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일어섰던 FC서울 故김남춘의 축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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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김남춘은 FC서울의 상징과도 같던 선수였다.

30일 오후 갑작스러운 비보가 날아들었다. FC서울 수비수 김남춘이 세상을 떠난 것. 서울 구단은 “사실이다. 구단에서도 현재 확인 중이다”라는 답변을 남겼고 이후 같은 날 오후 “김남춘이 세상을 떠났다”라고 공식발표했다. 그렇게 김남춘은 32살의 젊은 나이에 짧은 인생을 마쳤다. 상주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프로 입단 후 줄곧 서울에서만 활약해왔던, 서울의 상징과도 같던 김남춘이기에 소식을 접한 서울 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화도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나온 김남춘은 강화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전시티즌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대학교 진학과 프로 직행을 두고 고민을 이어가던 그는 고심 끝에 대전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의 팀 훈련에 합류했다. 하지만 대전으로부터 합격점을 받는데 실패했고 순식간에 갈 곳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미 대전의 제의를 받아들이며 숭실대학교 입학 제의를 거절했던 그는 선수 등록 마감 기한이 지남에 따라 대학 입학을 위해 1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재능을 눈여겨본 광운대학교에 입학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광운대의 축구부 정원이 모두 차며 1년 후인 2009년이 되어서야 대학 무대를 누빌 수 있었다.

남들보다 1년 늦은 출발이었지만 김남춘은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13시즌을 앞두고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의 선택을 받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U-리그를 누비다 온 김남춘에게 서울에서의 경쟁은 버거웠다. 김남춘은 김진규, 김주영, 아디 등 K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들에 밀리며 2013시즌 리그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리그 7경기에 출전하며 서울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리그 17경기와 18경기에 출전하며 준주전으로 도약한 김남춘은 2017시즌엔 군 복무 해결을 위해 상주상무에 입대했다. 상주에서의 활약 역시 준수했다. 상주에서 1년 9개월간 리그 38경기에 나서며 제 역할을 다한 김남춘은 제대 후인 2018년 하반기 서울에 돌아와 리그 8경기에 나서며 당시 강등 위기에 처했던 서울의 잔류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에는 장기 부상 여파로 리그 네 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리그 22경기에 출전하며 서울 수비진을 이끌고 있었다.

김남춘의 롤 모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였다. 그는 광운대학교 재학 시절이던 지난 2012년 가졌던 인터뷰에서 “비디치가 태클에 관해 써놓은 글을 늘 가지고 다니며 경기 전에 읽는다”라고 언급했다. 그런 그를 잘 알았던 서울 팬들 역시 김남춘에게 ‘춘디치’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면서 김남춘은 당시 인터뷰에서 “그라운드에서 오랜 기간 뛰는 게 목표다. 30대 중반까지 축구선수 김남춘으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184cm로 센터백치고 대단히 큰 키는 아니지만 김남춘은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제공권 싸움, 대인마크, 판단력, 태클 능력, 스피드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선수였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배달되는 정확한 패스 역시 그의 장기 중 하나였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늘 자신의 몫을 다하며 서울이라는 빅클럽에서 ‘원클럽맨’으로 활약을 이어왔다.

김남춘은 지난 2015년 리그 경기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도중 “하루살이라고 생각하고 매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 가진 것을 다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준비를 잘하려고 노력했고 개인 훈련도 열심히 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김남춘은 늘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던 선수였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기보다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선수로서 발전하기 위해 늘 노력했다.

김남춘은 지난 9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삼성과의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에 선발로 투입되어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경기 도중 부상을 입으며 전반 종료와 동시에 김진야와 교체됐다. 이후 김남춘은 그라운드로 복귀하지 못했고 결국 수원삼성전이 김남춘의 살아생전 마지막 경기가 됐다.

그 누구도 김남춘의 수원전 모습이 그의 그라운드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항상 축구밖에 몰랐고 서울을 위해 헌신해왔던 김남춘은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게 됐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김남춘과의 이별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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