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전주=김도연 기자] 전북현대 이동국이 그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은퇴식이 해피엔딩으로 끝나 기쁘다고 전했다.

전북현대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경기에서 조규성의 두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전북은 울산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자력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와 함께 전북은 K리그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함과 동시에 리그 최다 우승(8회)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물론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이동국은 90분 내내 경기장을 누비며 마지막까지 남은 열정을 불태웠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동국은 "은퇴를 하는 날에 우승컵까지 들게 됐다"며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다음은 이동국과의 일문일답 전문.

경기 총평.

은퇴를 하는 날에 우승컵까지 들며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돼서 기쁘다.

등번호 20번이 영구 결번이 됐는데. 오늘 처음 알았나?

오늘 처음 알았다. 오늘 경기장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제 유니폼을 걸어두고 응원해주신 것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구단에서도 영구 결번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셨을 때 팬들이 환호를 하셔서 너무 감격스럽다. 이동국이 아닌 선수는 20번을 달지 못한다고 했을때 10년 넘게 팬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울컥했다.

오늘 선발 출전과 풀타임을 예상했나?

우리가 좋은 상황으로 가면 시간이 많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기회를 주신 코칭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골까지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가 우승을 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전반에 발리슛을 시도하는 장면이 있었다. 슈팅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슈팅이다. 찬스가 계속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홈 팬들에게 마지막 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왔던 찬스는 많이 아쉽다.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장면이었던 것 같다.

후배 공격수인 조규성이 두 골을 기록했다. 떠나는 입장에서 후배의 활약은 어떻게 보는가?

조규성이 전북에 와서 많은 것들을 얻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오늘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북이 기대해도 될 만한 선수다. 항상 성실하다. 그리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도 될 것 같다.

경기 마지막에 부상을 입은 것 같았는데 이제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상관이 없는데 당장 무얼 하고 싶은가.

오늘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 쏟아 부었다. 마지막에 근육 경련이 왔는데 더 이상의 근육 경련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확실히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은퇴식 내내 춥기도 추웠고 경련이 계속 왔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픈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앞으로 '쥐가 안 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역사를 만들어 준 선수가 떠나서 아쉽다'며 울먹인 팬들이 많다. 전북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팬들이 선수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이 없는 경기장에서 뛰어보니 팬들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1년인 것 같다. 전북에서 지칠 때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과 함께 역사를 이뤘다. 선수들만 이뤄낸 게 아니다. 팬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고 팬들 역시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전북에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2008년까지 전북은 우승을 바라볼 수 없는 팀이었다. 연패를 당해도 의미를 두지 않는 팀이었다. 하지만 2009년에 와서 우승컵을 들어본 이후 우리는 우승을 바라보는 팀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홈에서 만큼은 상대팀을 그냥 되돌려보내지 않는 팀이었다. 저력이 있는 팀이고 그런 우승 DNA를 오늘 충분히 보여줬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팀이다.

구단주의 투자가 많았다.

정의선 회장님께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팀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내가 은퇴식에서 부회장님이라고 했는데 승진을 하셨다는 것을 알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죄송하다. 회장님께서 '이제 자주 연락합시다'라고 했고 나도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늘 차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보다 연락을 하자고 한 게 더 큰 선물이었던 것 같다. 선수가 은퇴하는데 직접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축하해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 화려한 은퇴식을 치르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전반 20분에 기립 박수를 받았다.

오늘 경기 시작 전 틀어졌던 음악이 내 핸드폰 벨소리와 똑같아서 울컥했다. 또 경기 중 기립박수를 받아서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경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집에 돌아가시지 않고 유니폼을 들고 흔들어주셔서 가슴이 찡한 감동을 받았다. 또 오늘 유난히 내 유니폼이 많아서 더 감동적이었다.

이동국이 전북에 와서 팬이 많아졌다. 전북 팬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하자면?

전북이 우승권을 바라보고 명문 구단이 됐다. 이에 자연스레 팬들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응원문화 역시 우승을 바라보는 팀들만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응원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나는 이제 없지만 남아 있는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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