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가 갑자기 '샐러리캡' 논란으로 뜨겁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구단 경영 효율화를 위해 비율형 샐러리캡을 도입한다. 연맹은 2020년도 제 8차 이사회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구단 경영수지의 지속적인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 등 구단 경영 효율화 방안이 의결됐다.

연맹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시행 중인 비율형 샐러리캡을 연구해 최종적으로 2023년에 도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K리그의 시장 규모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샐러리캡을 도입하는 것은 리그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그렇다면 연맹은 왜 갑자기 '비율형 샐러리캡'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샐러리캡이지만 샐러리캡 아닌 '비율형 샐러리캡'

기본적으로 샐러리캡은 선수의 연봉에 관한 단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샐러리캡이 그렇다. 한 구단의 전체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것이다. 주로 프랜차이즈 제도를 운용하는 리그들이 그렇다. 이들은 샐러리캡을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도입하지만 한 리그 내에서 전력 평준화를 통한 흥행을 꾀하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연맹 입장은 그것과는 다르다. "전력 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선수단 인건비 지출을 줄이라는 요구 또한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연맹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비율형 샐러리캡에 대해 '지출 가능한 연봉 총액의 상한선이 구단 총수입과 연동된다'라고 적혀있다. 구단의 총 수입이 늘어나면 구단별 연봉 상한액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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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샐러리캡이 주는 어감의 성격처럼 무리하게 돈을 쓰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가 있다. 성적 상승을 위해 무리하게 '반짝'으로 돈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보다는 성적 상승을 통한 외부의 지원금으로 살아오던 K리그다. 따라서 이런 행위는 근절하겠다는 것이 연맹의 입장이다.

그래도 이런 사례는 리그 운영에 지장을 줄 만큼 빈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율형 샐러리캡을 시행하고 있는 스페인 라리가의 경우 매년 정하는 '비율'이 다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6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K리그에 도입했을 때 위반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할 수 밖에 없다. 왜 비율형 샐러리캡을 도입한 것일까?

선수 아닌 구단 향한 독려의 메시지

왜 연맹은 비율형 샐러리캡을 도입했을까? 속내를 잘 살펴보면 일종의 메시지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 참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리그다. 돈을 잘 벌지는 못하지만 경기력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결국 K리그는 이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든 것이 바로 비율형 샐러리캡이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선수보다는 오히려 구단을 향한 메시지가 강하다. 지금까지 K리그 각 구단의 모습은 경기력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홍보, 마케팅 등 사무국의 역량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축구만 잘하면 다 잘된다"라는 말이 K리그에 등장한 것이다.

물론 각 구단은 다양한 방면에서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구단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발전한 것이지 사무국의 시스템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K리그 각 구단의 사무국 모습은 열악하다. 넉넉치 않은 월급에 혼자서 여러 업무를 소화하며 과부하에 걸리고 있다. 겨우겨우 버티며 열정으로 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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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맹 관계자는 한 가지 일을 회상했다. 연맹은 주기적으로 K리그 사무국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홍보, 마케팅, 뉴미디어 등 분야 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구단의 담당자들이 참석한다. 그런데 그 관계자의 깊은 고민이 하나 있었다. "다양한 분야를 해도 결국 각 구단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인력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 관계자는 "2013년부터 각 구단의 사무국 역량 강화를 상당히 신경썼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라고 토로했다. 연맹은 구단의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무국의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구단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무국의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 이후 연맹은 사무국에 대한 구단의 투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의 사무국 구조와 부족한 인력으로는 구단이 돈을 벌며 오래 생존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율형 샐러리캡은 무엇보다 "사무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는 독려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굳이 연맹이 '샐러리캡'이라는 단어 사용한 이유

2020년 12월의 어느 날을 뜨겁게 만든 비율형 샐러리캡이지만 실제 도입 시기는 아직 먼 미래다. 연맹은 비율형 샐러리캡의 도입이 당장 내년 시즌이 아닌 2023년이라고 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도입 전까지 연구를 해야한다"라면서 "실제 샐러리캡을 도입하기 위한 비율 설정과 위반 시 부과하게 될 사치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K리그가 도입하게 될 비율형 샐러리캡은 시장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까지 성적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경기력만큼 중요한 곳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었다는 반성이다.

차근차근 분석하면 사실 이 비율형 샐러리캡이 나쁜 제도라고 하기는 어렵다. 샐러리캡보다는 유럽에서 시행하는 FFP에 가깝다. 재정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K리그는 샐러리캡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샐러리캡'이라는 워딩이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들게한 것도 사실이다.

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FFP라는 단어보다는 샐러리캡에 친숙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들을 위해 좀 쉬운 단어가 될 것 같은 비율형 샐러리캡으로 이름을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축구팬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