경기를 하면 라커에서 패딩을 입고 잠시 눕는다. 흔히 말하는 ‘선택적인 루틴’이다”라고 웃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6년 J리그 감바오사카와 계약을 맺은 배숭용은 이후 감바오사카 U-23팀과 J3리그 기라반츠 기타큐슈, 카마타마레 사누키 등으로 임대를 떠난 뒤 지난 시즌 충남아산으로 이적했다. 배수용은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지난 시즌 23경기에 출장하면서 주전 수비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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