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E 김태현 “임대생이라고 대충하는 선수는 필요없어”


[스포츠니어스|잠실=전영민 기자] 지난 2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위치하며 불명예를 썼던 서울이랜드는 올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이랜드가 환골탈태한 이유로는 여러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 모기업의 지원, 프런트의 분골쇄신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비 라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리그 36경기에서 71골을 내주며 최다 실점 팀에 등극했던 서울이랜드는 이번 시즌 리그 26경기에서 단 29실점만을 내주고 있다.

올 시즌 정정용 감독은 주로 스리백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스리백의 왼쪽 중앙 수비수로 2000년생의 어린 유망주 김태현을 기용 중이다. 울산에서 임대를 온 김태현은 올해 리그 23경기에 나서며 같은 울산 임대생 신분인 이상민과 함께 서울이랜드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전남과 리그 마지막 경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태현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반갑다. 올 시즌 거의 전 경기에 나서고 있다.
두 경기 정도를 빼고 거의 모든 경기에 나왔다. 작년에 울산에서는 한 경기를 뛰었다. ACL 상하이전이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대전에서 임대로 뛰었다. 경기를 뛰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임대를 선택했다. 경기를 뛰는 것과 뛰지 않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걸 경기를 뛰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 내가 에이전트에게 임대를 요청했고 에이전트가 울산에 임대를 요청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나서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대전과 서울이랜드에서 임대 제안이 왔는데 서울이랜드로 오게 됐다.

대전을 선택하지 않고 서울이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U-20 월드컵 본선에 가진 못했지만 20세 이하 대표팀 소집 훈련 때 짧은 시간이나마 감독님과 함께한 인연이 있다. 감독님도 내가 아시는 분이었고 또 대전에 계속 있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색다른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서울이랜드에서 좋은 감독님, 좋은 선수들과 함께해보고 싶었다.

같은 울산 임대생 신분의 이상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상민이 형과 나 모두 울산 출신이지만 원래 인연은 없다. 상민이 형은 현대고 출신이고 나는 통진고 출신이다. 여기서 처음 같이 조우하게 됐다. U-23 대표팀에 같이 간 적이 있긴 한데 호흡을 많이 맞춰보진 못했다. 평소에 상민이 형과 장난을 많이 친다. 경기 당일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 주문을 한다. 평소에 상민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내가 상민이 형에게 요구하는 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나도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가끔 말을 하는데 상민이 형이 잘 받아준다.

상민이 형과 나는 겹치는 포지션이다. 무엇보다 수비수는 안전해야 한다. 상민이 형이 앞에 가서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면 내가 상민이 형 자리를 커버한다. 상민이 형이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확실히 경험도 많고 국제 대회도 많이 나가봤기 때문에 상황 대처와 리딩에 있어서 배울 점이 많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나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점에 대해 상민이 형이 말을 많이 해주신다.

숙소 생활은 할만한가?
청평에서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숙소 주변이 다 산이어서 너무 조용하다. 바로 옆에 계곡도 있고 환경은 너무 좋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밖에 나가면 풀린다. 스트레스가 운동으론 안 풀리더라. 형들하고 청평 시내 맛집에 같이 가기도 한다. 또 미용실을 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헤어 스타일을 바꾸거나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내후년까지 U-22 쿼터에 해당이 될 정도로 굉장히 어린 나이(2000년생)인데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비결이 있나?
내가 특별히 잘한다기보다는 감독님이 날 믿어주신다. 그런 부분에 항상 감사하다. ‘아무리 경기에서 잘해도 만족하면 안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자만감을 가지지 않는다. 또 축구선수는 아무리 귀찮아도 항상 꾸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꾸준한 결과가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매일 운동이 끝나면 저녁 시간이 빈다. 저녁 시간에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가서 피지컬 훈련을 한다. 부족한 부분을 피지컬 코치에게 여쭤보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를 개인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이랜드는 분석을 많이 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매주 훈련 전에 미팅을 한다. 비디오 코치님이 선수의 잘못된 점이나 잘 됐던 점을 말씀해 주신다. 못했던 점은 발전시키려 하고 잘했던 점은 더 보여주려고 한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영상을 올려주시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은 실수를 하면 흔들리는 경향을 많이 보이는데 그런 게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울산에 있을 때는 기가 많이 죽었었다. 실수를 하면 조급해졌다. 공을 받기도 무서웠다. 하지만 대전에 임대를 가서 경기를 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한 번 실수를 해도 다시 잘하면 되지’라는 마음이 생겨서 멘탈적으로 무너지지 않게 됐다. 개인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능력보다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했다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기의 충분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상대와의 신경전에서 물러서지 않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안 하는데 정말 내가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나, 우리 동료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 팀 동료로서 같이 항의를 한다. 그런데서 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선을 넘고 싶지도 않다.

다른 울산 출신 임대생들이 그렇듯 당연히 울산 유스팀인 현대고 출신인 줄 알았다. 울산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
알다시피 고3이란 시간이 정말 짧지 않나. 6월이나 여름쯤에는 어떤 곳으로 갈 것인지 결정이 나야 하는데 결정이 나지 않았다. 대학교를 가야 할지, 다른 곳을 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대학교에서 제안이 오긴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에서도 제안이 왔다. 어떤 사람은 “대학을 간 이후에 프로를 가는 게 낫다”고 하셨고 어떤 분은 “네 꿈이 프로면 프로로 직행하는 게 낫다”라고 해주셨다. 결국 부모님과 함께 의논을 했고 울산현대로 가는 걸로 선택을 했다.

