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급 라이선스 교육 과정, 바늘 구멍이라는 평가 받는 이유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P급 라이선스. 대한민국의 축구 지도자라면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자격증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장 높은 등급의 축구 지도자 라이선스인 P급 라이선스는 아시아 각국 최상위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이기도 하다.

프로팀을 지휘하기 위해서 P급 라이선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시즌부터 P급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만이 K리그 팀들을 맡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P급 라이선스를 소유하지 못한 K리그 복수의 팀 감독들이 부랴부랴 P급 교육에 참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P급 지도자 신청 자격은 ‘A급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로서 고등학교(U-18) 이상의 팀을 5년 이상 지도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P급을 딸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는다.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많은 P급 과정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시즌 종료 후에도 현직 K리그 감독들을 P급 수강 신청자 중 우선 배정했다.

과거 K리그 팀을 지휘한 경력이 있는 한 지도자 A씨는 <스포츠니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직 프로팀 감독들에게 수강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프로팀에서 코치 경력이 길지 않았지만 P급 취득 당시 현직 K리그 감독이라서 보다 빠르게 P급을 따게 됐다”며 “솔직히 말하면 나보다 프로 무대에서 코치 경력이 길지만 P급을 따지 못한 다른 지도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여전히 P급 자격증 신청자들이 많이 밀려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 대한축구협회

이어 이 지도자는 “교육 과정은 실기, 이론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개인별로, 또 그룹별로 경기와 훈련에 대한 분석을 한다”며 “감독이 되면 말도 많이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면접과 심지어 기자회견까지 진행한다. 취재진들과 대화하는 것 역시 감독으로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실기, 이론, 면접 등으로 구성된 P급 라이선스 취득을 최종적으로 완료하기 위해선 논문 역시 제출해야 한다. 시간도 적지 않게 소비되고 비용 역시 1,000만원 내외로 필요한 쉽지 않은 과정이다. AFC에서 인정하는 가장 높은 등급의 지도자 자격증인 만큼 모든 세션의 난이도도 꽤나 높다.

<스포츠니어스>와 전화 통화에 임한 박경훈 전주대학교 경기지도학과 교수는 P급 라이선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박경훈 교수는 “강사들과 축구에 대해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실험도 본다. 또 한 주제에 대해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논문도 쓴다”며 “이전 방식과는 다른, 주입식이 아닌 창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본인이 생각을 거듭한 다음 다른 수강생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강사들과 함께 답을 찾아낸다”고 전했다.

이어 박경훈 교수는 “예를 들어 ‘향후 10년 세계 축구의 흐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두고 수강생들, 강사들과 함께 토론을 한다. 또 실기 과정에서는 상대 밀집 수비를 어떻게 뚫어 득점까지 갈 것인가를 연구한다”라면서 “모든 실기 세션을 본인이 직접 구성해야 한다. 인원은 몇 명으로 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팀을 향상시킬 것인가까지 본인이 창의적으로 답을 내야 한다. 그런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며 강사들이 피드백도 주고 점수를 매긴다”고 전했다.

ⓒ 대한축구협회

과거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포항 김기동 감독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기동 감독은 “P급 수강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모의 기자회견’이 있다. 수강생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감독 역할을 하고 나머지 수강생들이 취재진 역할을 맡는 방식”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기동 감독은 “‘모의 기자회견’이라서 쉽게쉽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번은 한 수강생이 앞에 나가 감독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취재진 역을 맡은 다른 수강생이 ‘감독님, 어제 호텔 앞에서 만난 그 여자는 누구였습니까. 불륜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감독 역의 수강생이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건데요?’라고 재치있게 답변을 했다. 그런데 취재진 역의 수강생이 ‘커피 드신다는 분이 여자랑 손잡고 호텔로 간다고요. 말이 됩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이렇듯 치열하게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모든 지도자들이 따길 원하는 P급 라이선스 교육은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보다 철저하고 세부적인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P급 소지자들을 배출하기 위함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P급 라이선스 취득에 대한 지도자들의 열망은 식지 않는다. 결국 모든 지도자들의 최종적인 꿈은 ‘프로팀 감독’이기 때문이다.

henry412@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tvycc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