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지난 시즌 적지 않은 투자에도 리그 8위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냈던 수원FC는 올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강등 네 시즌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했다. 수원의 승격은 많은 이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탁월한 지도력을 선보인 팀의 수장 김도균 감독, 리그 26경기에서 21골 4도움을 몰아친 안병준, 안병준과 함께 공격 라인을 이끈 마사 등이 수원 승격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부주장 조유민 역시 승격에 큰 공을 세운 선수 중 한 명이다. 조유민은 이번 시즌 리그 24경기에 출전하며 수원 수비진을 이끌었다. 주장 이한샘이 컨디션 난조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시즌 막판에는 흔들리던 수비진의 중심을 잡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조유민은 시즌 종료 후 K리그2 베스트11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2일 연락이 닿은 조유민은 "경남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마치고 바로 다음 날 시상식에 다녀왔다. 시즌 내내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어제 하루를 쉬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올 시즌 K리그2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여태껏 K리그 시상식은 관계자들, 선수들, 취재진들, 팬들이 한 장소에 모여 성대하게 진행됐지만 올해는 최소의 인원만이 현장에 자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수상 후보에 오른 모든 선수들이 현장에 초청됐던 이전과는 달리 올해는 수상자만 현장에 올 수 있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수상자들에게 미리 수상 결과가 전달되었다는 점도 올해 시상식의 특이점 중 하나였다. 베스트11에 오른 조유민 역시 시상식 이전에 수상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고민이 있었다. 바로 경남과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앞둔 상황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경남과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패배해 수원이 승격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조유민은 무거운 마음을 안은 채 시상식에 참석할뻔했다. 조유민 역시 "경기 전에 수상 결과를 미리 통보받았다. 물론 기분이야 좋았다. 하지만 상을 받았을 때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그 상의 가치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승격을 하는 거였다. 스스로 상을 받을 자격을 만들고 싶었다. '무조건 승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경남전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경남보다 높은 순위에 있었기에 수원은 경남을 상대로 최소한 무승부만 거둬도 승격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은 경기 내내 경남에 압도당하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있었던 안병준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수원은 K리그2에서 기약없는 도전을 이어갈 뻔했다. 조유민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경기였다. 동료들과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던 게 경남 선수들에게 미안한 경기였다는 것"이라며 그날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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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올 시즌에 경남과 세 경기를 해서 다 이기긴 했다. 하지만 우리가 경기를 압도하며 이긴 적은 없었다"라며 말을 이어간 조유민은 "경남은 소유권을 많이 가져가며 상대를 많이 뛰게 하는 플레이를 하는 팀이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코치님, 선수들과 '우리가 소유권이 적을 수밖에 없다. 상대가 소유권을 많이 가지고 경기를 할 거다. 적은 공 소유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하나를 넣자. 우리가 유리한 위치기 때문에 지키다가 하나를 넣고 운영을 하자'라고 이야기를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기는 수원FC 선수들의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예상대로 경남이 소유권을 많이 가지긴 했지만 정말 경기 막바지까지 골이 들어갈 장면이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후반전에는 정말 간절했다. 그래도 우리는 비기면 되는 거기 때문에 일부러 (이)한샘이 형과 '한 골 먹지 말고 더 버텨보자'는 긍정적인 말을 했다. '무조건 한 번의 기회는 오니까 골을 먹지 말고 버티자'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던 경기 막판 김형원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정선호에게 파울을 범했고 수원에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졌다. 키커로는 안병준이 나섰고 안병준이 슈팅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1-1로 끝났다. "병준이 형이 킥을 찰 때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사실 누가 페널티킥을 찰까에 대해 정해진 건 없었다. 다만 병준이 형이 올해 너무 좋은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병준이 형이 페널티킥을 차는 점에 대해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모두 반박할 수 없었다. 당연히 병준이 형이 차는 거라고 생각했고 또 당연히 넣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긴장되고 쪼들렸다."

그렇게 수원은 승격에 성공했고 조유민은 한결 가벼운 마음을 안고 시상식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K리그2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작년에는 프로 데뷔 2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장에 갔다. 그때 형들이 해준 말씀이 '평생 시상식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라는 것이었는데 정말 당시에는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했다. 가서 시상식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올해는 감사하게도 상까지 받게 됐다. 코로나19가 없었으면 팬들과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쉽더라. 같이 고생했던 선수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그러면서 조유민은 시상식에 함께 참여한 안병준과 나눈 뒷이야기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는 병준이 형과 함께 시상식에 갔다. 내가 알기로는 올해 병준이 형과 팀의 계약 기간이 끝난다. '팀에 남아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형 어디 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긴 했다. 선수들도 농담으로 '형 이제 유럽 가는 거예요?'라고 병준이 형에게 물어봤었는데 병준이 형이 여러가지 얘기를 하더라. 아직 결정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준이 형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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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팀 이야기로 흘렀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지난해와는 너무도 달랐던 수원FC의 올 시즌이었다. 조유민은 차분하게 작년과 올해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시즌 초반에 준비를 할 때는 우리가 주목을 받지도 못했고 나 역시 물음표가 있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K리그2에 있는 다른 팀들의 전력이 너무 좋아졌고 K리그2에 좋은 선수들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 대전과 경기를 했고 그 경기에서 우리가 너무 잘했다. 그날 결과로 자신감을 굉장히 많이 얻었다. 대전전 이후 감독님의 하려고 하는 축구에 대해 선수들이 확신을 가졌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경기를 했다. 시즌 중반에는 1위를 계속 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 스스로가 욕심이 더 나더라. 더 잘하고 싶었고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가장 중요한 건 김도균 감독님이 오시며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감독님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었다. 보통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시즌 끝까지 감독님이 한 방향으로 팀을 끌고 가셨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가 확고했고 또 반대로 원하시지 않는 부분 역시 확실했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인식하고 경기를 했고 그런 것들이 결과로 나왔다."

