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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테헤란로=홍인택 기자] 아마추어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 최초로 열린 eK리그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일궜다.

16일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아프리카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올레티비와 울트라기어가 함께하는 eK리그 2020' 3,4위전과 결승전이 열렸다. 해당 대회는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3위는 제주유나이티드로 플레이한 변우진, 차현우, 원창연이 세트 스코어 3-1로 포항을 꺾었다. 포항스틸러스 팀으로 대회에 참가한 이재욱, 고형민, 조윤준은 4위로 해당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초로 열린 대회인 만큼 다양한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했다. 샌드박스 게이밍 소속의 원창연, 변우진, 차현우를 포함, 겔럭시X 소속의 신보석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뿐만 아니라 구단 사무국 직원, 축구 기자 등 다양한 아마추어 선수들도 대회에 참여했다.

아마추어 선수들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단연 포항스틸러스 팀으로 참여한 세 명의 선수들이다. 유튜브 채널 '앙티처'를 운영 중인 이재욱을 중심으로 고형민과 조윤준이 같은 팀을 이루고 대회에 나섰다. 프로게이머들로 가득한 대회에서 이 아마추어 선수들은 4강 신화까지 이뤄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NFC라는 대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일반인 대표 1위와 프로게이머가 게임으로 붙는 대회다. 이들은 모두 일반인 자격으로 프로게이머들과 대결할 자격을 얻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떤 이는 초등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어떤 이는 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대학원에서 학업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FIFA 게임이 이들을 한 팀으로 묶었다.

팀의 주장인 이재욱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포항에서 나고 자라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고형민은 현재 임용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조윤준은 대학원생 신분으로 이 대회에 참여했다. 현재 3학기에 돌입했다. 세 명 모두 '게임'에 집중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재욱은 교사 업무 뿐만 아니라 육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재욱은 그만큼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재욱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근하면 육아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재우면 10시가 된다. 현실적으로 다음날 출근을 위해 12시에는 자야 한다. 동생들과 같이 연습할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밖에 안된다. 연습시간이 부족해서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4강 신화까지 이뤄냈다. 비록 3,4위 전에서 상대 팀 샌드박스 게이밍 팀을 만나 1-3 세트스코어로 패배하긴 했지만 그들의 표정에 후회는 없었다. 이재욱은 "프로팀과 경쟁해서 부족한 점을 알고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1-3 스코어가 아쉽지만 다음 기회엔 더 잘할 것이다"라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고형민과 조윤준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생각보다 합이 잘 맞아서 여기까지 올라온 게 기쁘다. 생활이 바쁘지만 후회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포항스틸러스를 선택하며 승승장구 했다. 4강까지 올라온 팀들 중 유일하게 현재 1부리그에 있는 팀이다. 그만큼 포항 구단의 관심도 이들에게 전달됐다. 이재욱은 "경기가 끝나면 항상 포항 관계자분에게 연락이 왔다. '경기 잘 봤다'거나 '축하한다'라고 연락이 왔다. 실제 구단에서도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들이 요청하니 포항 머플러도 흔쾌히 전달해 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재욱은 현재 포항과의 특별한 인연도 전했다. 이재욱은 포항 구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포항에 살았다. 그 때 옆집에 살던 분이 김기동 감독님이었다. 직장 때문에 대구로 넘어오면서 포항에 소홀했는데 이번 대회에 포항으로 참가하면서 다시 애정을 갖게 됐다"라며 웃었다.

포항스틸러스로 참가한 이 세 명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이들은 앞으로도 취미로 'FIFA 온라인 4'를 즐길 예정이다. 이재욱은 다시 교사와 유튜버 생활로 돌아간다. 고형민은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 고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조윤준은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가 학업과 연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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