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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잠실=전영민 기자]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180도 달라진 서울이랜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시즌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랜드는 21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전남드래곤즈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7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33분 쥴리안에게 선제 실점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전반 종료 직전 터진 레안드로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승점 1점을 추가한 서울이랜드는 동시간대 펼쳐진 대전과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경남, 대전과 승점 39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다득점에서 밀리며(경남-40점, 대전-36점, 서울이랜드-33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리그 최하위에 위치하며 불명예를 썼던 서울이랜드는 지난해 겨울 정정용 감독을 선임하며 반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의문 섞인 시선이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지난 몇 시즌 서울이랜드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창단 첫 해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이후 기나긴 침체기에 빠지며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감독 하나 바뀐다고 되겠어?"라는 축구 팬들의 지적이 잇따랐던 이유다.

서울이랜드는 달라진 자신들의 모습을 증명하고자 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구단을 덮쳤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감독 선임이었다. 지난 5년 동안 다섯 명의 감독을 선임하고 경질하며 혼란기를 겪었던 서울이랜드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자존심을 버리고 정정용 감독 선임을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구단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며 정정용 감독을 설득하고자 했고 끝내 정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팀에 부임한 정 감독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팀을 180도 바꿔놓았다. 끊임 없는 비디오 분석과 데이터 분석으로 해답을 찾고자 했다. 더불어 선수들에게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시즌 개막 후 몇 경기에선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름 이후 확실한 탄력을 받았고 한때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K리그2 판도를 뒤흔들어놓았다. 이때부터 "감독 하나 바뀐다고 되겠어?"라고 서울이랜드를 비웃던 사람들이 서울이랜드를 달라진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성적이 나오며 구단을 감쌌던 패배주의는 더 이상 없어졌고 선수들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주장 김민균은 "처음엔 어린 선수들이 많아 '이번에도 힘들겠다' 싶었지만 그 물음표가 느낌표로 서서히 바뀌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 골을 내주면 포기하기 일쑤였던 선수들은 단단해졌고 지난 시즌 리그 36경기에서 무려 71실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던 수비진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30실점만을 내주며 철벽 수비를 과시했다.

물론 정 감독 한 명의 노력만으로 구단이 바뀌게 된 것은 아니다. 서울이랜드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구단 말단 직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발로 뛰며 십시일반 노력했다.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 지원에 최선을 다했으며 철저한 비디오 분석을 원하는 정 감독을 위해 매번 원정 경기 때마다 대형 벽걸이TV를 차에 싣고 다니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구단 구성원들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구단의 성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길목을 넘지 못하며 서울이랜드는 그토록 바랐던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충분히 욕심을 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분명히 컸다. 이날 경기 종료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한 구단 관계자는 한 시즌을 되돌아보며 "과거 SK와이번스에서 근무할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상대 팀에 홈런을 맞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보다 오늘이 더 아쉽다"라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 시즌 분명 서울이랜드는 경기장 안과 밖 모두에서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비록 창단 때부터 목표로 삼고, 그토록 바랐던 승격이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을 보였고 또 변화된 모습을 보였기에 의미가 있었던 서울이랜드의 202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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