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국뽕’과 ‘혐오’가 결합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 난장판이 바로 유튜브에 있다.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에 대한 허위사실은 ‘국뽕’과 ‘혐오’가 만나면 얼마나 추악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공식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3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는 “한국의 일부 유튜버들이 허위 사실 유포로 양국 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면서 “박항서 감독의 거취 문제, 연봉삭감 이슈 등에 대한 사항들은 사실무근이며 사실 확인 없이 자극적으로 해석하여 동영상 등이 게시하고 있음을 말씀드린다”며 “이와 같은 영상들은 대한민국과 베트남 대중들에게 불필요한 의혹과 악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디제이매니지먼트는 “이러한 반응을 전하는 2차 확산으로 거짓 영상들이 기정사실로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 결과 베트남 내에서 근무 중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 협회 소속의 한국인 코치, 스태프들에게도 업무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게시하여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특정 채널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디제이 매니지먼트 제공

‘反베트남’ 겨냥한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들

몇몇 유튜버들의 영상을 살펴보면 경악스러울 정도다. ‘박항서 감독, 중국 국가대표 사령탑 되나!? "연봉 30배 주겠다"는 중국의 적극적 태도에, 발칵 뒤집힌 베트남 상황[중국 반응, 한국 반응, 베트남 반응, 해외반응]’, ‘박항서 감독 100억 이상 가치 권리라며 할말 다한 베트남 타국가 네티즌들 베트남 배은망덕에 일침’, ‘등돌린 박항서 감독 마음 돌리기 위해 베트남 놀라운 '우디르'급 태세전환’ 등이 영상의 제목이다.

이뿐 아니다. ‘베트남에 뒤통수 맞은 한국인 감독이 떠난다는 비참한 소식에 완전치 변해버린 박항서 감독’,‘[분노] 박항서 감독 분노의 폭탄발언 "나는 놀고 먹는 사람 아니다", 강경화 장관이 직접 나서자 바짝 쫄아버린 베트남.’ ‘박항서 감독 손흥민 선수 비하에 인터뷰 중단! 베트남에게 최고의 한방을 날린 상황 // 일본, 베트남 반응이 더 대박’, ‘박항서 감독 ! 베트남 떠난다고 하자 국민영웅 다운 융숭한 대접 ㅎㄷㄷ (Feat. 박감독 모시기 영상)’ 이런 제목을 단 영상도 있다. 대단히 자극적이다.

영상의 특징은 ‘국뽕’과 ‘혐오’의 결합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상은 ‘천하제일의 명장’ 박항서 감독을, 저급한 베트남 사람들이 버릇없이 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또 다른 ‘국뽕 콘텐츠’인 손흥민과 ‘혐오의 끝판왕’ 일본까지 얹으면 말 그대로 초대박 유튜브 콘텐츠가 탄생한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손흥민에 관해 비하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박항서 감독이 복수를 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일본인이 베트남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됐는데 알고 보니 박항서 감독을 밀어내기 위한 일본의 술수였다”는 영상은 최고의 흥행 콘텐츠다.

베트남축구협회와 박항서 감독의 실제 관계는?

“베트남축구협회가 부당한 방법으로 박항서 감독의 연봉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영상에는 다 같이 몰려들어 ‘미개한(?) 베트남 축구를 살려놓은 영웅을 푸대접한다’며 베트남을 비난한다. ‘국뽕’만 빨아도 유튜브에서도 조회수가 넘치는데 여기에 이 ‘국뽕’을 방해하는 ‘악의 무리’까지 등장했으니 ‘혐베 코인’은 최고의 콘텐츠다. 이런 영상은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는 뻔하디 뻔한 영화가 흥행을 기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이 유튜브 영상은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보다 훨씬 더 조악하다.

