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2천만 원이 글쎄 허공으로 날아갈 뻔했어요. 휴.”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승격 플레이오프 수원FC와 경남FC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경남은 최준이 선취골을 뽑아냈지만 수원FC가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결국 승격의 주인공은 수원FC가 됐다. 이로써 수원FC는 4년 만에 다시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올 시즌을 2위로 마친 수원FC는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승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구단에서는 최대한 들뜬 분위기를 자제하자는 분위기였다. 아직 시즌이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격을 확정 지으면 경기장에서 승격 기념행사도 펼쳐야 하는데 이 규모와 비용을 놓고도 고민이 많았다. 승격에 실패할 경우 기념행사는 고스란히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승격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코로나19 여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역사적인 경기를 조용히 치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관중석의 10%를 제한적 관중으로 채울 수 있는 상황에서 아예 승격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내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원FC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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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서는 “승격을 못할 수도 있으니 비용을 최대한 줄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최대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승격 기념행사를 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수원FC는 경기장 주변 걸개와 승격이 확정됐을 때 등장할 대형 유니폼 통천, 그리고 승격 축하 문구가 담긴 대형 걸개 등을 준비했다. 폭죽은 네 번 쓸 수 있는 규모로 준비했고 승격 기념 티셔츠도 제작했다. 승격을 이뤘을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의 준비만 하기로 한 게 이 정도였다. 이 비용만 2천여만 원이 들었다.

하지만 경기는 수원FC가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수원FC는 최준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종료 직전까지 득점을 하지 못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수원FC가 준비한 2천여만 원 상당의 행사는 모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승격을 이루지 못했는데 미리 제작한 승격 기념 티셔츠가 무슨 소용일까.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폭죽도 그대로 철거해야 했고 대형 유니폼 통천과 걸개 등도 세상에 나오면 안 되는 것들이었다.

승격도 승격이지만 이 행사를 정성스레 준비한 구단 입장에서는 2천여만 원 상당의 행사가 날아가기 직전의 순간을 더 괴로워했다. 그런데 안병준이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넣는 순간 “됐어. 다 꺼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수원FC가 승격을 확정짓자 구단 직원들은 준비해 놓은 통천과 걸개를 꺼냈고 선수단에 승격 기념 티셔츠를 돌렸다. 폭죽도 터트렸다. 그렇게 그들은 안병준의 극적인 한 골에 준비한 모든 행사를 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수원FC 구단 관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제한적 관중 입장 허용 경기인데 발열 체크하고 QR코드 찍고 구단에서 준비한 담요를 받아들고 경기장에 들어가는데 한 명단 5분의 시간이 걸렸어요. 정말 힘든 경기였어요. 그래도 이렇게 극적으로 K리그1에 올라갔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글쎄 2천만 원이 허공으로 날아갈 뻔했어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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