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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성남=전영민 기자] 두 팀의 희비는 엇갈렸다. 한 팀은 홈팬들과 함께 잔류의 기쁨을 마음껏 누린 반면 다른 한 팀은 또 다시 강등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3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 라운드의 승자는 성남이었다. 성남은 전반 31분 이동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20분 홍시우의 동점골과 후반 32분 마상훈의 역전골로 부산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승점 3점을 추가한 성남(승점 28점)은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반면 부산은 동시간대 펼쳐진 FC서울과 인천의 경기에서 인천이 승리를 거두며 최하위로 쳐졌고 그렇게 승격 1년 만에 다시 K리그2로 향하게 됐다.

마치 운명의 장난과도 같던 한 판이었다. 경기 초반 흐름은 부산이 주도했다. 부산은 최전방의 이정협과 측면의 이동준을 중심으로 거센 공세를 이어가며 득점을 노렸다. 반면 성남은 부산 수비진 뒷공간을 향해 지속적으로 롱볼을 때리며 맞불을 놨다. 그러던 전반 중반 이동준의 선제골이 터지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부산으로 기울었다. 많은 관중이 운집한 탄천종합운동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남일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김 감독은 센터백 임승겸 대신 토미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이어 후반 16분에는 미드필더 김동현 대신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현성을 넣으며 득점을 노렸다.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성남이 잡았다. 후반 20분 홍시후의 동점골이 터지고 후반 32분에는 마상훈의 추가골마저 터지며 김 감독의 노림수가 그대로 적중했다. 실점 이후 부산은 김현을 투입하고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최필수까지 올리며 사력을 다했지만 그렇게 경기는 성남의 승리로 종료됐다.

경기 후 탄천종합운동장에 운집한 성남 팬들은 잔류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성남 선수들 역시 경기 종료 후 경기장 곳곳에 위치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간 부진한 성적으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탄천종합운동장이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탄천종합운동장에 박수 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소 강인한 모습을 보였던 김남일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라며 감격에 찬 모습을 보였다.

반면 부산의 분위기는 암담 그 자체였다. 부산은 이날 패배로 승격 한 시즌 만에 다시 K리그2로 향하게 됐다.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쳐 승격을 이뤄냈던 부산이기에 "강등만은 안된다"라는 위기감이 선수단을 덮쳤지만 결과는 잔인했고 부산은 다음 시즌을 K리그2에서 보내게 됐다. 너무나 뼈아픈 결과에 경기 종료 후 부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며 절망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 선수들은 좀처럼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부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성남 선수들과 성남 관계자들이 그라운드에서 잔류의 기쁨을 원없이 누리고 있는 동안 경기장 한편에서 고개를 떨군 채 먼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는 마주하기 싫었던 강등이라는 결과에 부산 선수들은 그 누구도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너무나 대비됐고 또 대비될 수밖에 없었던 이날 경기 후 두 팀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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