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이영민 감독 선임, 2년 만에 다시 적으로 만날 ‘부자지간’


ⓒ 부천FC1995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2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이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다.

부천FC1995가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다. 19일 부천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임 감독으로 이영민을 선임한다”라고 밝혔다. 이영민 신임감독은 선수 은퇴 이후 KB국민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FC안양과 안산그리너스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최근까지 울산현대 유소년 총괄디렉터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K리그2를 자주 본 사람들이라면 이 감독의 이름이 제법 친숙할 수 밖에 없다. 안양에서 감독대행 이후 정식 감독으로 부임해 1년 남짓한 시간을 보냈고 안산에서는 이흥실 감독의 사임 이후 그곳에서도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리고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안산 감독대행 시절 공교롭게도 그의 아들 이승근 군은 안양의 열렬한 팬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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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 감독이 안산을 떠나면서 부자지간의 이야깃거리는 그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이 감독은 박태하 감독을 보좌해 중국 여자대표팀에 몸을 담았고 울산으로 자리를 옮겨 유소년 총괄디렉터로 일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경기장 안에 ‘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감독이 부천에 부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니 오히려 더욱 더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감독의 새 둥지인 부천과 아들이 여전히 응원하고 있는 안양은 과거 안산과 안양의 관계에 비해 더욱 치열한 라이벌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재취업(?)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스포츠니어스>와 연락이 닿은 이승근 군은 불과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집에 왔는데 아버지가 계셨다. 깜짝 놀랐다. 원래 울산에 계셔야 했다. 집에서 뭔가 이상한 기류가 느껴졌다”라면서 “그래도 ‘별 일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내게 무언가를 도와달라며 부르셨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아버지를 한창 도와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라면서 “그 때 아버지가 웃으면서 나를 보더니 ‘내년에도 우리 적이 되겠네?’라고 하시더라. 그 때 직감적으로 아버지가 부천의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것을 알았다. 굉장히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영민 감독 이승근
아버지와 아들은 축구장 밖에서는 이렇게 가깝지만 축구장 안에서는 적(?)이 된다 ⓒ 이승근 제공

이승근 군은 항상 아버지가 현장에 돌아오는 것을 바랐다. 그렇기에 이 감독의 부천 부임이 누구보다도 기쁘다. 하지만 새 직장이 하필 부천이다. 이승근 군은 “기분이 묘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라면서 “아버지가 안산에 계실 때와 지금 부천으로 부임했을 때의 기분은 다르다. ‘우리’ 안양과의 관계가 서로 다르다”라고 토로했다. 이 군은 안양 앞에 계속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안양 팬들은 벌써부터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열혈 서포터 동생의 아버지가 상대 팀의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다. 이승근 군은 “축하한다고 전해달라면서도 ‘내년에 너희 아버지와 적이 됐으니 더 재밌게 경기 보자’는 형들이 많다”라면서 “내 걱정도 조금 해주셨다. 아버지가 부천 감독이라는 것에 부담 갖지 말고 안양 경기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전히 올 시즌 K리그2는 끝나지 않고 있지만 이승근 군은 아버지로 인해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부천에서 인정해주고 감독으로 맡겨주신 덕분에 아버지가 현장에 돌아올 수 있던 것 같아 정말 기분 좋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같은 K리그2 소속이다. 그래도 다시 아버지를 적으로 만나게 되어 더욱 재밌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부자지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조금씩 시작된 것 같다. 이 감독은 벌써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이승근 군은 “내가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다”라면서 “아버지가 ‘내년에 너도 나도 열심히 해서 함께 웃자’고 하더라. 다음 시즌에 우리 안양과 부천은 치열하게 싸우겠지만 함께 나란히 승격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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