울산에 갔을 때 첫 느낌은 어땠나?
‘내가 원하던 꿈이 이뤄졌구나’ ‘또 다른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긴장했다. 이름값 있는 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구단에 와서 영광스러웠다.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U-23 대표팀 동계 훈련에 따라가면서 울산의 2019년 동계 전지훈련엔 가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리그가 시작할 때쯤인 2~3월 쯤에 울산에 합류했다. 울산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래서 형들을 쫓아가기 위해 개인 운동들을 하며 노력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다가 결국 ACL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상하이 상강과의 원정 경기였는데 우리가 0-5로 대패했던 날이다. 사실 경기에 들어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갑자기 후반 20분 정도를 남겨 놓고 날 부르셔서 ‘데뷔를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때 팀이 0-3으로 지고 있었다. ‘부담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가고 더 실점을 했다. 처음 들어갈 때 형들이 너무 다급해 보여서 나도 정신이 사납고 긴장을 많이 했다.

그때 오스카가 전반전에만 세 골을 넣으면서 해트트릭을 했다. ‘역시 프리미어리그에 있다가 온 선수는 다르구나’ 했다. 후반에 내가 들어가긴 했지만 오스카가 미드필더였기 때문에 나와 부딪친 기억은 없다. 그때 헐크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생각나는 것은 상하이 팬들의 함성소리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어릴 때 대표팀 소속으로 중국에서 친선 경기를 했는데 그때도 관중들의 소리가 엄청 시끄러웠다. 너무 시끄러워서 소통이 안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걸 그려왔기 때문이다.

축구에 입문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축구에 재능은 있었던 것 같다. 김포에 있는 사우초등학교를 나왔는데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코치님이 아침 조회 시간도 빼주시고 축구 경기를 뛰게 해주실 정도였다. 어느 날 일반 학생들끼리 하는 초등학교 축구 대회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 전날에 애들하고 다 같이 모여 운동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분이 오셔서 “슈팅을 때려봐라”라고 하셨다. 그래서 슈팅을 찼는데 골대를 맞고 나왔다.

그러더니 그분이 “핸드폰 번호가 뭐냐. 부모님 번호를 알려달라”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는 “낯선 사람한테 번호 안 알려줘요”라고 했는데 그분이 “나 축구 감독이야”라고 하셨다. 그때가 초3이었고 그렇게 이회택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에 김포에서 통진중학교와 통진고를 나왔다. 중앙 수비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봤다. 지금 키가 186cm인데 고등학교 2학년 후반 때부터 키가 186cm 정도였다.

김포에서 울산은 멀지만 김포에서 잠실까지는 가깝다.
임대 신분이긴 하지만 부모님도 내가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신다. 이번에 부천을 홈에서 3-0으로 이겼을 때는 부모님이 경기장에 오셔서 관람을 하셨다. 평소에 차를 타고 같이 가거나 할 때면 아버지가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물론 조언은 조언인데 나는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 상황에선 네가 그렇게 했어야지”라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충고해 주신다. 아버지는 축구를 하진 않으셨지만 운동 신경이 좋으시고 엄격하시다. 충고를 해주시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원 소속팀인 울산은 다시 한 번 우승을 놓쳤다.
계속 울산 경기를 보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인데 이번에도 아쉽게 준우승을 했다. 아는 형들도 있어서 “이번엔 우승해라”라고 했는데 아쉽게 준우승을 해서 뭐라 말을 하지 못하겠다. 많이 아쉽다.

다시 팀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평소 정정용 감독은 개인적으로 어떤 주문을 하나?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볼 땐 우리에 대해 편견이 많을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뛰니까 우리를 쉽게 볼 수도 있다. 감독님은 매번 미팅 때와 훈련 때 우리가 좋았던 점이나 나빴던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 우리가 스리백을 쓰기 때문에 항상 커버, 라인, 뒷공간 반응에 대해 많이 말해주시고 계속 충고를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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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이 백패스를 그렇게 싫어한다고 하던데?
불필요한 백패스를 싫어하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해야 하기도 한다. 우리 수비수들은 안전해야 하고 또 괜히 앞에 패스를 줬다가 실수를 하면 역습을 당하게 되니 감독님이 백패스를 싫어하실 수는 있지만 조금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요즘 축구가 수비만 해서는 안되고 빌드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며 많이 배운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는 세르히오 라모스인데 그 선수의 영상을 정말 많이 챙겨본다. 고등학교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맨날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봤다. 라모스의 영상을 보며 빌드업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해야겠구나’라는 걸 배웠다.

라모스를 보면 공을 뺏을 수 있는 자세가 아닌데 그 상황에서 공을 빼앗는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지, 연구를 하는 건지 여튼 이해할 수가 없는 장면들이다. 정말 이상한 자세로도 공을 빼앗는다. 이게 훈련이 된 건지, 아니면 ‘짬’에서 나오는 건지 연구를 하고 싶다.

서울이랜드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눈앞에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힘들었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고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지원을 잘해주셨다. 이번이 정말 기회인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이런 기회가 또 안 올 수도 있다. 경기가 미뤄지며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태지만 감독님부터 분위기를 잡고 훈련을 하고 있다. 감독님이 날 믿어주셔서 계속 출전을 하고 있다. 임대생이니까 자기 팀이 아니라고 대충하는 그런 선수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나에게도 따라오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힘든 상황에서 우리 서울이랜드가 많이 올라왔다. 힘든 상황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승격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올해 잘 마무리해서 서울이랜드가 작년, 재작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흔히들 수비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자신감’이라고 한다. 실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는 담대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 20세의 어린 나이지만 김태현은 이미 자신감에 가득 차있는 듯했다. 하지만 분명 자만은 아닌 모습이었다. 김태현은 자신이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다. 다만 경기장 안에서의 90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대형 수비수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김태현은 어느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바람대로 올 시즌 소속팀 서울이랜드의 승격에 일조할 수 있을까. 김태현의 플레이에 많은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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