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찬은 지난 시즌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충남아산FC

[스포츠니어스 | 부산=김현회 기자] 포항의 유소년 시스템을 거친 김찬은 ‘제2의 이동국’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현재 K리그2에 속한 팀에서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 2019년 대전시티즌에서 임대 선수로 활약한 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충남아산에서 임대 선수로 뛸 예정이다. 2000년생의 이 어린 선수는 벌써 세 시즌째 임대를 떠났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시즌에는 25경기에 나섰지만 1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어린 선수가 꾸준히 출장 기록을 늘려나가며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희망적이다. 부산 기장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인 김찬을 직접 만나 다시 한 번 임대를 선택하게 된 심정과 각오를 전해 들었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휴식기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감독님께서 “너는 피지컬을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고 그 이후로 몸을 더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식기 동안 어디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 아니었나. 운동하러 나가는 일 외에는 주로 집에 있었다. 휴식기였지만 일주일에 엿새씩 운동에만 매진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왔더니 동계훈련을 시작한 뒤 몸이 무거운 게 사실이다.

전지훈련장 분위기는 어떤가.

지난 주 화요일부터 소집 훈련을 시작해 이제 막 훈련을 한지 2주 정도가 지났다. 분위기는 늘 좋다. 오늘은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밤 9시에 선수단 전체가 모여 치킨 파티를 하기로 했다. 치킨을 먹지 않는 선수들도 모두 나와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만든 자리인데 이런 치킨 파티를 하면서 수다도 떨고 소통도 한다.

키가 작년보다 더 큰 것 같다.

그건 아니다. 여전히 189cm다. 아버지께서도 키가 189cm여서 그 키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신발을 신으면 190cm는 넘는다.

올 시즌 충남아산에 재임대됐다. 이렇게 한 번 임대를 와 임대기간을 연장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렇다. 지난 시즌 막판 여러 고민이 있었다. 다른 팀에서 새로운 제안을 해오면 거취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예정이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충남아산에서 한 시즌을 더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동혁 감독님께서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하기 전에 미팅을 통해 “내년에도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그 이후에는 고민을 많이 했나.

쉬면서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박동혁 감독님께서 나한테 먼저 제안을 주셨다는 게 내가 충남아산 재임대를 택하는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시즌 감독님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점도 죄송했고 기회를 많이 준 점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도 컸다. 여러 생각을 하다가 결국 충남아산에 1년 더 남기로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을 돌이켜 보면 어떤가.

공격수인데 득점이 부족했던 게 아무래도 아쉬웠다. 속된 말로 수치스러웠다. 부끄러움을 한 없이 느낀다. 주변에서 질타를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수치스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특히나 지난 시즌 마지막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는 0-1로 지고 있던 후반 막판 내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는데 그걸 넣지 못했다. 그게 지금까지도 두고 두고 아쉽다.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한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은 공격수임에도 한 골밖에 넣지 못했다. 서울이랜드전의 그 득점을 기억한다. 득점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눈물도 보이지 않았나.

울지 않았다. 오랜 만에 골도 넣고 인터뷰도 해서 긴장해 땀이 눈 쪽으로 흘렀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땀을 닦은 걸 울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원래 계속 실수하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성격이라 지난 시즌에 고생이 많긴 했다. 편하게 털어내질 못한다.

서울이랜드전 득점 이후 많은 축하를 받았을 것 같다. 오랜 만에 터진 득점이었다.

에이전트 선생님도 많은 축하를 보내주셨고 부모님도 기뻐해 주셨다. 동료들도 서로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아무래도 나이도 어린 공격수가 골이 없다보니 형들이 다들 걱정해준 모양이다. 그때 정말 우리가 한 팀이 돼 플레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포항 유소년 시스템을 거치면서 ‘제2의 이동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만큼 훌륭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유소년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포철고의 한중일 주니어 종합경기대회 우승도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K리그 U-18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다. 결승 풍생고와의 경기에서도 두 골을 넣었다. ‘제2의 이동국’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리틀 양동현’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그때 잘한 건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 나도 ‘제2의 이동국’이 되고는 싶은데 그건 어려운 일이다. 부담감도 있다. 이제는 천천히 내 길을 가 ‘제2의 이동국’이 아니라 ‘제1의 김찬’이 되고 싶다.

포항에서 충남아산으로 임대를 오면서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게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이다. 먼저 포항에서 충남아산에 내 임대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작년에는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공격 포인트는 아쉽지만 그래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7득점이 내 목표였다. 2019년에 (오)세훈이 형이 충남아산에서 7골을 넣어서 나도 그 정도까지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목표는 7골이었는데 한 골을 넣고 시즌을 끝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늘 오세훈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지난 시즌 그게 가장 부담됐다. 세훈이 형이 충남아산에서 뛰면서 잘했고 U-20 월드컵 무대에까지 섰다. 그리고 내가 세훈이 형의 등번호를 이어받아 충남아산에서 9번을 달았다. 최전방 공격수라는 위치도 같다. 나에게는 늘 쫓아가야 하는 형이다. 내가 포항 출신이고 세훈이 형이 울산 출신이라 비교하는 이들이 더 많은데 지금은 세훈이 형이 나보다 훨씬 더 위다.

재임대를 제안한 박동혁 감독이 동계훈련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자주 해주나.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지금은 동계훈련 기간이다보니 평가는 최대한 뒤로 미루고 계속 지켜보시는 것 같다. 언제 다시 이런 감독님을 만날까 싶을 정도로 좋은 분이다. 충남아산에만 있었던 형들에게 “진짜 이런 감독님하고 함께 하게 돼서 기쁘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도 챙기는 분이시다. 배울 부분이 많은 분이다.

대화가 참 차분하다. 원래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가.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어색하다. 원래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어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2~3주는 지나야 좀 대호를 한다. 처음에 충남아산에 와서도 선수들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기존에 아는 형들 말고는 친해지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성격 좋은 형들이 많아서 그 형들이 먼저 다가와 줬다. (박)민서 형과 (이)재건이 형, (송)환영이 형, (김)민석이 등과 친해졌다.

그 선수들의 성격은 어떤가.

환영이 형은 정말 재미있다.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시도 때도 없이 웃기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그냥 옆에서 그걸 들어주는 편이다. 재건이 형은 묵직한 편이다. 충남아산이 클럽하우스가 없고 훈련 여건이 부족한 편이지만 코칭스태프들과 동료들, 그리고 구단 직원분들까지 헌신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올 시즌 팀의 목표는 어느 정도로 두고 있나.

감독님께서는 5위 정도를 목표로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10개 팀 중에 중간은 가보자는 거다. 나는 5위 또는 플레이오프권에는 가보고 싶다. 작년보다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 시즌 K리그2에는 만만치 않은 팀들이 많은데 그거야 뭐 시즌을 시작하고 경기를 해봐야 우열이 가려지는 거다. 동계훈련부터 준비를 잘한다면 무서운 팀은 없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나.

지난 시즌에는 7골로 잡았는데 올 시즌에는 조금 더 소박하게 5골로 정했다. 일단 5골을 넣으면 7골, 10골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영플레이어상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지난 시즌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올해는 천천히 경기력을 끌어 올려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장에서 인사드리고 싶다.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

김찬은 아직은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었다. 공격수로서의 고민, 그리고 세간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도 확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더 강한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다. 올 시즌에도 충남아산의 최전방을 책임질 김찬은 과연 얼마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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