유튜브에 등장하는 ‘박항서 코인’과 ‘혐베 코인’은 대부분 가짜 뉴스다. 박항서 감독의 에이전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 이동준 대표는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축구협회와 연봉 삭감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동준 대표는 “베트남 축구협회는 기자들이 박항서 감독에게 연봉 삭감 질문을 할 때도 굉장히 불쾌해했다”면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협회의 관계는 아주 좋다. 박항서 감독이 더 지원을 요구하면 베트남 축구협회는 ‘어렵다’는 말보다는 어떻게든 지원을 해주려고 한다. 쿵짝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동준 대표는 “박항서 감독이 팀을 옮길 것처럼 영상을 만든 유튜버들도 많은데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베트남 프로축구가 계속 열려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매주 돌아다녔고 미팅하고 전략을 짰다. 21세 대표팀 선수들도 그 사이 두 번이나 소집해서 훈련을 했고 성인 대표팀도 소집이 또 남아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도 오전 9시부터 매일 회의를 하고 부상 선수 보고를 받는다. 박항서 감독과 함께 베트남에 가 있는 최주영 박사는 남자팀 뿐 아니라 여자 대표팀 부상 선수들까지 치료 중이다. 다들 거취를 고민할 겨를도 없이 베트남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디제이 매니지먼트 제공

베트남에서 우리 마음대로 개최 중인 ‘가상 한일전’

그의 말에 따르면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협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항서 감독의 최측근이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데도 그런 일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취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하다. 일부 유튜버들은 베트남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독일인이었다가 일본인으로 바뀐 점에 대해서도 마치 이 일본인이 기술위원장으로 취임해 박항서 감독을 몰아내고 일본인을 베트남 대표팀 감독에 앉힐 것처럼 선동했지만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다. 사실은 조금만 확인해 보더라도 얼마나 이게 왜곡된 일인지 알 수 있다.

독일인 기술위원장이었던 위르겐 하인츠 게데는 지난 6월 계약이 종료된 가운데 베트남 프로팀인 비엣텔 기술위원장으로 옮기면서 베트남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공석이 됐다. 그러자 베트남에서는 AFC 코칭 라이센스를 교육할 수 있는 기술위원장을 공모했다. 그러면서 일본인 아다치 유스케를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아다치 기술위원장은 2016년 홍콩축구협회의 엘리트 연구개발 코치로 일했고 2017년 이후로는 AFC 소속으로 베트남에서 지도자 교육을 담당했다. 당시 아다치에게 교육 받았던 베트남의 지도자들이 지금도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은 대표팀 업무를 박항서 감독에게 맡기고 기술 전반 업무는 일본의 아다치 유스케 신임 기술위원장이 맡기기로 했다. 특히나 지도자 육성 시스템이 부족한 베트남으로서는 아다치 기술위원장의 지도자 육성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게 무슨 ‘한국의 박항서’와 ‘일본의 아다치’가 격돌하는 ‘한일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본인 기술위원장이 박항서 감독을 몰아내고 일본 감독을 데리고 오기 위한 포석이라는 일부 유튜버의 선동에 속지 말자. 이동준 대표 역시 “일본 사람이 박 감독님을 해하려고 왔다면서 마치 무슨 음모를 꾸미듯이 하는 건 너무 자극적인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애국심도, 정의도 없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로 정작 당사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를 찾아보지 않는 박항서 감독은 처음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최근에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 영상이 급속도로 퍼진 뒤 지인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 이동준 대표는 “박항서 감독이 처음에는 유튜브 가짜 뉴스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가짜 뉴스가 너무 퍼지면서 대응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면서 “내가 박항서 감독을 두 달 정도 설득해 이번에 보도자료를 내게 됐다. 가짜 뉴스의 피해가 심각하다. 베트남 내에서 근무 중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 협회 소속의 한국인 코치, 스태프들에게도 업무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이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의 일이 아닌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지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준 대표는 “박항서 감독도 처음에는 그저 ‘사실이 아닌 일이어도 나와 관련된 일이니 내가 내가 다 감수하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이게 한국과 베트남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다. 일부 자극적인 영상이 급속도로 사실처럼 퍼지면서 한국에 ‘혐베’ 정서가 퍼지고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건 국가간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국뽕’과 ‘혐오’를 팔아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속지 말자. 그 거짓 뉴스를 만들어 내는 이들은 대단한 애국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정서를 이용하는 장사꾼들에게 속는 건 절대 박항서 감독을 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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