팀을 위해 조유민 역시 많은 노력을 했다. 25살이라는 다소 젊은 나이에 올 시즌 부주장을 맡았던 조유민은 경기장 안과 밖 모두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부주장을 했는데 처음 부주장을 맡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 내가 많은 나이도 아니고 프로에 온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고 말하기보다는 운동장에서 소리도 지르고 파이팅을 하며 분위기를 만들고 솔선수범을 하자는 것이었다. 올해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았는데 부주장이기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다가갔다."

"진지하게 말을 걸면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나를 어려워할 것 같아서 일부러 장난을 치고 괴롭히면서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했다. 밥도 사줬다"라는 조유민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안되는 영어를 하면서까지 다가갔다. 외국인 선수들이 그런 걸 좋아하더라. 특히 라스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장난을 쳤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성실히 안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뭐라고 하기도 했다. 대신 훈련이나 경기 끝나고는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풀었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한 것과 달리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 친구들이 나보다 연봉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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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팀 이야기를 이어가던 조유민은 대뜸 숙소 이야기를 꺼냈다. 그간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 한편에 선수들의 숙소를 마련했었지만 올 시즌엔 숙소를 폐지하고 모든 선수들이 출퇴근을 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조유민은 "그전까지는 숙소 생활을 했지만 올해는 숙소가 폐지되며 처음으로 혼자 살았다. 사실 나는 프로선수라면 숙소 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살더라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만약 올해 숙소가 폐지되지 않더라도 감독님께 '혼자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다. 다만 모두가 각자 살다 보니 선수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이 없었던 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유민은 "수원의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다. 소음도 심하고 침대도 좋은 편이 아니다. 단장님께서 이런 점을 고려해 선수들을 나가 살게 해주셨다. 또한 웨이트 트레이닝장의 바닥을 교체해 주시고 운동 기구도 바꿔주셨다. 원래는 치료실도 고시원처럼 정말 작았는데 치료실도 크게 바꿔주셨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준비하는 공간을 비롯해 웨이트 트레이닝장, 치료실, 식사 공간이 지금보다 더 많이 좋아져야 한다.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나름의 소신 발언을 했다.

이렇듯 열악한 환경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K리그1 승격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K리그2에서만 뛰어왔던 조유민 역시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지 않는 한 내년 시즌을 K리그1에서 누빈다. 조유민 역시 각오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K리그2에서 잘한 선수라고 해도 K리그1에선 통하지 않는다. K리그1은 다르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내 스스로가 발전하고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말 설렌다. 빨리 K리그1에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바로 그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될 경우다. 이번 시즌 조유민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K리그 복수의 구단들이 그의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유민 역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럴 시기도 아닌 것 같다. 선수라면 더 좋은 팀에서 좋은 축구를 배우고 싶은 게 당연한 거긴 하다. 기회가 되고 내 스스로에게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도 고려를 하고 있다."

이렇듯 거취에 대한 즉답을 피한 조유민이지만 그가 수원FC에 남아 경력을 이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만약 그럴 경우 조유민은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 유일의 '로컬 더비'인 수원 더비를 누비게 된다. 조유민은 "프로에 오기 전 (김)병오 형이 마지막 골을 넣으며 수원 더비에서 팀이 5-4로 승리를 하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내가 그런 수원 더비를 뛴다고 생각하니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모르지만 만약 내가 수원FC와 함께 K리그1에서 도전을 하게 될 경우 수원 더비에선 꼭 승리를 하고 싶다. 재미가 있으려면 그런 중요한 경기에선 꼭 승리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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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3년 차에 조유민은 승격과 베스트 11 선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그에겐 또 하나의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훈련소 입소다. "우선 1주일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다"라는 조유민은 "여행을 갔다 와서는 4주 동안 훈련소에 다녀와야 한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병역 혜택을 받았는데 올 연말에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올 계획이다. 12월 17일에 입소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유민은 "훈련소에 들어가면 한 달 동안은 운동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입소 전에 1주에서 2주 정도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더라. 그래서 1주 정도 여행을 다녀온 후에 운동을 조금 할 계획이다"라면서 "원래 내 계획은 다이렉트 승격을 하고 11월에 입소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게 안됐고 코로나19로 시즌이 밀리며 12월 17일 말고는 입소를 할 수 있는 날짜가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훈련소에서 보내게 됐는데 큰일났다. 하지만 오히려 '빨간 날에는 아무것도 안하니까 좋다'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 웃었다.

끝으로 조유민은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을 되돌아보며 짧은 전화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자신의 올 시즌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70점이라는 다소 박한 점수를 줬다. "올 시즌 아쉬운 경기도 많았고 중요한 경기에서 퇴장을 당하며 팀을 힘든 상황으로 이끈 적도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봤을 때 내게 엄청 좋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다. 70점도 맞는 점수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상을 주셨기 때문에 70점 정도면 될 것 같다. "

"올 시즌에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많은 분들이 힘드셨다. 올해는 무관중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팬들께서 SNS로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 부분들이 내게는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유관중 경기를 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기다려주신 많은 팬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팬들이 계시기 때문에 나도 존재하고 K리그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믿어주시면 그 믿음과 응원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