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인천=조성룡 기자] 경주한수원의 약진은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16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인천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의 경기에서 원정팀 경주한수원은 후반에 상대 정설빈과 엘리에게 골을 내주며 0-2로 패배했다. 1차전을 0-0으로 잘 버틴 경주한수원은 아쉽게도 2차전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WK리그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0-0으로 마무리한 경주한수원은 2차전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약 10년 가까이 '인천현대제철은 강하다'는 명제는 공식과도 같았다. 당연히 인천현대제철을 상대하는 팀은 수비적으로 나온 뒤 날카로운 역습을 노렸다. 인천현대제철은 강팀이고 상대는 약팀이었다.

그런데 경주한수원은 2차전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팀이 킥오프를 하면 공을 뒤로 돌린 뒤 차분히 빌드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경주한수원은 킥오프 하자마자 곧장 공을 몰고 인천현대제철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공격을 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경기 내내 경주한수원의 벤치에서는 "공격적으로 하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렇다고 경주한수원이 수비를 안하는 것도 아니었다. 인천현대제철이 공격을 시작하면 경주한수원은 좀처럼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공격 전개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인천현대제철은 측면을 활용한 단순한 공격을 계속해야 했다.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알려졌다. 그 결과물이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주한수원은 딱 한 장면에 무너졌다. 후반 31분 인천현대제철 정설빈에게 실점한 것이다. 이 장면은 아쉬움이 컸다. 인천현대제철의 공격 과정에서 측면을 돌파하던 엘리와 경주한수원 이세진이 경합했다. 이 때 이세진이 넘어졌고 엘리는 그대로 돌파해 정설빈의 골을 도왔다. 경주한수원 벤치에서는 파울이라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한 골이 경주한수원에 주는 심리적인 타격은 상당히 컸다. 선제 실점의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도 경주한수원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약 15분 남짓한 시간 경주한수원은 총공세에 들어갔지만 넘어간 분위기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엘리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평소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은 "WK리그에서 인천현대제철을 잡을 팀은 우리 밖에 없다"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경주한수원은 정말 정규리그에서 인천현대제철을 상대로 2승 1무를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거두며 지지 않았다. 하지만 2차전에서 딱 한 번 졌다. 그리고 그것이 우승컵의 향방을 갈라버리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인천현대제철은 과거와 달리 절박한 모습이었다.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골이 터졌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쏟아져나온 인천현대제철 선수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 관계자 또한 "이런 모습 처음 본다"라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경주한수원은 상대를 괴롭혔다.

결국 올 시즌 WK리그는 또다시 인천현대제철의 우승으로 종료됐다. '어차피 우승은 인천현대제철'이라는 말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올 시즌 WK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한 가지 변한 사실은 있었다. 이제 WK리그에 '절대 1강'은 없다. 경주한수원의 가세로 내년 WK리그는 '절대 2강'의 경쟁이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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