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인천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S석의 관중 모습.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현회 기자] S석의 풍경은 독특했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제한적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규정상 원정 유니폼이나 머플러 등을 착용하고 경기장에 올 수가 없다. 이날 경기장 원정석에도 혹시 모를 원정팬들과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이 경기의 중요성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원정팀인 인천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K리그1 생존을 확정지을 수 있다. 거리도 비교적 가까운 터라 원정 팬들이 경기장을 찾기에도 어려운 여건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FC서울은 경기 전 안전요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교육을 마쳤다. 원정 유니폼이나 머플러, 혹은 원정 팀을 상징하는 표식을 착용한 이들은 전원 입장 금지 조치를 내리라는 것이었다. 서울 관계자는 “교육이 잘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인천의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기존 원정팀 응원 구역인 S석으로 향했다. 입장 문 앞에는 경기가 시작됐음에도 제법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려던 이들은 유니폼을 벗어야 입장이 가능했고 입장을 안내하는 관계자들은 관중의 입장권을 확인한 뒤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했다. 대부분의 관중은 이 소지품 검사에 협조했다. 가방 안에서 인천 유니폼이나 머플러가 발견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입장 안내 요원들은 “인천과 관련된 소지품은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큰 마찰은 없었다.

안내 요원들은 “입장 문에 있는 책상에 머플러나 유니폼 등을 놓고 가야 입장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분실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혹시 똑같이 생긴 유니폼이나 머플러가 분실될 것을 우려한 이들은 대부분 가방을 입장 문에 맡겨 놓고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안내 요원들은 아예 인천 유니폼이나 머플러 등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 자체를 차단했다. 경기장 내부에 입장하자 안전 요원들은 아예 그라운드를 등지고 관중석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S석에만 8명의 안전 요원이 집중 배치됐다. 원정팀 유니폼이나 머플러를 혹시 몰래 반입해도 꺼낼 수 조차 없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입장 문에 맡겨진 인천 관련 물품도 많았다. ⓒ스포츠니어스

물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부 관중은 인천 유니폼이 아닌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고 들어왔다. 파란색으로 된 해외 축구팀 의류를 입고 온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천 유니폼을 입은 게 아니니 안전 요원이 제지할 방안은 없다. 인천이 공격을 하자 “내줘”, “올라가” 등의 말이 튀어 나오기도 했다. 일반적인 복장을 한 한 관중은 아주 작은 소리로 “외쳐보자 부르자”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인천이 기회를 놓치자 탄식하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이들이 꽤 많았지만 이 정도는 넘어갔다.

한 안전 요원은 “원정팀 응원 구호를 크게 외치거나 응원가를 부르는 등의 행동을 하면 퇴장 시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장면에 대해 탄식하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행위는 딱히 제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관중이 잘 협조해 주고 있다”면서 “파란 계열의 옷을 입고 온 분들이 꽤 많고 이들이 마음 속으로는 원정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경우 제지 대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후 전반 32분 아길라르의 선제골이 터지자 정체를 숨기고 있던 인천 관중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동시에 함성을 터트렸다.

이런 가운데 당당히 인천 엠블럼이 박힌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경기장에 입장한 이도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심장부(?)에서 인천 트레이닝복을 입고 돌아다닌 강심장은 바로 인천 구단 홍보팀 직원이다. 인천 선수들과 동행한 인천 관계자는 이후 W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여기에서 인천 옷을 입고 다니면 시비 거는 사람 없느냐”는 질문에 “이 옷을 입고 관계자들이 움직이는 동선으로만 다닌다”면서 “오늘은 기자석 옆 배정된 자리에서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다른 곳으로는 이동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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