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페레즈 감독이 갑자기 ‘식당 조리원’ 불러 건넨 이야기

ⓒ 부산아이파크 제공

[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레이디스(숙녀 여러분)”

16일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 식당에 입장한 부산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은 갑자기 누군가를 불렀다. 미루어 짐작컨데 여성들이었다. 대부분 남자들 밖에 없는 부산 클럽하우스다. 그런데 페레즈 감독이 도대체 누구를 부른 것일까?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때 통역이 재빨리 말했다. “(식당)이모님들, 감독님께서 부르십니다.”

갑작스럽게 페레즈 감독이 부르자 부산 구단의 조리원들은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 밥이 맛이 없었던 것일까? 통역을 옆에 둔 페레즈 감독은 조리원들에게 질책이 아닌 격려의 한 마디를 했다. “2주 동안 매일 세 끼를 쉴 틈 없이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조금만 더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페레즈 감독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부산 구단은 클럽하우스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주 째다. 시즌 중에는 출퇴근을 하지만 이번 훈련은 엄연히 전지훈련이다. 선수들이 모두 합숙하고 있다. 그래서 조리원들도 매일 세 끼를 차려내고 있었다. 2주의 일정이 끝나고 페레즈 감독은 선수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줬다. 조리원들도 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틈을 타 페레즈 감독은 조리원들을 굳이 찾아가 고마움을 전했다.

페레즈 감독은 세간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부산에 녹아들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이름이다. 훈련장에서 페레즈 감독은 선수 하나하나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며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자 옆에서 부산 구단 직원이 슬쩍 귀띔한다. “구단 직원들 이름도 다 외웠는데 선수 이름은 아무 것도 아니다.”

부산에 새로 부임한 페레즈 감독의 철학은 “모두가 열정적인 마음을 갖고 하나로”다. 페레즈 감독은 선수단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다. 구단 직원들과 사소한 것까지 챙긴다. 이유를 묻자 페레즈 감독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명품 시계를 비유로 들겠다. 선수단이 시침과 분침, 초침이라면 구단 직원과 조리원들은 시계 뒤의 부품들이다.”

“아무리 사람이 보는 시계 앞면이 화려하고 멋지더라도 시계 뒤에 숨겨진 부품들이 훌륭하지 않으면 그 시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식당 조리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것은 그들이 곧 경기력에 공헌하기 때문이다. 조리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선수단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경기력에도 미세한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우리 구단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고맙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페레즈 감독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지만 식당 조리원들은 갑작스러운 감독의 진심에 무척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연신 “우리가 당연히 할 일인데… 우리가 더 고맙다”라며 페레즈 감독에게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통역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감독님 왜 두부는 안드셔? 이게 을마나 맛있는데 한 번 잡숴보라고 해.” 통역은 페레즈 감독에게 두부를 가져다줬다. 채식을 선호하는 페레즈 감독은 맛있게 먹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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