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스틸러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풍기 사무엘이 포항에서의 각오를 밝혔다.

아프리카 앙골라 출신의 풍기 사무엘이 프로 입성의 꿈을 이뤘다. 3일 포항스틸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1시즌을 대비해 신인 11명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사무엘의 이름이 있었다. 포항은 사무엘에 대해 "높은 점프력으로 제공권 장악에 장점이 있다. 적극적인 수비 리딩 또한 강점이다"라면서 "현재 귀화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조국의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와 난민 자격을 취득한 아버지를 따라온 풍기 사무엘은 한국에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는 낯선 한국 땅에서 치열하게 살았고 결국 포항 입단이라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 직전에도 풍기 사무엘은 포항에서의 생활을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꿈꿔온 팀에 입단한 풍기 사무엘의 각오는 넘쳤다. 그는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라면서 "가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주문하시는 대로 다 할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서 빨리 기회를 얻고 싶다. 가서 죽어라 할 생각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포항에 가려고 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친구들도 자신도 믿지 못했던 포항의 입단 제의

풍기 사무엘은 포항에서 첫 제의가 왔을 때부터 기억했다. 그는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다. 내게 갑자기 그런 좋은 제안이 왔다. 믿기지도 않았다. '에이 설마, 설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기회가 왔다. 정말 꼭 잡고 싶었다. 포항이라는 명문 팀에서 포항 유니폼을 입고 한 번 뛰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라고 말했다.

ⓒ 포항스틸러스 제공

이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풍기 사무엘은 "주변 친구들도 믿지를 않았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야, 네가 뭔데 포항을 가냐'라고 놀렸다. 그런데 점차 이야기가 진행되자 친구들 태도도 바뀌었다. 이제는 친구들이 '내가 포항 많이 챙겨보는데 진짜 잘하더라. 너도 TV 나오는 거 한 번 보자. 포항 가서 죽어라 열심히 해야한다'라고 격려해준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무엘의 입단 소식에 약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사무엘은 "어머니는 굉장히 좋아하셨지만 아버지는 걱정하셨다. 신인 계약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포항에 입단하는 줄 아셨던 것이다. 적어도 학업은 마치고 가라고 반대하셨다"라면서 "내가 다시 '고등학교 졸업 후 가는 것'이라고 설명해드렸다. 그러자 누구보다도 포항 입단을 좋아하신다"라고 전했다.

특히 풍기 사무엘은 어릴 적부터 포항을 좋아했다고. 그는 "내가 포항 경기를 많이 챙겨봤다"라면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명문 팀이 바로 포항이었다. 그리고 포항을 보면 후방에서부터 잘 풀어나가는 축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패스도 많이 주고 받는다. 그런 점이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어릴 적 설움 날린 포항의 환대

앞서 말한 것처럼 풍기 사무엘은 난민 출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풍기'에 대해 경상북도 영주시에 있는 풍기읍을 떠올린다. 인삼과 인견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정작 풍기 사무엘과 풍기읍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풍기 사무엘의 '풍기'는 성이다. 앙골라에서부터의 이름이 '풍기 사무엘'이었다. 하지만 풍기라는 단어는 풍기 사무엘에게 괴로울 법 했다. "그 이름 가지고 친구들이 많이 놀렸다."

특히 풍기 사무엘은 아프리카에서 온 어린이었다. 어린 한국 친구들의 놀림은 그에게 상처였다. 풍기 사무엘은 "어떤 친구는 내게 '풍기가 외국인 냄새 풍기고 다니네'라고 놀렸다"라면서 "어릴 때는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게 오는 사람은 오고 떠나는 사람 잡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라고 토로했다.

ⓒ 포항스틸러스 제공

하지만 포항에서의 환대는 어릴 적의 설움을 모두 날려버렸다. 풍기 사무엘은 "포항에 갔을 때 선배들과 코칭스태프들은 내가 외국인이라고 전혀 편견을 갖고 있지 않았다"라면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반겨주면서 '사무엘 왔어? 어디서 왔어?'라며 정말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그 모습을 보고 또 포항이라는 팀에 감동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풍기 사무엘은 더욱 더 이를 악물고 포항에서의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청담FC의 이경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떠나는 제자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 또한 사무엘에게 많은 걱정어린 덕담을 해주고 있다. 사무엘은 "아버지가 예전에도 '어디를 가든지 누가 볼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라.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잡아라'고 하셨다.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창래 형 닮은 포항 수비수 되고 싶어"

이제 풍기 사무엘은 포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사무엘 또한 "대학교도 거치지 않고 프로로 가는 것이라 많이 부족하다"라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사무엘에게 포항 입단은 꿈의 마침표가 아니다. 시작이다. 사무엘에게는 포항에서의 힘든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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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무엘은 포항의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하창래다. 사무엘은 주저없이 "(하)창래 형 같은 수비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래 형이 경기장에 들어가면 그 형 만의 후광이 보인다. 어떤 상대 공격수가 와도 '얘는 나를 지나가지 못한다'라는 느낌이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무엘은 "창래형은 공을 다루는 능력도 좋은데 체격도 뛰어나다"라면서 "창래 형을 경기장에서 보면 정말 여유로워 보인다. 게다가 투지도 넘친다. 창래 형의 그런 점을 닮고 싶다. 창래 형을 볼 때마다 '나도 저 형처럼 플레이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제 사무엘은 오는 7일 포항에 소집돼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빨리 기회를 잡고 싶다는 열망은 크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바로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언젠가 올 기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 그리고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죽어라 훈련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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