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春’ 故김남춘 추모, 비통한 ‘상암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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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김현회 기자] 故김남춘이 세상을 떠난지 하루가 지났다. 그가 우리와 작별한 뒤 치러지는 첫 홈 경기장에는 경기 전부터 슬픔이 가득했다.

故김남춘은 30일 오전 8시20분경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지상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경찰 관계자는 “타살이나 범죄에 의한 사망 정황은 없다”며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춘이 세상을 떠나면서 축구팬들은 안타까워 하고 있다. 서울 팬 뿐 아니라 다른 팀 팬들 역시 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광운대를 졸업한 뒤 2013년 K리그에 데뷔한 김남춘은 2017~2018년 상주 상무에서 근무한 기간을 제외하면 FC서울에서만 선수생활을 한 ‘원클럽맨’이다.

이런 가운데 FC서울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와 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서울은 K리그1 생존을 확정지은 가운데 치르는 경기라 긴장감이 덜했지만 김남춘이 세상을 떠난 뒤 첫 경기여서 다른 의미로 중요한 경기가 됐다. K리그1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으로서도 피할 수 없는 승부다. 서울은 프로축구연맹에 이 경기 연기를 요청했지만 리그 최종전 특성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팀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한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 하루 만에 경기를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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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춘이 세상을 떠난 당일인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N석 입장 게이트 한 켠에는 그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경기 하루 전 그를 기억하기 위한 팬들이 분향소에 들렀고 경기 당일인 31일에도 추모 행렬은 이어졌다. 코로나19 방역과 경기 통제를 위해 31일 오전부터 분향소로 가는 길이 잠시 막히기도 했지만 추모객들은 긴 줄을 섰다. 오후 1시부터 입장이 허용되자 많은 이들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구단과 팬들은 국화와 향, 메모지 등을 준비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분향소로 향했다. 이들은 한 동안 말 없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바라보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닥에는 그가 평소에 좋아했다던 과자부터 음료수와 술 등이 놓여 있었다. 인천유나이티드와 대구FC, 수원삼성, 광저우, 상하이 팬들의 머플러와 함께 추모의 글귀도 남겨져 있었다. 한 서울 팬은 쭈그려 앉아 종이컵에 소주를 따르며 흐느꼈다. 경기장 안에는 평소 걸려있던 서울을 응원하던 걸개가 다 철거됐고 김남춘의 명복을 비는 걸개들로 이 자리가 채워졌다. 서울 팬들은 ‘서울의 春을 기억합니다’라는 걸개를 국화꽃으로 덮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분향소에서도 마음껏 슬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참 동안 분향소 앞에서 멍하니 서 있자 안전 요원은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니 이제 그만 자리를 피해 달라”고 했다. 취재진임을 밝히자 “최대한 거리두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분향객들도 오래 자리에 머무를 수 없었다. 줄을 설 때도 거리두기를 해야 했고 분향 시간도 최대한 짧게 마무리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이 슬픔도 억눌러야 하는 서글픈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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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을 마친 팬 박수진 씨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눈물을 꾹 참았다. 그는 “김남춘 선수는 늘 서울만 생각한 선수였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친구와 함께 울컥한 그는 “원래 이렇게 말을 못하지 않는데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도 한 동안 김남춘의 사진을 바라보며 슬픔을 참았다. 보통 선수들은 경기장에 도착해 몸을 풀기 전 그라운드에 와 잔디를 점검하며 수다를 떨지만 이날 서울 선수들은 워밍업 직전까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팬들도 올 시즌 잔류를 확정짓고 치르는 축제 같은 마지막 경기를 비통한 표정으로 준비했다. 경기 전 선수들이 모습을 나타내자 말 없이 박수를 보냈다.

한 팬은 분향소에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이 팬의 메시지에는 고인을 향한 서울 팬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팬이 쓴 내용은 이랬다. “김남춘 선수, 저는 안 믿고 싶고 안 믿을 겁니다. 언제나 팬들이 상암에 가면 선수님은 경기장에 계셨어요. 우리 팀에서의 그 기억들이 너무 생생한데 이건 아니에요. 이 현실을 너무나 부정하고 싶습니다. 어디에 있건 우리는 ‘FC서울의 4번 김남춘’을 마음 속에서 기억하겠습니다. 남춘 선수도 우리가 정말 사랑했다는 거 잊지 말아줘요. 올해 리그 동안 우리가 큰 목소리로 이름 못 외쳐줘서 미안해요. 반말 한 번만 할게요.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 남춘아.” 서울 팬들은 ‘서울의 春’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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