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외로운 포항 송민규가 2주 자가격리를 버티는 방법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포항스틸러스 송민규는 지금 외롭다.

U-23 대표팀의 이집트 원정을 마친 송민규는 2주 동안 자가격리 중이다. 현재 송민규는 포항의 모처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격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송민규의 자가격리는 2020년 12월 1일 정오로 종료될 예정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하지만 송민규에게 남은 시간은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의 시간과도 비슷할 것이다.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송민규는 자가격리의 고충을 여과없이 토로했다. “당연히 해외에 갔다왔기 때문에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라면서 “하지만 힘들다. 기분이 좋지 않아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래도 방역 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니 철저하게 자가격리를 하는 중이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실컷 코 찔리다 돌아온 이집트 원정
U-23 대표팀에 소집돼 이집트에 갔다온 송민규는 많은 사람들이 해보지 못할 경험을 연달아서 했다. 대표팀 소집 시작부터 끝까지 송민규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수 차례 면봉으로 코를 찔렸다. 그는 “솔직히 검사를 할 때마다 적응이 될 줄 알았는데 이 검사는 할 때마다 새롭다. 매번 다른 고통이 온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특히 송민규는 이집트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한 번은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할 일이 있었다”라면서 “그 때가 역대급이었다. 검사를 받으려고 앉았는데 면봉 크기부터 달랐다. 그게 끝까지 내 코 안으로 들어가더라. 그런데 더욱 얄미웠던 것은 검사하는 의사가 내 모습을 보더니 엄청 웃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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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손가락 부상을 당한 것도 ‘자가격리’ 송민규의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충돌하던 중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부상 당했다. 송민규는 “한국에 돌아와서 손가락 때문에 상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게임도 하기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치 영화 같았던 송민규의 포항 돌아가는 길
어쨌든 송민규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무사히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방역 당국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사뭇 살벌했다. 송민규는 그 때를 회상하며 “전염병에 관한 영화들에서 나오는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해외 입국자들은 따로 격리조치를 한 상황이라 어디 움직이지도 못했다. 나는 포항까지 기차를 타고 가야했다. 해외 입국자들을 위한 코스가 따로 있었다. 입국자들만 시간 별로 한 줄로 서서 다같이 이동했다. 무언가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엄중한 걸 다시 한 번 느꼈다”라고 전했다.

당분간 송민규는 대표팀 소집이나 AFC 챔피언스리그(ACL)가 아니라면 해외에 나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해외에서 수많은 고생을 겪었고 지금도 자가격리를 하며 외로운 시간을 힘들게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송민규는 혹시나 코로나19 시국을 뚫고 해외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그럴 거면 해외 가서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제일 나을 정도다”라고 당부했다. 그만큼 힘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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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송민규는 포항으로 돌아왔다. 본가는 포항이 아니지만 구단에서 송민규의 자가격리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했다. 숙소를 마련했고 자가격리 동안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 등을 마련해줬다. 심심하지 않도록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도 자가격리 장소에 마련돼 있었다. 물론 이건 손가락을 다친 송민규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말이다. 송민규에게 남은 것은 2주 동안의 자가격리를 버티는 것이다.

송민규가 2주 자가격리를 버티는 방법
활동적인 축구선수에게 자가격리란 고역일 수 밖에 없다. 송민규 또한 “진짜 정말 답답하다. 지금 이렇게 전화 인터뷰를 하는 것도 행복하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서 “맨날 집 안에서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는 누워있거나 앉아있다. TV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매일 반복된 삶을 살고 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송민규를 달래주는 것이 있다. 바로 자가격리 장소 근처에 위치한 중학교다. 송민규는 “창문 밖에 중학교 운동장이 보인다”라면서 “학생들이 점심 시간 등에 나와서 운동장에 축구하면서 뛰어 노는 것을 지켜본다. 그런 것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을 좀 달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중학교 학생들은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수상자가 자신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포항 지역 중학생들은 긴장해야 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도 송민규의 자가격리에서 기댈 수 있는 또다른 친구다. 그는 “다행히도 계속해서 축구 경기가 있다”라면서 “최근에는 ACL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나갈 일이 없으니 집 안에서 축구만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자주 볼 수 없는 손흥민과 ‘내적 친밀감’도 높아졌다고. 그는 “스포츠 채널을 틀면 꼭 손흥민 선배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한 번씩 나온다”면서 “그 덕에 토트넘 경기를 제일 많이 봤다. 이제 토트넘은 나름 빠삭하다. 전술도 다 이해해서 무리뉴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교체할지 다 파악이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게다가 자가격리 중에 송민규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중독성 높은 축구 게임으로 유명한 ‘풋볼 매니저 2021’이 출시된 것이다. 송민규가 시간을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는 “하던 거 하면 재미 없어서 새롭게 다시 캐릭터를 키우고 있다”라면서 “게임을 하면서 목표는 ‘송민규 다시 키우기’다. 최고의 선수로 만들겠다”라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자가격리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송민규는 “마음 같아서는 새벽에 나가서 뛰어 놀고 싶은데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꾹 참고 있다”면서 “빨리 자가격리가 끝났으면 좋겠다. 사람들과 빨리 소통하고 싶다. 더 이상 대화도 나누지 못하는 TV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그만 보고 싶다. 이런 전화 통화라도 너무 반갑고 고맙다”라고 말했다. 송민규는 지금 많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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